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삼수생’ KB 품으로…각양각색 표정들
현대증권, ‘삼수생’ KB 품으로…각양각색 표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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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현대증권 일단 안도…한국금융, 허탈한 표정
▲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우여곡절 끝에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1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3파전 구도로 펼쳐졌던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내달 1일 결과를 공식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전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KB금융지주는 이로써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유동성 위기에 놓인 현대그룹 역시 불투명했던 현대증권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 숨 돌릴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현대증권 노조 역시 과거 대우증권 노조와 마찬가지로 KB금융지주로의 피인수가 조금 더 낫다고 판단했던 만큼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면 또 한 차례 고배를 마신 한국금융지주는 당분간 현대증권 급의 대형 매물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아쉬운 분위기다. 한국금융지주는 이에 해외 증권사 M&A로 눈을 돌려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KB금융 윤종규 회장, 뚝심 빛났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그간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특성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편견을 깨고 1조원을 넘는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오릭스가 제시했던 65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금액이다.
 
이로써 KB금융지주는 당분간 마지막이 될 대형 증권사를 품에 안는 데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KB투자증권은 인수가 성사될 경우 업계 18위권에서 순식간에 3위로 도약하게 된다.
 
또한 그간 경쟁 후보들에 비해 넉넉한 자금 사정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이어졌던 증권사 M&A 흑역사도 과감한 베팅으로 끊을 수 있게 됐다.
 
KB금융은 2014년 증권업계 1위였던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전에서 NH농협금융에 고배를 마셨다. 우리투자증권에는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지만 패키지 인수가에서 1000억원 차이로 밀린 탓이다. 결국 NH농협증권은 우리투자증권을 품고 NH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 업계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지난해 말에는 업계 2위 대우증권 인수전에서도 가격 때문에 밀렸다. 대우증권 노조까지 KB금융 인수를 바란다고 공공연하게 밝히는 우호적인 상황 속에서도 KB금융은 오너 체제의 미래에셋증권의 인수가보다 3000억원 모자란 금액을 제시, 보수적인 이사회 체제의 한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NH투자증권을 제치고 압도적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에서는 “이번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는 후문이다. 애초에 지난해 오릭스가 제시한 가격인 6500억원이 마지노선으로 작용했던 가운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에서 예상한 인수가는 8000억원대였다.
 
하지만 KB금융은 예상을 깨고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현대그룹 입장에서 가격이 최우선 요소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KB금융의 과감한 베팅이 인수전 승리를 불러온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은 인수전 승리를 통해 드디어 금융지주사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증권사를 거느릴 수 있게 됐다. 현재 KB금융지주 순이익에서 증권업 비중은 5%도 채 되지 않는다. KB투자증권이 그만큼 중소형 증권사이기 때문인데 향후 현대증권과 합병하게 되면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6226억원에서 3조9000억원 규모로 크게 뛰어오른다.
 
이는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증권(5조8000억원)과 NH투자증권(4조5288억원)에 이은 3위다.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행여나 인수 과정에서 KB금융지주가 인수한 현대증권 지분이 합병법인의 자사주로 편입된다고 해도 신한금융투자(2조5216억원)를 제치고 5위권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KB금융지주는 당분간 마지막이 될 대형 증권사를 품에 안는 데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갈 길 바쁜 현대그룹, 일단 안도
위기에 몰린 현대그룹도 일단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거머쥘 수 있게 되면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은 지난 2013년 말부터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이행해 왔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매각이 성사될 경우 2년 만에 큰 산을 넘은 셈이다.
 
특히 매각 과정에서 지난해 파킹딜 논란에 이어 실사 부실 논란, 진성 매각 의지 논란, 잇따른 발표 연기 등 논란이 일면서 매각 무산 가능성까지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국 매각이 성사될 확률이 높아지면서 현대그룹 내부에서도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은 이번 매각이 성사될 경우 현대상선의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현대상선과 외부자문사 밀스타인 관계자 등 용선료 조정 실무단은 지난 2월부터 해외 선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이르면 내달, 늦어도 5월 중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운업이 호황이던 당시의 용선료를 인하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또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블크전용선 사업부를 1200억원 가량에 매각했고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도 매각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직접 나서 사재300억원을 출연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노조도 일단 최악은 피했다는 반응이다. 노조 측은 이날 “한국투자금융이 아닌 KB금융지주가 우선 협상자로 선정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 현대증권 노조는 이날 저녁 7시 한국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를 반대하는 집회까지 계획했다가 결과가 알려지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노조에 이어 현대증권 노조도 한국금융지주의 인수를 반대했던 것은 구조조정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대형 증권사끼리 합병할 경우 중복 인력 등이 필연적으로 적지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KB투자증권은 중소형 증권사라는 점에서 피인수 기업의 노조로부터 상대적으로 호의적인 반응을 받아 왔다. 다만 노조 측은 아직 KB금융지주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향후 입장 변화 소지는 남아 있다.
 
▲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던 한국금융지주는 대우증권 인수전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충격에 빠졌다. ⓒ한국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충격패에 허탈…해외로 눈 돌리나
반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받던 한국금융지주는 대우증권 인수전에 이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시면서 충격에 빠졌다.
 
특히 한국금융지주는 현대증권이 다시 매물로 나오자 일찌감치 현대증권 인수 입찰서를 제출하며 뛰어들었다. 또한 KB금융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으면서 한국금융지주의 승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 바 있다.
 
특히 한국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은 이번 인수전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을 2020년까지 아시아 1등 투자은행(IB)로 키우겠다는 비전에 따른 것이다. 한국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7조원대의 초대형 증권사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KB가 예상 외로 통 큰 베팅을 하면서 한국금융지주는 수 개월 만에 연패를 당한 셈이 됐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KB금융지주에 근소한 차이로 밀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김남구 부회장의 ‘비전 2020’ 달성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로서는 처음으로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하는 등 국내 금융기관 중 아시아 시장에 가장 적극적으로 진출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눈을 돌린다는 복안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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