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그림 고려했다”…“대우증권에 우선 순위 둔 것” 해석도

23일 미래에셋증권은 “현대증권 인수 컨소시엄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과열 경쟁 우려 등 큰 그림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오는 25일 본입찰은 한국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2파전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양사 외에 미래에셋증권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던 LK투자파트너스를 비롯한 파인스트리트, 글로벌원자산운용, 홍콩계 액티스 등 총 6곳이다.
또한 지난해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한 ‘큰 손’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 불참을 선언하면서 현대증권 매각가 역시 미래에셋증권이 참여할 경우보다는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박현주 회장까지 해외 출장에서 급히 귀국할 정도로 고심을 거듭했던 미래에셋증권이 갑자기 내세운 과열 경쟁 우려보다는 대우증권과의 합병 마무리에 우선 순위를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예전부터 자기자본규모 10조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를 공공연하게 목표로 삼아왔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도 이 같은 목표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또한 단독 인수가 아닌 컨소시엄 형태의 인수라는 점에서 자금 부담도 덜 하기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의 인수전 참여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 불참을 결정한 것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우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만전을 기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대우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들이 지속적으로 미래에셋증권의 인수 자금 조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증권 인수까지 시도하게 되면 자금 조달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을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을 인수하면서 부채에 주로 의존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선택했다. 2조3000억원 가량의 인수가 중 유상증자 9500억원, 보유현금 6300억원, 차입금 8000억원으로 자금이 마련된다. 물론 불법은 아니지만 대우증권 노조와 소액주주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부채에 의존할 경우 논란을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실제 전날 금감원은 금융위에 심사 보고서를 보내면서 “큰 문제는 없지만 현대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경우 자금조달이나 대우증권 인수구조에 대한 영향 등을 봐야 한다는 시선이 있는 변수도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금융당국의 부정적인 시선과 논란 재연의 부담 등에 미래에셋증권이 인수전 참여를 포기한 것 아니겠느냐는 얘기다.
결국 미래에셋증권이 현대증권 인수전 불참을 선언한 이날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해 “대주주가 되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가 오는 30일 전체회의를 열고 관련 안건을 통과시키면 잔금 90% 납부를 거쳐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마무리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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