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정규직 채용 근접한 잠정합의안 통과

18일 현대차 사내하청 울산지회에 따르면 최근 사내 하도급 근로자 2000여명을 특별고용하는 사측과의 세 번째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총원 679명 중 622명이 투표에 참여해 48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투표자 대비 77.81%가 잠정합의안에 찬성하면서 합의안이 최총 가결됐다. 합의안에는 현대차가 올해 1200명, 내년 8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2018년부터 현대차는 정규직 인원의 소요 발생시 일정 비율로 사내하청 인원을 채용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노사 쌍방은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하고 해고자는 본인이 원할 경우 해당 업체에 재입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우수 기능인력 유치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업체에서의 근무경력 인정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비정규직 문제, 어느 덧 11년째 갈등
이번 잠정합의안의 가결에 따라 현대차는 10년 넘게 끌어오던 불법파견 문제를 일단락짓게 됐다.
현대차와 비정규직간의 분쟁은 11년 전인 2005년 최병승 씨의 부당해고 소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병승 씨는 당시 사내하청업체에서 노조활동을 하다가 해고된 후 현대차의 직접 지시를 받고 일했기 때문에 사내하청업체에 해고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이 소송 이후 현대차는 노동계 및 비정규직들과 첨예한 대립을 벌여 왔다. 최병승 씨는 5년이 넘는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들었다. 이후 비정규직 1247명이 같은 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더욱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노조는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공장을 불법점거하고 파업을 벌이거나 295일간 철탑농성, 희망버스 폭행 사태 등을 이어갔다. 이에 사측은 비정규직 노조를 상대로 형사소송과 200억원대의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원의 판결 속 2014년부터 협상 급물살
하지만 법원이 장고 끝에 비정규직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현대차와 노조의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앞서 2010년 제기됐던 1247명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전원의 정규직 지위를 인정했다. 여기에 2차 하청 노동자들까지 묵시적 근로계약임을 인정했다. 이 소송은 오는 27일 항소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또한 지난해 2월 대법원은 아산공장 비정규직 7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도 4명에 대해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히 이 판결에서는 사내하청 근로자들만 투입되도록 떼어진 간접생산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들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간주됐다.
법원이 잇따라 비정규직 노조 측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노동계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현대차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현대차와 노조간의 협상은 서서히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원고 승소 판결이 나오기 한 달여 전인 2014년 8월 현대차는 전주공장과 아산공장의 비정규직 노조와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에 성공했다. 사내하청 근로자 4천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안이다. 일명 8.18 합의로 이 계획에 따라 현대차는 지난해까지 40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신규채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안을 가결시킨 울산지회는 당시 합의에 불참했다. 정규직 전환이 아닌 신규 채용이고 기존 근속연수도 3분의 1밖에 인정되지 않는 등 완전한 정규직화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더욱이 당시 8.18 합의에 따르면 신규 채용시 기존 소송을 취하해야 하므로 체불임금이 사라지게 된다는 맹점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의 승소 판결에 따라 울산지회와 사측은 다시 협상의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9월 양측은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올해와 내년 각각 1000명씩 총 2000명을 뽑는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하지만 첫 잠정합의안은 울산지회 투표에서 부결됐다. 역시 인정되는 근무연수와 호봉 등의 조건에서 8.18 합의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면서다. 양측은 지난 1월에도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또 부결됐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잠정합의안에서 일부 조건들이 변경되면서 결국 양측은 협상을 완전히 마무리지었다. 2차 잠정합의안에서 추가 채용 인원을 총 2000명으로 유지하는 선에서 올해 1200명, 내년 800명으로 조정했고 인정되는 근무연수와 호봉의 범위 확대,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취하시 회사가 지급하는 격려금과 소송비용보전금의 상향 등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법정 싸움이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부담 역시 잠정합의안 통과의 주 원인으로 거론된다. 실례로 최병승 씨의 소송이 결로나는 데에만 5년이 걸렸고 2010년 제기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1심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무려 4년이 소요됐다. 항소심과 상고심을 거칠 경우 언제까지 법정 다툼을 벌여야 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대차 측은 “사내하도급을 둘러싼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고 노사가 상호양보정신에 입각한 상생의 합의안을 최종 타결했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노사합의로 사측은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지속적으로 채용,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노조 측 역시 “10년 넘게 다툼을 벌이면서 조합원이 구속, 징계, 소송 등을 당했는데 이제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오는 21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조인식을 가질 전망이다.
◆노노 갈등 등 숙제 있지만 각계 각층 대체적으로 환영 목소리
다만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울산지회 내부에 발발한 노노 갈등의 생채기는 봉합돼야 할 숙제로 남게 됐다.
울산지회는 사측과의 협상 기조에 반발한 일부 조합원들과 나머지 조합원들의 갈등으로 홍역을 치렀다. 올해 초에도 일부 강성 조합원들은 집행부 재신임 결정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퇴했다.
사내하청 직원들의 전원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는 점도 미완의 합의안이라는 평가를 부를 소지가 있다. 현대차에 근무하는 사내하청 근로자는 총 6800명 가량으로 지난해까지 4000명이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2017년까지 2000명이 추가 채용된다.
사실상 노조 측이 요구해 온 전원 정규직 채용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명확하게는 전원 채용 방침이 아니라 일정 숫자를 명시한 합의안이기 때문에 완벽한 합의는 아니라는 점이 불만의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다만 대체적으로는 워낙 양측이 합의에 오랜 시간을 끌어왔고 전 비정규직 노조와 합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양측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이날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좀 늦기는 했지만 시간을 더욱 지체하지 않고 협상을 이끌어 낸 현대차 측에도 사실 긍정적인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울산지역 언론들 역시 현대차의 비정규직 문제의 완전 해결에 박수를 보낸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동계 역시 양측의 합의에 기존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내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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