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 발표 이후 선제적 도입” 반발

2일 업계에 따르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전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측의 ‘쉬운 해고’에 대해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자본은 즉각 저성과자 일반해고 선제적 도입을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삼성 자본이 쉬운 해고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 측이 저성과자의 해고를 통해 고용유연화와 성과통제 강화라는 이익을 얻는 반면 삼성의 통제로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받을 우려도 있다며 현장에서 시도되는 모든 ‘쉬운 해고’ 도입을 유효하게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센터들, 잇따라 해고요건 완화 나서나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서비스 센터 등 사후 서비스를 운영하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협력사들은 지난해부터 해고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추정되는 규정을 속속들이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를 협력사와의 계약 갱신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협력사들을 세부적으로 지배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7일 A 삼성서비스센터는 “월간 완결실적이 60건 이하의 직원들에게는 서면 경고장을 발부하고 경고장을 3회 받게 되면 저성과자로 분류한다”거나 “관리지표를 월간 단위로 관리해 게시하고 하위 10%에 경고장을 발부한 뒤 경고장을 3회 이상 받게 되면 저성과자로 분류한다”는 업무전달내용을 공고했다. 저성과자는 시상에서 제외된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또한 지난달 1일 B 삼성서비스센터는 “내부 자체평가 항목에서 분야별 하위 10%에 속했을 때 개선명령서를 받고 이를 3회 받을 경우 경고장을 받으며 경고장을 2회 이상 받으면 정직 1주, 정직 2회 이상의 경우 징계위원회 회부”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정확히 해고라는 단어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이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사항으로 분류된다. 이에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의 초안을 발표한 직후라 삼성전자서비스가 선제적으로 ‘쉬운 해고’의 법제화 이전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반발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지난해 천안·울산센터에서는 취업규칙 해고 사유에 ‘저성과자 3회 연속 평가’를 도입하려다가 노조 측의 반발로 무산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해운대·양산센터 등은 이미 경고장을 발부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더욱 반발하고 있는 부분은 이 같은 취업규칙 변경이 별다른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됐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사측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나 과반수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협력사들은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B 삼성서비스센터의 경우는 두 명을 제외하고 전 직원들에게 동의를 받았다는 입장이지만 법조계에 따르면 이 같은 방식은 정당한 절차로 인정받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논의를 통해 찬반투표 등으로 의사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는다고 해서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측과 개별적으로 면담하는 직원들의 경우 사실상 제대로 된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평가기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된다. 일례로 A 삼성서비스센터의 경우 월 수리 건수 60건 미달자에 대한 징계에 대해 수리기사들은 납득할 수 없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수리물량은 콜센터에서 배당하는 것인데 수리기사가 영업사원도 아니고 월 수리 건수를 어떻게 조정하라는 얘기냐”는 불만을 털어놨다. 관리 지표 하위 10%에 대한 조치 역시 “하위 10%는 무조건 발생하게 돼 있지 않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관리 지표 중에 고객들의 편의를 축소할 수 있는 내용이 있다는 성토도 제기된다. 무상자재단가나 교환환불율 등의 경우에는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해주고자 하는 것과 관련된 지표인데 이를 관리한다는 것은 서비스 단가를 줄이고 고객에게 환불을 못하게 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환과 환불을 해줄수록 저성과자가 되는데 누가 고객들에게 친절한 응대를 하겠느냐는 얘기인 셈이다.
◆노조 갈등 또 이어지나…노동개악 반대 움직임까지
과거 원청 격인 삼성전자서비스는 수 차례 노조파괴 의혹을 받아 왔다. 노조파괴 문건 발견 의혹이나 위장폐업을 통한 노조의 고사화 등의 의혹 등으로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사측과 끊임없이 투쟁을 해 왔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측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의 노조·노사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한 바 있다. 이번 기자회견 후 A와 B 서비스센터 측 역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일반해고 도입 계획도 없고 기존에 있는 것을 문서화시킨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또한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와도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회원들은 협력사들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고 보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들은 현수막에 이재용 부회장의 그림을 내건다거나 정부의 노동개악을 삼성이 선제적으로 따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삼성 측을 규탄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한 발 더 나아가 정부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쉬운 해고와 노동자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의 고용노동부 행정지침을 폐지시키고 현장에서 시도되는 모든 쉬운 해고 도입을 저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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