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임 부장판사, 공개하는 수준보니 역시 탄핵이 맞아"
안철수 "사법부마저 위협...권력의 뇌물로 후배 목 바친 꼴"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법관 탄핵에 대한 발언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임 부장판사가 그 당시 김 대법원장과 '법관 탄핵'을 이야기 나눴던 녹취록을 4일 공개했다.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이날 기자들을 통해 "대법원의 입장표명에 대하여 저희 측의 해명이 있었음에도 언론에서는 ‘진실공방’ 차원에서 사실이 무엇인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며 지난해 '탄핵'과 관련한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의 지난해 5월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앞서 전날(3일)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입장 표명한 바 있으나, 공개된 녹취록으로 인해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를 향해 "이제 사표 수리 제출 그러한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걸 생각해야 하잖냐"며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임부장이 사표내는 것은 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임 부장판사에게 "내가 그것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 상황도 지켜봐야 된다"며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고 토로했다.
김 대법원장은 "임부장 경우는 임기도 사실 얼마 안 남았고 1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잖냐. (탄핵이) 나도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탄핵이 되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다"면서도 "일단은 정치적인 그런 것은 또 상황은 다른 문제니까"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탄핵이라는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오늘 그냥 (사표) 수리해 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냐"며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이날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은 "더 이상 침묵을 지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도리가 아니다"며 "사법부의 미래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도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되어 부득이 이를 공개한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임 부장판사가 연임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본인의 건강상 문제도 있었습니다만, 수사 중이라거나 재판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약 3년째 정상적 재판업무에서 배제됐었다"며 "그런 방침이라면 언제 끝날지 예측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명목상으로 직을 유지하는 것은 국민과 사법부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그의 자존심으로도 감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임 부장판사 측 변호인에 따르면, 임 부장판사는 담낭 절제, 신장 이상 등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해 5월 22일에 법원행정처에 사표를 제출했는데, 그 이후 김 대법원장과 임 부장판사가 면담을 한 후 임 부장판사의 사표가 반려 처리되면서 그대로 사표처리가 표류되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부장판사의 사표는 현재 대법원에서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들통남에 따라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자신의 거취를 의논하러 간 자리에서 대법원장과 대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수준의 부장판사라면, 역시 탄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반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믿기 어려운, 충격적인 녹취록이 공개됐다"며 "정치상황 살피는 대법원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사법부의 권위를 짓밟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아울러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부인했던 임성근 부장판사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졌다"며 "이 녹취록이 사실이라면, 김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과 법관들의 리더로서의 자격을 상실했다"고 꼬집었다.
배 대변인은 김 대법원장을 향해 "바로 본인이 탄핵되어야 할 당사자가 된 것이다"며 "법관으로서의 양심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지금 즉시 본인의 거취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관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을 향해 "당신들 입맛에 맞는 판결만 내리는 법원을 바란다면 차라리 광화문 한복판에서 인민재판을 여는 게 어떻겠냐"며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대다수 법관을 겁박하는 법관 탄핵을 당장 철회하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안 대표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가장 먼저 불의와 부정이 판친 곳은 권력 핵심부와 행정부였다"면서 "불의와 부정의 바이러스는 입법부까지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좀비로 만들었고, 이제는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아울러 그는 "그 중심에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있다"며 "김 대법원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사직 의사를 표명한 임성근 판사의 사직을 불허했는데 그 이유가 사직하면 탄핵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만약 김 대법원장이 여당의 탄핵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임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후배의 목을 권력에 뇌물로 바친 것"이라며 "이제는 대법원장까지 나서서 우리 사법부를 권력의 시녀보다도 못한 권력의 무수리로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