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통한 주가 치고 빠지기 의혹…금융당국 조사 나서

4일 금융감독원은 SC펀더멘털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주주제안을 하고 철회하는 방법으로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는 의혹과 관련해 SC펀더멘털의 주주제안 전반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C펀더멘털은 GS홈쇼핑에 배당금을 크게 늘리는 등의 주주제안을 하고 사측과 대결 구도를 형성했지만 실상은 주주제안 자격조차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SC펀더멘털은 GS홈쇼핑 외에도 현대·기아차 1차 밴더 부품사인 모토닉과 경동도시가스에도 주주제안을 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SC펀더멘털이 주주제안을 불공정거래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피해 기업들 역시 SC펀더멘털의 부당행위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SC펀더멘털이 여전히 해외 투자자들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다음 타깃이 어디가 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도 삼호개발에 배당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GS홈쇼핑, SC펀더멘털 자격 해프닝에 농락
지난달 GS홈쇼핑을 둘러싼 SC펀더멘털의 행보는 소위 SC펀더멘털 주의보가 본격적으로 내려지는 기폭제가 됐다.
지난해 10월 SC펀더멘털 데이빗 허위츠 사장은 GS홈쇼핑을 방문해 배당 정책 강화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업계의 예상대로 지난달 16일 SC펀더멘털은 배당금을 이사회에서 결의된 주당 5200원의 두 배 가량인 1만원으로 늘리고 62만주의 유통주식 매입과 소각을 통한 주가 부양,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SC펀더멘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1%가 기준인 주주제안의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상황이었다. 관련법상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의 주주제안은 안건에 반영돼야 한다. 이에 GS홈쇼핑 정기 주주총회에서 SC펀더멘털의 주주제안이 상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표대결이 예상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기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이 예상되면서 GS홈쇼핑 주가는 상승세로 돌아섰다. 주주제안 전날까지 하향곡선을 타고 있던 GS홈쇼핑 주가는 17만8000원이었지만 지난달 22일 GS홈쇼핑 주가는 18만7700원으로 1만원 가까이 올랐다.
GS홈쇼핑 측은 SC펀더멘털의 주주제안에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GS홈쇼핑의 배당성향이 업계의 3~4배에 달하는 41%에 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두 배로 늘리라는 요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최대 주주인 ㈜GS의 지분율이 30%에 불과한 반면 외국인 지분이 35%에 달해 지분 구성이 취약한 편인 GS홈쇼핑으로서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SC펀더멘털이 주주제안 자격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SC펀더멘털 측의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지분은 1.4%로 1%를 넘긴 것이 맞지만 주주제안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1% 이상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말 SC펀더멘털의 GS홈쇼핑 보유 지분은 1%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주주제안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던 셈이다.
난색에 이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한 GS홈쇼핑에 SC펀더멘털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주주제안을 철회한다는 서면을 보냈다. 서류 등록 과정에서 펀드 1곳이 누락되면서 불거진 단순 실수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헤지펀드가 주주제안 자격 보유 여부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점에서 SC펀더멘털이 대부분 기업들이 주주명부상 지분율만 확인할 뿐 지속적인 소유 여부까지 확인하는 일이 적다는 점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SC펀더멘털, 유사한 행보 지속 이유는?
SC펀더멘털을 향한 시선이 더욱 따가운 이유는 앞서도 비슷한 공격 사례가 수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1차 밴더 부품사 모토닉은 지난해 1월 SC펀더멘털 측으로부터 감사선임과 배당금 증액,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받았다.
이에 모토닉은 SC펀더멘털에 주주제안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문의했지만 SC펀더멘털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법원에 주주총회의안 상정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모토닉은 주가가 출렁이는 부작용은 물론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등 업무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모토닉은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실질주주명부를 수령한 결과 SC펀더멘털이 주주제안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더욱이 심문기일이 지나자 SC펀더멘털은 돌연 가처분 신청을 취소했다. 의도에 의심이 갈 수 있는 정황이다. 모토닉은 김영봉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0.66%이고 소액주주 지분율은 13.90%에 불과하다. 어차피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SC펀더멘털은 올해도 모토닉에 발행 주식의 31%에 달하는 자사주 전량 소각과 사외이사 선임 등의 주주제안을 요구했다. 데이빗 허위츠 사장 역시 대표이사 등의 임원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모토닉은 금융당국에 SC펀더멘털의 부당한 주주제안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조사를 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동도시가스 역시 SC펀더멘털의 주주제안을 받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SC펀더멘털은 경동도시가스에 주당 1500원의 현금배당과 감사 추가 선임 등을 요청한 바 있다.
경동도시가스가 지급하기로 했던 배당금은 주당 1250원으로 SC펀더멘털은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경동도시가스는 최대 주주 경동홀딩스와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이 43.47%에 달한다는 점에서 소수 지분에 그치는 SC펀더멘털의 배당금 증액 요구는 사실상 관철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경동도시가스 입장에서 SC펀더멘털의 감사 선임 요구는 아무래도 부담이다. 감사 추천의 경우에는 대주주의 의결권 지분이 3%로 제한된다. 기관투자자나 소액주주 일부만이라도 SC펀더멘털의 입장에 동조하면 안건이 가결될 확률이 높다.
SC펀더멘털 측의 감사가 선임되기라도 하면 경영권 간섭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경동도시가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 년 전에도 SC펀더멘털은 국보디자인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일부의 표심을 얻어 감사 선임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이후 SC펀더멘털 측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주가가 급등한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고 교체된 감사는 중도 사퇴했다.
토목을 주력으로 하는 삼호개발도 SC펀더멘털의 주주제안을 받은 상황이다. SC펀더멘털은 지난달 초 삼호개발 측에 배당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으로 올리고 자사주 5%에 대한 매입을 결의해달라는 요구를 담은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호개발의 현금배당액은 이사회에서 지난해와 같은 주당 100원으로 결의된 상황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143%나 증가한 135억원이고 매출도 2668억원으로 26.5% 상승했기 때문에 배당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호개발은 최대주주인 이종호 회장 외 8인의 대주주 지분이 23.27%에 달한다. 반면 SC펀더멘털 측 지분은 7.83% 가량이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주식이 66.7%에 달하고 모두 5% 미만을 보유한 주주들이라 소액주주들의 표심의 향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소액주주 피해 아냐” 반론도
다만 일각에서는 SC펀더멘털의 주가 띄우기 행보가 반드시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양산하는 결과를 야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GS홈쇼핑의 경우 74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쌓아두고 있는 만큼 소액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없는 홈쇼핑 사업 특성상 배당을 늘리고 자사주를 매입함으로서 오히려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논지다. 헤지펀드에 대한 반발 심리가 대주주의 입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유사한 행보를 수 차례 보이면서 실제 적지 않은 소액주주들이 급변하는 주가로 인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불공정행위에 대한 논란은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SC펀더멘털이 주가 상승을 목적으로 시장질서 교란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어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저평가된 기업 중 지분 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 대한 헤지펀드의 압박은 빈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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