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23조 새만금 투자, 결국 ‘새드엔딩’ 맞나
삼성의 23조 새만금 투자, 결국 ‘새드엔딩’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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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 동안 진척 거의 없어…투자 의향 의구심에 투자 무산 가능성↑
▲ 전북도 등과 새만금에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삼성그룹이 5년이 다 되가는 현재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투자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지난 2011년 전북도 등과 새만금에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삼성그룹이 5년이 다 되가는 현재까지도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투자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전북도청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지난 2011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용지에 오는 2021~2040년까지 3단계에 걸쳐 총 20조원을 투자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간 국정감사나 언론 등을 통해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 카드에 대한 이행 의지가 도마 위에 올랐음에도 투자와 관련된 사전작업이나 문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사업재편을 거듭하고 있는 삼성그룹이 사실상 새만금 투자를 접은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 무산 가능성은 정치권의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전북도청은 물론이고 지역 사회에서는 삼성그룹의 MOU 체결이 정부와 합작한 정치 쇼에 지나지 않았다는 강한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전북 민심, LH 본사 이전 무산 속 삼성 새만금 투자 환호
지난 2011년 4월경 국무총리실과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와 전북도 그리고 삼성그룹은 새만금 사업 투자 및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당시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김정관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 김완주 전북도지사 등 5명이 MOU에 서명했다.
 
당시 전북 지역에서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문제가 한창 거론되던 때에 LH의 전북 이전이 무산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극에 달하던 분위기였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삼성그룹의 새만금 투자를 이끌어 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시 삼성이 밝힌 내용은 2021년부터 2040년까지 총 3단계로 나뉘어 새만금 신재생 에너지용지(11.5㎢)에 풍력발전기와 태양전지 등 그린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7조6000억원이 투자된다는 계획이 나왔고 고용인원만 2만명에 달한다는 예상도 제기됐다. 총 투자 금액은 23조원에 달했다. 소식을 접한 전주 등 전북지역은 곧바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도내 곳곳은 전북도가 내건 현수막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특히 지지부진하던 새만금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새만금 사업은 지난 1991년 방조제 착공 이후 2차례의 공사 중단과 법정싸움 끝에 19년 만인 지난 2010년에서야 방조제가 완성되는 등 개발 진행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그룹이 20조원 넘게 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점 만으로도 많은 도민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 최근 전북도는 최근 삼성 측에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실무진이 투자 불가 입장을 구두로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민들의 실망도 큰 분위기다. ⓒ뉴시스
◆진척 거의 없어…MOU 이행 의지 의구심
하지만 이후 삼성그룹은 후속 조치를 거의 진행하지 않았고, 이에 지역 사회와 정치권은 삼성그룹의 투자 이행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국회에서는 새만금개발청이 삼성그룹과 면담한 횟수가 5년 가까운 시간 동안 불과 세 번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마저도 새만금개발청 과장급이 면담한 것이고 삼성그룹 측은 상무급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무소속이던 천정배 의원(광주 서구을·현 국민의당)은 이병국 새만금청장에게 삼성의 투자 진행 정도를 물었다. 이에 이병국 청장은 삼성이 계속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지만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막연하다는 느낌이 든다며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답해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더욱이 전북도는 최근까지도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어떠한 투자상담이나 문의조차 직접 받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지역 일각에서는 도민들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정부가 삼성을 끌어들여 정치 쇼를 벌인 것 아니냐는 격한 반응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무산 가능성 높아져…지역 민심 ‘부글부글’
특히 최근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 체제를 확립하는 데에 여념이 없다. 전자와 금융을 양대 축으로 비주력 계열사들을 잇따라 매각하거나 매각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3년 삼성그룹은 태양광 산업을 포함한 5대 신수종 사업을 추진하던 신사업 추진단을 해체하기도 했다. 그린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 의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전북도 측은 삼성그룹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바이오 산업 쪽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할 것을 기대하기도 했다. 송하진 도지사는 연초 “투자의 방향을 바꿀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바이오 산업 분야 등의 투자도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비치기도 했다.
 
특히 농생명융합 등을 축으로 하는 전북연구개발특구, 익산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 농진청 및 산하 연구기관 등을 감안하면 새만금 지역이 바이오산업의 입지로서도 손색이 없다는 점도 기대감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송하진 도지사는 당시 “내적으로 여러 사업 제안을 비롯해 투자 MOU 진위여부 확인에 대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이 되면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지역 언론에서는 이에 조만간 전북도 고위 간부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전북도는 최근 삼성 측에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실무진이 투자 불가 입장을 구두로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역민들의 실망도 큰 분위기다. 투자 의향이 없으면 확실히 입장을 정해줘야 하는데 가타부타 미루기만 하면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시간만 질질 끌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세계적인 대기업 삼성그룹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삼성그룹은 고덕에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2017년 완공 예정으로 1차 투자금액만 해도 15조원이 넘는다. 또한 바이오산업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3공장을 인천 송도에 짓기 시작했다. 여러 정황상 바이오산업을 새만금 지구에 유치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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