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 불똥 튄 SKT-CJH 인수…향방은?
정부로 불똥 튄 SKT-CJH 인수…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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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의견 수렴…책임 회피 위한 ‘시간 끌기’?
▲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논란의 불씨가 정부 및 정치권으로 옮겨 붙었다. 사진/시사포커스DB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M&A)을 두고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논란의 불씨가 정부 및 정치권으로 옮겨 붙은 모습이다. 정부가 대국민 의견 수렴에 나선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면서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번 사안이 정치 쟁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재 인수합병을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가세하면서 한동안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5일부터 내달 15일까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에 대한 다양한 의견 수렴을 실시하고 있다. 다음달 첫째·넷째주에는 토론회 및 공청회를 개최해 전문가 및 관련 사업자,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청취할 계획이다.
 
◆정부에 불똥 튄 M&A 논란
 
업계 안팎에서는 이같은 정부가 내놓은 의견 수렴 카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M&A를 시장과 업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자칫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합병이 지지부진해져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 삼성-한화, 삼성-롯데 등 잇단 빅딜은 업계의 자율에 맡겨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또 이미 정부가 다양한 통로를 통해 이해당사자 및 학계, 정치권 등의 의견을 충분히 들었음에도, 뒤늦게 여론 수렴을 하겠다는 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간 끌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가 할 일은 대국민 의견 수렴이 아닌 미디어시장 변화에 따른 ‘유료방송 정책 수립’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통신과 방송은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ICT 융합에 맞춰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며, 통신·미디어 사업자들도 M&A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현재까지 해외에서 통신과 방송의 M&A를 불허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와 방송 ‘카날플러스’의 합병 등이 꼽힌다.
 
◆독과점 등 우려 쟁점 부각
 
이번 M&A 추진은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는 SK텔레콤과 케이블TV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CJ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각종 부작용이 예상되면서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현재까지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쟁점은 ‘시장 독점’과 ‘여론의 다양성 훼손’이다. 이번 M&A로 이동통신 및 유료방송 시장을 장악하는 거대 공룡기업이 탄생하게 되며, 심각한 독과점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는 게 반대 측 주장의 핵심이다.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 시장이 소수의 대기업들에 의해 독과점 되면, 서비스 품질 저하 및 가격 상승 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그 이유다. 또 정부가 인수합병을 승인이 선례로 남아, 타 기업들의 합병도 부추기게 된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들이 예상하는 부정적 결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론의 다양성 훼손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SK텔레콤은 현재 CJ헬로비전이 보유한 23개 지역 케이블TV 방송국을 차지하게 된다.
 
올 4월 치러지는 총선에서도 지역 여론 형성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대기업의 지역 언론사 소유는 기업이 지역 여론형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낳게 돼 다양한 여론 형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는 게 학계 일각의 목소리다.
 
한 대학교 교수는 대기업이 추구하는 기업의 이념에 부합한 방송 내용들이 지역 케이블 방송의 내용을 채우게 돼, 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과 공영성이 심각한 침해를 받는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CJ헬로비전이 소유하고 있는 지역 케이블TV 채널들은 지역구 선거후보자 토론회 등을 방송하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택과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당선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 양사의 인수합병 논란에 대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 쟁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시사포커스DB

◆“서로 헐뜯을 때 아니다”
 
반면 통합회사의 시장지배력은 확대되지만 경쟁사들의 주장과는 차이가 있다며 M&A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SK텔레콤은 통신업계 1위, CJ헬로비전은 전국 케이블TV와 알뜰폰 점유율 1위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을 합병하더라도 유료방송 1위는 여전히 KT의 차지라는 지적이다. 초고속 인터넷과 유선전화가 포함된 결합상품 시장에서도 KT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을 하더라도, 시장에 큰 지각변동은 없다는 얘기다. 또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주장하는 지역성 약화 문제와 공정성 훼손 등을 지적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해 5년간 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통해 약 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있을 것이라고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시장이 급속도로 변하는 가운데 서로 헐뜯기만 해서는 안된다. 반도체, 조선처럼 미디어 콘텐츠를 세계 1위 상품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포커스 / 신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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