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와해를 위해 본사 차원에서 지사의 위장폐업을 단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이번엔 울산 센터에서 조합원을 한 섬으로 데려가 핸드폰을 빼앗고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와 이목이 집중되고 잇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최명우 울산센터 분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과 동료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모영국 사장에게 거제시 지심도라는 섬에 반강제적으로 끌려가 노조 탈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 같은 행위를 ‘유사 납치’로 규정하고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의 개입에 따른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삼성전자서비스가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잇따라 지사의 위장폐업을 유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최명우 분회장의 증언은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노조 측은 “울산센터가 노동조합을 와해시켜야 삼성전자서비스와 계약을 갱신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울산센터 대표, 노조원 섬 데려가 회유”
삼성전자의 서비스 센터 등 사후 서비스를 운영하는 삼성전자서비스는 전국의 센터를 위탁업체에 맡기는 하청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거론된 울산센터는 울산스마트서비스라는 업체가 맡아서 관리하고 있었다.
최명우 분회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2월 20일 최명우 분회장과 최진림 교육선전위원 등 2명은 울산센터 모영국 사장의 대화 요청을 받고 관리자들과 함께 차에 동승했다. 최명우 분회장은 이 차가 갑자기 고속도로로 진입해 두 시간을 달렸고 거제도 장승포항에 멈췄다고 전했다.
최명우 분회장은 당시 상황을 증언하면서 “사장이 잠시 대화를 하자고 해서 근무복 차림에 차 키도 없이 갔다”며 카페에서 업무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설명했다. 모영국 사장은 “어디가냐”는 질문에 “좋은 장소에서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 좋은 이야기를 하자”면서 목적지를 묻지 말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영국 사장과 관리자는 빨리 섬으로 들어가자고 독촉했고, 여기에 핸드폰까지 빼앗았다. 금속노조는 이 때부터 사실상의 감금 상태에 돌입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명우 분회장은 모영국 사장이 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노조 탈퇴를 권유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모영국 사장은 노조 탈퇴의 조건으로 복지 향상, 자체 운영권 부여, 잘릴 수 있는 노조원들 보호 등을 내걸었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섬을 나갈 수 없다는 협박까지도 자행했다. 모영국 사장의 회유와 협박은 배가 끊기기 직전까지 계속됐다.
수용하겠다는 식으로 대충 둘러대고 다음날 2시가 돼서야 겨우 섬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최명우 분회장은 이후에도 휴대폰을 돌려받지 못했고 거제도의 한 리조트로 자리를 옮겨서도 노조 탈퇴 회유를 계속 받아야 했다. 최명우 분회장은 또 한 번 거짓말로 대충 둘러대 겨우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최명우 분회장은 “최근 문건 공개로 이런 일이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공개된 울산스마트서비스의 조직 안정화 방안 문건에도 최명우 분회장의 주장과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 확인됐다.
◆노조 “삼성전자서비스 개입 정황 다수”
노조 측은 울산센터의 이 같은 무리한 노조 탈퇴 권유 행위를 비판하며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의 개입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노조 측은 울산센터 모영국 사장이 노조 분회장에게 보낸 메시지 중 “우리 회사 입장을 (원청에) 표명해야 하고 아울러 14년 계약 관련을 통보해야 한다”는 부분을 근거로 들었다.
최명우 분회장과 함께 차를 탔던 최진림 교육선전위원은 “삼성전자서비스는 매년 3월 재계약을 논의하고 4월 1일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는데 지난해 (‘무노조 경영’ 원칙을 가지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바로 노동조합”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측이 노조 활동을 와해시킬 것을 재계약 조건으로 내걸어 사건이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 측은 지난 4일 공개된 울산스마트서비스의 ‘조직 안정화 문건’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노조 탈퇴를 ‘Green화’, 또는 ‘정상화’라고 규정하며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Green화 하겠습니다”, “업무 제안서의 내용을 100% 수행하며 반드시 목표 달성토록 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노조 측은 “비록 수신인은 적혀져 있지 않지만 정황상 조직 안정화 방안을 보내는 수령인이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임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서비스 지역센터들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위장폐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울산센터 역시 지난달 29일 폐업했다. 울산광역시의 남구 서울산센터와 중구 울산센터를 운영하던 울산스마트서비스는 지난달 29일 각 센터를 폐업했다. 울산센터와 서울산센터에는 총 80명의 휴대전화 수리기사와 전자제품 출장서비스 기사 등이 일해왔으며, 노조원은 40여 명이다.

◆삼성의 ‘노조 파괴’ 논란 재점화
숱하게 제기돼 온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파괴’ 논란은 지심도 유사납치 의혹 주장을 계기로 다시 한 번 불붙을 태세다.
무노조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서비스 지역 센터를 하청 형식으로 유지하면서 노조 활동 무력화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 중심에는 지난 2013년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자리잡고 있다.
151쪽 분량의 ‘2013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은 삼성그룹이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기 위해 노동조합 설립을 막거나 기존의 노동조합을 해산하기 위한 전략을 자세히 담고 있다.
이 문건에는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하면 그룹 노사조직, 각사 인사부서와 협조체제를 구축해 조기에 와해시켜달라’,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전략을 통해 고사화 해야 한다’는 등 삼성 무노조 경영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또한 “노조 설립 시 전략·전술 연구 보완, 조기 와해 및 고사”라는 추진 방향이 노골적으로 명시돼 있고, 아울러 문제 인력에 대한 개인 취향과 주량 등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사용하고 있다는 부분도 나와 있었다.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내용 중에는 문제 인력에 대해 “평상시 근태불량, 지시불이행 등 문제행위를 정밀하게 채증, 유사시 징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밀착관리를 강화하라”는 지시마저 담겨 있다.
울산스마트서비스의 ‘조직 안정화 방안’ 역시 이 같은 내용에 부합하는 대목을 상당수 포함하고 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사용’과 관련된 내용은 핵심 인력을 분류해 개인 면담을 진행하고 특정 조합원의 출신학교를 파악해 학연이 있는 지인을 통해 설득하라고 명시돼 있는가 하면, 이혼·금전문제 등의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회유에 동원할 것 등이다. 개인정보의 수집과 사용 부분은 이미 삼성SDI,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들에서도 노조원 불법사찰 논란으로 비화된 바 있다.
‘징계를 준비하라’는 부분도 내용에 적용돼 있다. 지난해 2월에 작성된 ‘조직 안정화 방안’ 문건에는 노조 간부 2명을 대상으로 3월에 정직이나 감봉 징계 후 4월에 해고할 것, 그리고 법적 대응을 할 것이 명시돼 있다. 징계사유가 아직 발생하지도 않았는데도 징계와 법적 대응 방침을 미리 정해놓은 셈이다. 이 간부들은 실제로 고발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근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탈퇴를 회유한 양천센터 대표는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위장 폐업’ 논란도 잇따라
‘고사화’는 비단 울산센터 뿐 아니라 삼성전자서비스의 여러 지역 센터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비단 울산센터와 서울산센터의 위장폐업 뿐 아니라 진주센터, 마산센터 역시 앞서 위장폐업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울산센터 및 서울산센터는 ‘경영 악화와 사장의 건강상 이유’를 들어 돌연 폐업했다. 지난해 진주센터, 올해 마산센터도 같은 이유로 폐업했다.
문제는 정말 실적이 악화돼 폐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정황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진주센터 사장은 하루 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된 직원들에게 “새로운 법인을 만들테니 노조를 탈퇴하고 들어오라”고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산센터가 폐업하자 창원센터 사장이 이를 인수하겠다고 나서고 비조합원을 먼저 채용한 뒤 조합원들에게 재입사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이유를 들어 폐업한 울산센터·서울산센터 역시 위장 폐업 논란에 휩싸일 태세다.
노조 측은 지속적으로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폐업을 유도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삼성전자서비스가 권리금에 해당하는 돈을 지원하며 폐업을 유도했다며 “사장들에게 권리금으로 받았던 1억원과 노동자 1인당 300만원씩을 보장하는 식으로 폐업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확보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더구나 2013년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2014년 6월 삼성 역사상 최초의 임단협 체결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위장 폐업으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월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파업을 마치고 돌아온 지 7개월이 지났지만 단협은 하나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각 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각기 다른 해석으로 단협 이행을 일제히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논란의 삼성전자서비스 또?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연관성을 전면 부인하며 “하청 업체의 노조 대응에 개입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가 사실상 지역 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들을 지휘하고 있다는 주장은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조가 설립되기 직전인 지난 2013년 6월 민주당,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금속노조 등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들을 통해 도급 형식으로 인력을 위장 고용한 뒤 노무관리 등을 직접 하는 법 위반 행위를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의 주장은 삼성전자서비스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는 관계를 넘어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임금 역시 사실상 직접 지급하는 등 위장도급이나 다름없다는 내용이다. 한 협력업체 사장은 “삼성전자서비스가 정해주는 임금을 협력업체 직원에게 전달해주는 역할만 했다”고 증언하는가 하면, 협력업체들이 독립된 사업을 할 수 없고 직원들의 채용부터 업무지휘, 교육, 징계, 임금 지급 방식까지 삼성전자서비스의 뜻에 따라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됏다.
당시에도 부산지역의 동래프리미엄서비스가 직원들의 최저임금 등 근로기준법 준수 요구에 폐업을 신고하고 노조 간부 등을 제외한 직원들을 인근 협력업체로 고용 인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삼성은 협력업체에 노동자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새 업체를 만들어 자사 임직원 출신을 사장으로 내려보냈다”고 주장했다.
이 폭로 직후 최초의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가 설립됐고 1년여 간의 투쟁 끝에 지난해 7월 첫 임단협을 이끌어 냈지만, 노조원들 사이에서 결국 돌아온 것은 온갖 불법을 동원한 노조 탈퇴 회유와 잇따른 위장 폐업이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후 해운대센터, 이천센터, 아산센터, 진주센터, 마산센터, 울산센터 등이 잇따라 폐업했다.
지난해 10월 은수미 의원이 공개한 삼성전자서비스 내부 문건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하청업체 개입 정황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수시로 인력채용계획을 수립해 하청회사 인력 확보에 관여하고 평가를 통해 업체별 등급을 매겨 업체를 통제했다. 심지어 중부지사의 내부문건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일부 지시들이 위장도급에 해당한다는 판단마저 들어있다.
하지만 고용부는 2013년 9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협력업체 사장들이 삼성전자서비스로부터 경영 감사를 받은 내부 문건을 인정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보면 불법파견이 아니다”라고 판정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검찰 역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삼성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문제 관여 안 해” 부인
무수한 유사 사례들 속에서도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대응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결국 이번 삼성전자서비스 울산센터의 ‘지심도 유사납치 의혹 주장’과 위장 폐업 논란은 법정 소송으로 갈 전망이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재발방지대책과 사과를 내놓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서비스와 울산스마트서비스를 고발할 것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수십여 년간의 무노조 신화를 바탕으로 발전을 거듭해 왔지만,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만큼 관련 논란을 마무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의 지역센터는 정규직 직원들이 아니기 때문에 대응 강도가 삼성SDI 등의 계열사보다 훨씬 세고, 그만큼 근로자의 피해 강도 역시 크다.
지난 4월 삼성토탈에서 노조 전임자의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지만, 이는 삼성토탈이 한화에 곧 매각될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승계구도 추진과정에서 ‘일감몰아주기로 키운 회사를 상장시켜 수 조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고도 사회환원 논란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점을 보면 무노조경영에 변화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한편 울산스마트서비스 측은 노조 측이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강제성이 없는 워크샵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스마트서비스 측 주장에 따르면 유사 납치가 아니라 워크샵의 일환으로 자연스럽게 함께 동행했고, 센터 운영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고 자연스레 다음 날 돌아온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또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삼성전자서비스는 협력사의 노조·노사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또한 그는 “울산스마트서비스의 ‘조직 안정화 문건’ 역시 접한 적이 없고, 이를 포함한 다양한 내부 문건들의 내용 역시 내부적으로 작성된 것 뿐”이라고 반박하고, “‘S그룹 노사전략 문건’ 역시 검찰이 삼성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결론내린 지 오래”라며 노조 와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아울러 위장폐업 의혹에 대해서도 “지역 센터가 폐업하면 그 기간 동안 지역 고객들이 불편을 겪게 되고, 이미지도 하락하기 때문에 말도 되지 않는 얘기”라면서 “폐업이 발생하면 대체할 업체를 구해야 하는 등 사측에서도 힘든 점이 많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그는 위장 도급, 하청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에 대한 해법으로 서비스 센터들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에 대해서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것이 없다”고 답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