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매각주간사 선정 절차 개시…해외 관심, 자금 조달 가능성 최대 변수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최근 해외 투자은행 10여곳을 대상으로 금호타이어 지분에 대한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내달 초까지 제안서를 받고 설 연휴 이전까지 매각주간사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막을 올린 셈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은 총 42.1%로 6636만9000여 주에 달한다. 선정된 주간사는 4~5개월에 걸쳐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 매각이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상반기 내로 본격적인 매각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삼구 회장, 금호산업 이어 금호타이어도 수복 의지
업계는 자연스레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닌 박삼구 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은 2014년부터 그룹 재건 의지를 공공연하게 밝혀 왔으며 지난해 자금 조달 우려 및 채권단과의 갖은 충돌 속에서도 결국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에 성공했다.
2014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알짜기업으로 거듭난 업계 2위 금호타이어 역시 박삼구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반드시 되찾을 대상으로 공공연하게 지목한 대상이다. 특히 금호타이어는 항공·건설과 더불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3대 축의 하나로 박삼구 회장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박삼구 회장은 창업 70주년을 맞은 올해 임직원 모두가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 항공·타이어·건설 등 그룹 주력 사업분야가 비상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500년 영속기업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지난해 그룹의 모태이자 현금창출력이 뛰어난 금호고속을 되찾자마자 바로 백기사인 칸서스 측에 넘겨 아직 금호고속도 되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지만 금호고속에는 금호터미널 또는 금호터미널이 지정한 사람이 2년 3개월 내로 주식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돼 있어 사실상 금호타이어만 되찾으면 그룹 재건은 완성되는 셈이 된다.
◆관건은 자금…해외 업체 경쟁구도 변수
역시 관건은 자금 조달이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던 금호산업과 달리 금호타이어는 눈독을 들이고 있는 해외의 잠재후보들이 적지 않아 최근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1조원을 호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 가량을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참여가 녹록치 않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숱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결국 최종 본입찰에 호반건설 한 곳만 참여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 호반건설이 채권단의 기대에 못 미치는 6000억원대의 인수가를 제안하면서 유찰된 금호산업 인수전은 박삼구 회장과의 수의계약 협상으로 전환됐고 결국 박삼구 회장은 7000억원대 초반의 금액으로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는 해외 글로벌 업체들이 적지 않게 눈독을 들이는 대상이다. 주요 인수후보로 꼽히는 곳만 해도 미쉐린과 브릿지스톤, 굿이어 등이 있고 최근 이탈리아의 타이어 업체 피렐리를 인수한 중국화공(켐차이나)도 후보군에 오른 상황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인수 후보가 많을수록 인수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이 같은 경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박삼구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개입찰에 참여한 입찰자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시한 가격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 투자은행만을 대상으로 매각 자문사 선정에 나선 것도 해외 후보군들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박삼구 회장을 지난 한 해 내내 괴롭히던 자금 조달 우려는 이번에도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지난해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장남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보유하고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을 전량 처분하는 고육지책까지 동원했다.
박삼구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에 동원한 금액은 총 7228억원이다. 특수목적법인(SPC) 금호기업을 설립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각해 1500억원 가량을 자본금으로 납입했고 나머지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죽호학원 등 공익법인과 CJ·코오롱·효성 등의 출자, 금호산업 지분을 담보로 한 3300억원 가량의 대출 등으로 채워 넣었다.
백기사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금호산업 되찾기가 불가능했던 상황이었던 셈이다. 심지어 경제개혁연대 등은 공익법인 및 자회사들의 출자에 대해 고가 매입 의혹을 제기하며 배임죄로 박삼구 회장 등을 고발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7000억원 가량을 겨우겨우 채워 금호산업을 되찾은 직후인 올해 과연 박삼구 회장이 1조원에 달하는 금호타이어 인수 대금을 과연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더욱이 산업은행이 우선매수청구권 보유 주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예 본게임 시작 전부터 박삼구 회장이 아웃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조만간 우선매수청구권 보유 주체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법률 자문을 받을 예정인데 만약 박삼구 회장 개인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박삼구 회장은 계열사 동원 없이 온전히 개인능력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이 경우 박삼구 회장은 현 상황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만 산업은행이 우선매수청구권 보유 주체에 계열법인까지 포함해 포괄적으로 해석할 경우 그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 경우 박삼구 회장은 개인 사재를 포함해 금호산업 및 아시아나항공 등을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또한 일각에서는 박삼구 회장이 사모펀드를 동원해 일단 채권단의 지분을 사들이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채권단도 업황·주가에 고심
채권단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실적이 최근 급속히 나빠지면서 매각 시기에 대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는 것도 최근 부진한 업황 등 여러 요인 탓에 과연 올해 매각 절차를 개시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부분이다.
2014년 12월 5년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글로벌 타이어업계 침체와 극심한 노사 대립 등이 얽혀 속절없는 추락을 겪었다. 상반기까지 4~500억원 대의 흑자행진을 이어가던 금호타이어는 특히 지난해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3분기 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내수 경기도 침체된 가운데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 출고량을 줄인 여파다.
주가도 지난해 8월 5620원까지 하락한 후 6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일 수는 있지만 아무래도 지나치게 낮은 주가는 인수가 하락을 이끌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노조가 강성 움직임을 잇따라 보이고 있는 것도 해외 글로벌 업체들에게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이 한국 특유의 노조 문화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매각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후보들이 관심을 접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역시 인수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