‘보험다모아’는 삼성화재 위한 정책?
‘보험다모아’는 삼성화재 위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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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속 추진 비판 이어져…역효과 우려도 제기
▲ 금융당국이 ‘보험다모아’를 출범시켰지만 사실상 삼성화재의 독주를 돕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험다모아 홈페이지
금융당국이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고 가격 경쟁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보험가격비교사이트인 ‘보험다모아’를 출범시켰지만 사실상 손해보험 1위인 삼성화재의 독주를 돕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출범한 보험다모아는 단독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여행자보험, 연금보험, 보장성보험, 저축성보험 등 6개 카테고리의 보험상품을 몇 번의 클릭만으로 실시간 비교가 가능한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이다.
 
보험다모아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현재 33개 보험사의 217개 보험을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유일하게 민간 보험사 상품 중 강제보험인 자동차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금융당국은 보험다모아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매년 가입해야 하고 보험료 차이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라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 온라인 전용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1등인 삼성화재에 불과해 보험다모아에서는 삼성화재의 가격 경쟁력이 타사를 압도하고 있다. 여러 이유들 때문에 타사에서 온라인 전용 상품 개발 및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장담하기 힘들다. 이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삼성화재의 독주를 도와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화재, 보험다모아 출범 최대 수혜자?
현재 보험다모아에서 판매되는 CM(Cyber Marketing) 상품은 삼성화재 상품이 유일하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KB손해보험 등 총 11개 사가 보험다모아에서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삼성화재를 제외하면 모두 전화로 가입하는 TM(Tele-Marketing) 상품이다.
 
보험다모아에 들어가 보면 다양한 상품들을 가격순으로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사이트에서 보험설계사와의 대면 또는 상담 없이 인터넷으로 바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삼성화재의 ‘애니카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하나 뿐이다. 타사의 상품들은 모두 TM 전용 상품으로 상품 옆에 표기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더욱이 온라인 전용 상품 특성상 가격도 삼성화재 상품의 가격이 가장 낮다. 온라인 전용 상품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직접 설계부터 가입까지 완료하기 때문에 설계사 등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및 임대료 등의 사업비가 없어 비대면 채널 상품 중 보험료가 가장 저렴하다. 보험다모아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비교해보면 상성화재 상품이 10% 가량 저렴하다.
 
삼성화재는 지난 2009년 CM 상품인 애니카다이렉트를 출시하고 지난해 다이렉트채널 시장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렸다.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온라인·오프라인을 합친 자동차보험 점유율도 27.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가 17%대로 뒤를 이었다.
 
전체 자동차보험 매출의 CM 관련 비중도 올해 10월 28%(760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8월 기준 상위 10개 손해보험사 중 온라인마케팅 채널을 통한 원수보험료 비중은 삼성화재가 98%로 압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결국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마케팅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이 같은 독주체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삼성화재 홍보를 해 준다는 지적인 셈이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몇 몇 보험사들도 내년 초부터 온라인 전용 보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정착 초기 삼성화재가 입소문 등으로 입지를 단단히 굳힐 경우 역전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 결국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마케팅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금융당국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이 같은 독주체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검색 기능 허술…불완전판매 가능성
물론 장기적으로 보험다모아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늘어나 보험사들이 가격 경쟁을 벌일 경우 결국 소비자들의 편익 증대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제기된다. 하지만 보험다모아의 가격 비교 기능은 아직 허술하기 짝이 없어 실제 여러 CM 상품들이 등록된다고 하더라도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자동차보험료를 산출하기 위한 조건들은 차량가액(차종 및 연식), 사고이력, 가입자 조건, 운전자 범위, 담보 등이 있다. 이 중 차량 가액이 가장 중요하고 사고 이력과 가입자 조건이 중요도 면에서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보험다모아에서는 차량 가액을 파악하는 방식이 소형A(800cc)에서 다인승(2200cc 7~10인승) 까지의 배기량 기준 뿐이다. 엔진 기술의 발전으로 배기량과 차량 가액의 비례성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구시대적인 분류로는 실제 필요한 보험상품을 찾기 어렵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긴급출동이나 비상급유서비스 등 보험사마다 천차만별인 특약도 검색시 고려할 수 없다. 대물 보험료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검색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주계약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가입 과정에서 여러 특약과 조건을 붙여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조건을 설정한 뒤 나오는 검색 결과에서 최저가로 나오는 상품이 실제로도 가장 저렴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결국 이는 소비자 편익 증대로 이어지기는커녕 보험사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승자 독식 우려 등 역효과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대체적으로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졸속으로 보험다모아 서비스 개시를 진행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는 ‘금융소비자 정책 종합계획’을 통해 보험을 한 사이트에서 비교하고 가입까지 가능한 ‘보험슈퍼마켓’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년도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많은 보험사들의 입장을 수렴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수였다는 평가다.
 
특히 ‘손쉬운 비교와 가입’을 표방하고 있다는 특성상 출범 초기부터 적어도 일정 수 이상의 온라인 전용 상품들이 등재돼야 하는데 사실상 삼성화재만 CM 상품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비스 개시를 강행했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아직 손보사들은 온라인 전용 상품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벌일 만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아무리 CM 상품이라지만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 전체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가격 인하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고스란히 업계의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대형사 위주의 업계 재편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형사들이 ‘승자 독식’을 통해 가격을 오히려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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