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15% 급감…대응책은?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사상 최대인 496만3023대를 팔아 91조958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92조원에 가까운 연 매출은 2014년에 비해 2조7024억원(3.0%) 가량 증가한 수준으로 현대차 역사상 최대 기록이다. 판매량은 2014의 496만1877대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역대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6조3579억원에 그쳐 7조원대를 기록했던 2014년보다 15.8% 급감했다. 무려 1조1921억원이나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0년 5조9185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기록됐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영업이익 쇼크’라는 말까지 나온다.
영업이익률은 6.9%로 2014년보다 1.6%p 후퇴했고, 당기순이익도 14.9% 감소한 6조5091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마디로 더 팔고 덜 남긴 셈이다. 이에 매출과 영업이익 사이의 기로에 놓인 현대차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율 및 신흥국 경기 탓”
현대차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큰 폭의 수익성 하락은 해외판매 부진에서 비롯됐다. 현대차의 역대 최대 매출은 적극적인 공략을 펼친 미국과 유럽 등지의 높은 판매 성장세가 이끌었다. 2014년에 비해 지난해 미국내 판매는 5% 가량 증가했고 유럽 판매는 10%에 가까운 판매 성장율을 기록했다. 인도에서도 판매가 13.1%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과 북미에서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다보니 판촉비도 만만치 않게 늘었다. 경상연구비와 판촉 비용 등이 포함된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비용은 11조8995억원으로 2014년에 비해 2.8% 증가했다.
여기에 통화 약세로 신흥국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출 여건도 좋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현대차는 중국 등 주요 시장과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중국 판매는 2014년에 비해 7% 감소했다. 현지 자동차회사와의 가격 경쟁력에서도 고전을 거듭했다. 러시아와 브라질에서도 각각 3.2%와 2.7%가 줄었다. 환율로 고전을 거듭한 탓이다. 현대차 이원희 사장은 지난해 4분기 원달러의 7.4% 절하에도 루블화 31.5%, 헤알화 2.1%의 강세로 원달러 절하 효과가 상쇄됐다고 분석했다.
매출원가 증가도 수익성 악화의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해외공장이 있는 신흥국들에서의 매출원가는 7조3701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은 2014년에 비해 1.5%p 상승한 80.1%에 달했다.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고정비 비중이 증가한 탓이다.

더 큰 문제는 현대차의 수익성 악화가 흐름을 탈 조짐이 감지된다는 부분이다.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1년 8조288억원, 2012년 8조4369억원, 2013년 8조3155억원 등 8조원대를 고수하다가 2014년 7조원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6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올해 상황도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와 SUV에 특화된 토종업체들의 약진으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불안한 한 해를 보냈던 러시아와 브라질 역시 금융 불안 등으로 저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록적인 저유가로 시름을 앓고 있는 중동 국가들은 이란산 원유로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이미 전세계를 누비던 중동 국부펀드들은 곳곳에서 투자를 철수하고 있다.
본진 격인 내수 시장에서는 개별 소비세 인하 등에 힘입어 5.3% 가량 판매량이 늘었지만 수입차 업체들의 거센 공세 속에 전체 자동차 시장의 성장률 9.2%에는 크게 못 미쳤다. 내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42.0%에서 40.5%로 1.5%p 하락했다. 연간 전체 내수 점유율은 아예 40%선이 무너졌다. 더욱이 개별 소비세 인하는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정의선 부회장까지 나섰지만 현대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여론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현대차는 정의선 부회장의 주도 하에 쏘나타 공개충돌테스트나 동호회 초청 토론회 등 오해 불식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자동차 애호가들이 찾는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불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강성 노조의 득세 속에 높은 인건비와 저효율 생산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도 수익성 악화의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10사가 경쟁을 벌이는 일본 시장에서 40%선의 점유율을 보이는 토요타나 닛산 등은 단일 차종 기준 10만대만 생산해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원가를 감축했지만 현대차는 최소 30만대 이상을 팔아야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고급차·친환경차 등 신차로 위기 넘는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현대차는 지난해의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도약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수립했다. 주로 신흥국의 불확실성 해소와 고급차와 친환경차 출시 등으로 정리된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해 론칭한 제네시스 브랜드의 제니시스 EQ900이나 신형 아반떼, 이달 초 출시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 등 경쟁력을 갖춘 신차를 글로벌 주요 시장에 순차적으로 출시함으로써 판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특히 친환경차 판매 확대는 중요한 키워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원희 사장은 지난해 210만대였던 친환경차 시장이 2020년 600만대로 늘어나는 등 연평균 23%의 성장이 예상된다며 아이오닉 기반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고 연내 순차적으로 EV와 PHEV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차는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를 국내외에서 3만대 이상 판매하고 내년에는 7만7000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급차와 SUV 공급을 늘려 시장 수요에도 적극 대응에 나선다. 제네시스 브랜드와 현대차 브랜드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낼 경우 고급차와 현대차의 판매 증대도 노려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판매 부진을 겪었던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C급 공략에 나선다. 이원희 사장은 C급 주요 신차인 엘란트라와 베르나를 출시하고 투싼 같은 SUV 생산을 늘려 SUV 수요 증대에도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환율 문제에 대해 이원희 사장은 현지 경기에 따라 부침이 심한 이종통화 지역 공장에서의 내수 판매 및 생산을 줄이고 본사의 수출 판매를 늘리는 헤지 전략을 제시했다. 브라질과 러시아 공장의 경우는 현지 판매를 줄이고 타 국가로의 수출을 늘리면서 환리스크를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엔화 및 유로화 약세 예상에 대해서는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B세그먼트 SUV를 지역별로 출시한다.
이밖에 현대차는 올해 불확실한 경영환경 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 확립을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미래 기술 개발 역량의 강화와 친환경 경쟁 우위 기술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 제네시스의 조속한 시장 안착과 친환경 전용 모델 아이오닉의 성공적 시장 진입에 노력해 미래 성장동력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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