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거론까지 비난 수위 높아져…정부 당국 고심 깊어질 듯

18일 정부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는 아직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인수 및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과 관련된 인가에 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를 비롯한 경쟁사들에 시민단체까지 SK텔레콤을 비난하는 수위를 높이면서 2~3월경으로 전망되던 결정 시한 내에 정부가 결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KT 임헌문 신임 사장은 지난해 말 SK텔레콤이 자기 밥그릇을 지키려고 남의 밥그릇을 깨뜨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통신실천행동과 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등 시민단체들도 오는 19일부터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만년 3위인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시장과 유료방송 시장에서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새해 벽두부터 적극적으로 공세에 나서고 있다.
지난 14일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은 “SK텔레콤이 땅 짚고 헤엄치는 식으로 더 편하게 사업하려 한다”면서 날을 세웠다. 그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력이 커져 이용료를 대폭 올릴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합병 후 3년 내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점유율이 현재의 49.6%에서 54.8%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인용했다. 초고속인터넷 점유율은 25.1%에서 40%로 급등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권영수 부회장이 인용한 보고서는 LG유플러스가 발주한 연구용역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기업결합이 승인될 경우 가격인상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수 ‘GUPPI1’이 30.4%에 달해 10% 이상이면 요금인상 요인이 높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요금인상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LG유플러스는 이 보고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할 뜻까지 밝혔다.
침묵을 지키던 SK텔레콤이 급기야 LG유플러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면서 양측의 분쟁은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다. 권영수 부회장의 발언이 있는 직후 SK텔레콤은 즉시 긴급 기자 브리핑을 갖고 유료방송 요금의 결정권은 정부에 있으며 KT망을 사용하는 CJ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를 SK텔레콤이 뺏는 것은 어렵다고 해명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인수 합병 후에도 초고속인터넷과 방송·유선전화 시장의 1위는 여전히 KT이고 이동통신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LG유플러스는 이 같은 SK텔레콤의 입장에 또 다시 즉시 반박하며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LG유플러스는 “수 개월 간 준비해 발표한 시살을 일방적으로 폄하하려는 저의는 기업으로서 기본적인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처럼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 당국의 고심도 깊어져 가고 있다. 당초 정부는 2~3월 내로 인수 합병 건을 처리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가 지나기 전’ 정도로 결정이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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