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업계 영향력 확대 등 시너지 효과 확실…“법적 대응 등 모험 걸어볼 만”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동양의 최대 주주는 9.75%를 확보하고 있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이다.
하지만 지난 11일 최대 주주에 오른 파인트리자산운용과 지분 경쟁 레이스를 벌이고 있는 유진기업의 지분 확보 속도도 심상치 않다. 유진기업 측은 현재 9.31%를 보유하고 있으며 앞서 이달 초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오른 바 있다.
당초 양사의 지분 확보 경쟁은 지난달 법원이 ㈜동양의 정관을 변경하고 사옥 매입 등을 추진하는 등 ㈜동양의 향후 행보에 제한을 걸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이 같은 업계의 예상을 께고 양사는 오히려 이달 들어 경영권 참여 목적을 공식화하는 등 오히려 지분 경쟁에 속도를 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레미콘업계 1위 유진기업은 동종업계로 분류되는 ㈜동양의 정관 변경에 법적 대응을 추진하고 파인트리자산운용에 한 발 앞서 경영권 참여 방침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유진기업·파인트리, 예상 깨고 잇단 경영 참여 선언
지난 4일 유진기업 측은 ㈜동양 지분 0.45%를 장내에서 추가 취득하고 지분율을 9.31%로 늘리면서 당시 9.15%를 보유했던 파인트리자산운용을 제치고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주목할 점은 처음으로 유진기업이 지분 취득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 부분이다.
유진기업은 “㈜동양의 주주로서 회사의 업무집행과 관련된 사항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적법한 절차에 의해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파장은 적지 않았다. 그간 물밑에서 지분 경쟁을 벌이며 최대 주주를 주거니받거니 했던 파인트리자산운용은 다음 날 즉시 마찬가지로 지분 취득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맞불을 놨다. 양측이 지분 확보 경쟁을 공식화하면서 ㈜동양의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딱히 ㈜동양의 지분 확보로 당장 얻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전선을 확대시키고 있는 배경에 궁금증을 표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8월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나란히 경영 참여 목적을 천명하면서 향후 80%에 달하는 ㈜동양의 소액주주 지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지난달 변수가 발생했다. 법원이 ㈜동양의 정관을 변경하고 이사진을 새로 꾸린 것인데 이로써 최대 선임 가능 이사 수는 10명으로 줄었고 임기가 3년으로 늘면서 33.3%~66.7%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 3년간은 최대 주주라고 해도 누구도 경영권을 온전히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여기에 ㈜동양의 최대 매력 포인트로 꼽히는 5000억원의 현금의 활용폭도 크게 줄었다. ㈜동양은 사옥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관 변경을 통해 ㈜동양이 인수한 사옥을 팔 경우에는 주주총회 특별 결의가 필요하게 됐다. 역시 현재 양사의 지분 수준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법원이 당시 법정관리 마무리 수순에 있던 ㈜동양에 이 같은 강력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걸면서 사실상 지분 경쟁이 무의미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최대 주주에 올라도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양사가 ㈜동양에 대해 관심을 끊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양사 뿐 아니라 타 주주들 사이에서도 회사 경쟁력 제고와는 무관한 사옥 매입에 거액의 현금을 쓰는 것이 과연 회사를 위한 결정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동양은 사옥 매입 추진을 잠정 보류했다. 이에 양사는 ㈜동양에 대한 관심을 다시 되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레미콘업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유진기업 측은 아예 정관 변경에 ‘태클’을 거는 모험수를 던졌다. 더욱이 유진기업은 이사회 정관 변경에 대해 아예 특별항고를 제기한 바 있다. 특별항고는 법원의 결정 및 명령에 법률적 위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1주일 내로 대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조치다.
유진기업의 주장은 정관 변경 후 이사의 임기가 3년이 됐다는 부분이 위법적 소지가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관련 법상 법정관리 중인 기업의 이사 임기는 1년이 돼야 하는데 법원이 상법을 따라 3년으로 못박았다는 얘기다.
이사진 임기가 1년으로 줄어들면 유진기업은 최소 33.3%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 이사 해임을 거치거나 3년이나 기다리지 않고서도 1년 뒤 지분 확보 상황에 따라 이사진을 새로 꾸리고 경영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즉, 정관 변경을 되돌리고 경영권을 하루라도 빨리 확보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레미콘 공장 시너지 확실…향후에도 적극 행보 지속 전망
유진기업이 법원의 결정에 법적 대응으로 맞서고 경영 참여 목적을 공식화하는 데에는 레미콘업계 1위로서의 위상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진기업의 레미콘업계 점유율은 지난 2014년 기준으로 1위지만 사실 4.14%에 불과하다. 주력하고 있는 수도권 시장의 점유율도 15.2%에 그친다. 레미콘업계는 이처럼 10%대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시멘트업계보다 점유율이 더욱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레미콘 자체가 생산 후 빠른 공급을 요하기 때문이다. 유진기업이 수도권 위주로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동양의 자체 보유 현금이 사용에 제한을 받더라도 유진기업으로서는 중장기적으로 ㈜동양의 지방 인프라 확보에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동양은 시장 점유율이 1.6%에 불과하지만 전국 각지에 사업장을 갖고 있다. 익산과 군산 등 전남권은 물론 부산과 김해 등 경남권과 강릉 및 원주 등 강원권에도 ㈜동양의 레미콘 생산시설이 있다. 이처럼 ㈜동양의 레미콘 공장은 부산권을 중심으로 총 16곳이지만 전국적인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유진 측의 레미콘 공장은 21개지만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전국적 영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더욱이 삼표나 쌍용, 유진 등의 중견 레미콘사들은 정부의 대기업·중견기업의 레미콘업 확장 자제 정책에 따라 중소 레미콘사의 공장을 인수하는 것 외에 추가로 사업을 확장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각지의 레미콘 공장의 몸값은 한층 높아져 가고 있다. 지난해 레미콘사업을 정리했던 두산건설의 5개 레미콘 공장은 총 1300억원에 팔렸다.
이에 유진기업이 ㈜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보유 현금 활용면에서 제약이 있더라도 ㈜동양의 인프라와의 시너지 효과만으로도 큰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까지 유진기업은 경영권까지 언급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법원과 대치를 이어가고 있고 지분 매입을 위해 갈 길이 먼 만큼 벌써부터 경영권 확보까지 언급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을 차지하기만 하면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고 불발되더라도 이미 경영권 분쟁 이슈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거둔 만큼 앞으로도 유진기업의 지분 확보 움직임은 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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