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파, 떠나라는 너만 떠나면 된다
보수우파, 떠나라는 너만 떠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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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강수 칼럼니스트
박강수 칼럼니스트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까지 보수진영은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내분이 계속되어오면서 그 반사효과에 힘입은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이 그간 어떤 견제장치도 없이 일방 독주해왔다.

이런 야권 공백상태를 기회 삼아 문 정권은 여론의 우려를 뒤로 한 채 급속한 탈원전 추진부터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일방적 국정운영을 지속해 왔고, 계속된 자충수 끝에 최근엔 지지율 추락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보수정당이 정작 큰 힘을 받지 못하는 건 결국 우파 스스로의 자중지란을 확실하게 극복하지 못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한국당에선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래, 적어도 표면상으론 계파 갈등이 불거지지는 않아왔지만 얼마 전 전원책 해촉 사태를 기점으로 비대위가 흔들리고 차기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다시 당권을 놓고 친·비박 간 충돌 조짐이 감지되고 있어 점점 걱정 어린 국민들의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물론 보수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보수 분열 문제도 있었던 만큼 일각에서 제기된 보수대통합에 대해 아직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이는 거의 없다지만 홍문종 의원의 경우 복당파에 탄핵백서를 요구하는 등 아직도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런 저런 전제조건을 내세우고 있어 사실상 서로 나가라던 당초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명분으로 내세우는 보수궤멸의 책임을 일일이 묻자면 현역의원들 중 티끌 하나 흠없는 이를 찾기 어려우니 이 주장은 결국 모두 뿔뿔이 흩어져 사분오열되자는 이야기로 현역 의원 모두가 불출마를 선언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점에서 폭주하는 문 정권을 견제하고자 이미 한국당에선 김무성, 나경원, 바른미래당에선 이언주 등 당 안팎을 막론하고 탈계파적 보수통합 필요성을 역설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7일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함께 하여 문 대통령이 국정을 잘못 이끄는데 이걸 제지하기 위해선 선거에서 이겨야 하며 선거를 앞두고 우파가 화해·용서하고 합쳐야 한다면서 선거 직전 전당대회를 우파 통합 계기로 만드는 게 좋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기에 나경원 의원까지 지난 2일 태극기부대 등 우파가 다 합쳐 정부 잘못에 소리 내야 한다고 호소한 데 이어 9일 한 토론회에서도 아군끼리 총을 겨눌 때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는데 이 자리에 함께 한 친박계 윤상현 의원조차 반문연대의 기치 아래 모든 정치노선의 차이는 뒤로 하고 조건 없이 단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원외 출신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지난 14반문연대에 대해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으며 심지어 바른미래당에서도 반문연대의 깃발을 들고 새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이언주 의원이 앞장서고 있다.

반면 아직도 보수 적통을 운운하며 내부를 갈라 치는 듯한 발언이나 보수통합에 있어서도 집 나간 사람 그냥 데리고 오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발언 등 반문연대의 취지를 흐리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일단 이 같은 불협화음을 극복하지 않고선 정부여당에 단일대오로 맞설 수 없다.

보수 우파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보수야당이 확실하게 결속돼 분명하게 문 정권 견제에 나서라는 것인데 자기들 끼리 서로 다른 듯 상호 비난만 쏟아내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보수정당의 소속 정치인들이 계파간 이익 그리고 자기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아무리 다르다고 악을 써도 국민들에겐 초록이 동색이라고 한 몸으로 보일 뿐인데 대체 왜 유일한 활로를 제쳐두고, 지나간 일에만 사로잡혀 미래를 보지 못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미 민주당에선 파급력이 상당할 이 반문연대움직임을 저지하고자 전해철, 이종걸 등 친문, 비문을 막론하고 노골적인 견제구를 던지고 있는데다 바른미래당에서도 일부 반대 기류가 일어나는 등 당장 추진해도 순탄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데, 여태 정신을 차리지 못한 이들이 있다 보니 이러다 정국을 전환할 마지막 기회인 반문연대 타이밍조차 실기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당내에선 비박, 친박, 탄핵 찬반 등을 구분하는 데만 매몰돼 당을 떠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작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만 떠나면 그토록 진통을 겪어왔던 보수우파 결집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나 당보다 오직 자기 생존을 위해 나 아니면 안 된다식의 자기정치를 고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인데, 내부에서의 갑론을박은 차치하고 국민들의 시각으론 모두가 하나와 다름없는 보수우파일 뿐이니 진정한 보수 정치인이라면 지금은 불복이 아니라 승복의 시기인 만큼 누구를 막론하고 당원과 국민들에게 제일 많은 지지를 받아 당선 혹은 승리한 상대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승복의 미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년 장기집권론을 여기저기서 거론해온 것도 자신들이 아무리 실정을 거듭할지언정 현재 보수 정치인들이 정부여당에 맞서 뭉치는 대의보단 계속 자기정치에만 집중해 최소 20년 동안은 결집하지 못할 거란 자신감에서 나온 게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몇몇 보수당 의원들은 우파결집에 앞서 과거 전원책 전 조강특위 위원이 제안했었던 탄핵 끝장토론부터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안방에 들어가면 시어머니 말이 맞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맞다는 속담처럼 의원들마다 각자 정당성이 있기에 아무리 토론을 해본들 아물어가던 상처만 덧나게 할 뿐이다. 차라리 이는 훗날 사가들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두는 편이 무의미한 끝장토론보다 훨씬 객관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보수 우파 정치인들은 이렇게 과거에 사로잡혀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게 아니라 어차피 돌아올 집토끼보다 확장성을 위해 산토끼를 잡으러 나서야 할 때다. 산토끼는 경시한 채 지금처럼 집토끼에만 연연한다면 필연적으로 지지율 20%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여 차기 총선 220석을 주장하는 여권 인사의 주장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심각성을 바로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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