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들 “우리나라 배당성향은 원래도 높지 않아”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 비율) 20% 이내’ 권고에 따라 주당 배당금을 줄이면서 주주들이 반발하자 금융위원회가 “배당 축소 권고는 대부분 해외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급히 해명에 나선 모양새지만 주주들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8일 “배당 축소 권고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조치로, 대부분 해외 금융당국이 실시하고 있다”며 “관련 법규에 따라 투명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국내 시중은행들이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이익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경제의 불확실성 및 실물경제 어려움이 장기화될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3조4552억원, 3조4146억원, 2조6372억원의 순이익(지배기업 지분 순이익 기준)을 달성해 각 지주 설립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KB금융은 2020년도 배당성향을 지난해보다 6%p 떨어진 20%(주당 1770원)에 결의했고, 하나금융도 5.78%p 떨어진 20%(주당 1350원)에 결의했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3월 초 이사회에서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바젤위원회 조사결과 전 세계 주요 30개국 중 27개국이 코로나19에 따른 배당제한 등 자본보전 조치를 실시 중”이라며 “나머지 3개국도 배당에 대한 사전승인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배당제한 조치를 취한 것과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EU는 순이익의 15%, 영국은 25% 이내에서 배당을 권고하고 있다”며 “이는 주요 EU 은행의 평상시 배당성향이 40% 수준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최근 5년 평균 24% 수준) 보다 엄격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배당제한 권고에 따라 은행의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무디스 등 해외 신용평가사는 배당제한 권고가 은행의 신용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무디스는 지난 1일 신용전망 보고서에서 “한국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권고가 은행의 자본 확충을 위한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며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한국 내 은행들의 자본 적정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무디스의 전망을 강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당국의 설명에도 주주들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매도 등 다른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면서 이번 배당 제한 권고는 ‘다른 나라도 하니 우리나라도 한다’는 식의 논리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금융지주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한 누리꾼은 “누가 보면 계속 잘해주다가 어쩌다 한번 못해주게 된 줄 알겠다”며 “우리나라는 평소에도 배당성향이 높지 않다. 잘될 때도 안 주고 어려울 때도 안 주면 도대체 언제 준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