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다시 휘감는 ‘파업’의 그림자
금호타이어 다시 휘감는 ‘파업’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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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또 부분파업 돌입 방침…실적·매각 영향 주목
▲ 지난해 파업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던 금호타이어가 매각 절차를 개시한 연초부터 또 다시 파업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뉴시스
지난해 파업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던 금호타이어가 매각 절차가 개시된 연초부터 또 다시 파업 국면을 맞으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최근 노조 측은 2015 임단협과 관련해 오는 26~27일 양일간 4시간의 부분파업을 실시하고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내달 15일부터 무기한으로 하루에 4시간씩 파업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금호타이어 노조의 파업은 지난달 17~18일 이틀간 실시했던 근무조별 부분파업으로부터 한 달여 만이다. 앞서 금호타이어 노조는 불과 넉 달 전인 지난해 8월부터 한 달 넘게 장기간 전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벌인 파업만 총 41일에 달한다.
 
파업의 직격탄을 맞은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60억원에 순손실 554억원을 기록하며 2009년 이후 6년여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해 금호타이어는 파업으로 총 1500억원 안팎의 매출 손실을 입어 4분기 흑자 전환 전망에도 불구하고 연간 실적에서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에 연초부터 벌어지는 파업 역시 올 한해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노조가 26~27일의 부분파업, 이후 정상가동에 이은 2월 15일부터의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상태”라며 “교섭 일정 등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지만 부분파업 이후 노조의 교섭 요청이 있다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장기 파업으로 회사가 경영실적 적자까지 기록한 상황에서 노조가 잘못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또 다시 파업을 선택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노조의 무책임한 파업은 회사의 경영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고 이로 인한 회사와 사원들, 그리고 지역경제 피해는 모두 노조 집행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한 타사의 사례를 보더라도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 노조의 협력과 양보가 위기극복에 가장 큰 힘이 된다”면서 “노조 집행부가 무책임한 파업 결정을 철회하고 회사의 위기 극복을 위해 양보하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시금 규모 공방 여전
현재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부분은 성과급 성격의 일시금에 대한 규모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입장으로 정리되고 있다.
 
지난 21일 금호타이어 노사는 33차 본교섭에 돌입했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데에 또 한 차례 실패를 맛봤다. 양측은 지난해 5월부터 임단협을 시작했지만 각각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맞서 왔다. 지난해 장기간의 파업 이후 노조는 새 집행부 선출을 위해 파업을 일시중단했지만 집행부 선출 이후에도 양측의 대립은 여전하다.
 
특히 일시금 부분에서 양측은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노조 측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일시금 300만원 지급안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가로 생산품질이 향상될 경우 비용절감분의 일정액을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해 품질향상 기여금 명목으로 지급하겠다는 제시안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논의와는 별도로 지난해 파업으로 받지 못한 420만원 가량의 임금손실 대다수를 보전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조는 26~27일 양일간 광주·곡성·평택 공장의 필수·방산 요원만 제외하고 부분파업에 참여키로 했으며 이 기간 휴연근 등도 거부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노조의 주장에 대해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이라는 법적 원칙상 파업으로 인한 임금 손실에 대한 보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사측은 지난해 40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의 파업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 일시금 지급의 전제조건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서도 노조가 확답을 내놓지 않은 채 일시금 지급만을 요구하며 파업까지 벌이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조 측은 지난해의 파업 이후에도 사측이 당초 제시했던 안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있다며 회사 측의 협상 태도에 실망스러운 눈치다. 일각에서는 내달 설 연휴를 앞두고 극적 타결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지만 노조는 지난 12일 특별 성명서에서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회사가 비수기라는 점, 사측이 내부의 동요를 기대하며 최소한의 성의있는 안마저 제시하지 않는 점 등으로 인해 교섭의 마무리 국면을 투쟁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 매각 절차가 개시된 시점에 터진 파업의 영향으로 채권단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뉴시스
◆매각 악영향 미칠까 우려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파업 국면으로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졸업 직후였던 지난 한 해 힘차게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방점을 찍지 못했다. 여기에 일찌감치 지난해 임단협을 마무리한 한국타이어와 넥센타이어와의 경쟁에서도 고전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면에서 금호타이어는 932억원으로 워크아웃 마지막 해였던 2014년에 비해 66.3% 급감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후발 주자인 넥센타이어의 영업이익은 1586억원으로 금호타이어를 큰 차이로 따돌렸다. 영업이익률 면에서도 금호타이어는 넥센타이어의 11.5%에 크게 뒤진 4.1%를 기록했다.
 
최근 개시된 매각 절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산업은행 등 9개 금융사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20일까지 매각 법률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법무법인들에게 발송했다. 한 주 전에는 재무자문사 선정을 위한 RFP를 외국계 증권사 10여곳에 보냈다.
 
금호타이어는 내달 초까지 제안서를 받고 설 연휴 이전까지 매각주간사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사실상 금호타이어 인수전이 막을 올린 시점이다. 이처럼 매각 작업이 기지개를 켰지만 시작부터 ‘노조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작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노조 리스크에 채권단도 고심
지난해 국적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 인수전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이 참여하는 것이 녹록치 않았지만, 금호타이어 인수전에는 이 같은 제약이 없어 적지 않은 해외 타이어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2014년 영업이익 3584억원에 매출액 3조4379억원으로 미국의 타이어 전문지 타이어 비즈니스가 세계 타이어 업체 13위로 올리기도 했다. 이에 주요 인수후보로 꼽히는 곳만 해도 미쉐린과 브릿지스톤, 굿이어 등이 있고 최근 이탈리아의 타이어 업체 피렐리를 인수한 중국화공(켐차이나)도 후보군에 오른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글로벌 타이어 업계는 상위권 회사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채권단이 해외 증권사들에게만 RFP를 보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채권단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42.1%의 지분을 1조원 가량에 매각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해외 기업들에게 강성 노조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한국GM 등의 경우에서 보듯이 특히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은 우리나라 특유의 노조 문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가뜩이나 해외 글로벌 타이어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지닌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존재도 지난해 흥행에 실패한 금호산업 인수전에서처럼 변수가 될 수 있어 채권단에게도 노조 리스크의 무게는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노조 리스크로 매력도가 떨어질 경우 가뜩이나 주가 하락에 고심하고 있는 채권단으로서는 만족스러운 인수가를 받아들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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