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2008?’ KT 이석채 회장, 물러날까
‘어게인 2008?’ KT 이석채 회장, 물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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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수사 받다 자진사퇴한 전임사장…이 회장도?

KT 이석채 회장의 거취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후 KT는 끊임없이 ‘이 회장 사퇴설’에 시달려왔다. 그때마다 “사퇴는 없다” “사실무근”이라고 못 박았지만 전임수장들이 정권교체기에 교체됐던 점을 미뤄 ‘이 회장 사퇴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이 KT 본사와 이 회장 자택 등 16곳을 압수수색했다. 배임혐의로 고발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 것이다. 최근 검찰수사와 더불어 앞서 불거졌던 친정부 인사영입 논란, 실적부진 평가까지…. 상황은 이 회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 회장의 거취는 KT 안과 밖, 어디일까.

▲ KT 이석채 회장 /사진은 이 회장이 30일 오후(현지시간) 아프리카 르완다 키갈리 세레나호텔에서 아프리카 8개국 IT장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시민단체, 이 회장 배임혐의로 고발 檢 압수수색
朴정부 들어서자 ‘친박’ 인사영입 눈총, MB 때도
민주당도 “내려와라”…이 회장 “난 최선 다할 뿐”
가입자수 감소, 인공위성 헐값매각 의혹 등 ‘악재’

지난 22일 검찰은 KT 본사와 이 회장 자택 등 1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 회장이 참여연대로부터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피소된 사건과 관련해서다. 참여연대는 올해 2월,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이 이 회장에 대해 주장한 배임혐의는 다음과 같다.

이 회장이 △ 2010~2012년 매각한 사옥 39곳 중 28곳을 감정가의 75%만 받고 넘겨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실 △ 이 회장과 8촌지간인 유종하 전 외무부 장관과 연관있는 OCI랭귀지비주얼과 사이버MBA 주식을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여 각 수십억원대 손실 △ 적자가 예상됐던 스마트애드몰 사업을 강행해 수십억원대 손실을 안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은 비자금 의혹에도 휩싸였다. 지난 29일 한국일보는 이 회장의 배임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비자금으로 보이는 경영진 명의의 거액계좌를 발견, 비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성격을 규명 중이라고 보도했다. 배임혐의로 인한 검찰수사에 비자금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여론은 악화됐다. 다만 KT 측은 사내공지를 통해 “검찰이 공식 부인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압박용? 추정 정황은

업계에서 이번 검찰수사를 이 회장에 대한 ‘사퇴압박용’이라 보는 것은 여러 정황에 기인한다. 참여연대가 이 회장을 배임혐의로 1차 고발했던 때는 2월이다. 당시 ‘이 회장 봐주기’ 의혹이 제기될 정도로 검찰수사는 지지부진한 편이었다. 그랬던 검찰이 지난 10일 참여연대에서 2차 고발을 하자마자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그것도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의 고발이 아닌, 시민단체의 고발에 의해서 말이다.

정권교체기마다 수장이 교체된 전적도 이 회장에 대한 ‘사퇴압박용’ 수사라는 시각에 힘을 싣고 있다.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수장이 교체돼왔다. 1대 회장인 이용경 사장은 2005년 연임에 도전했다가 중도하차했고, 2~3대를 연임한 남중수 사장은 2008년 검찰수사를 받다 20여일 만에 사퇴했다. 그때마다 외압설이 흘러나왔다.

이 회장도 사퇴설이 계속 불거진 가운데 검찰수사가 시작된 것이다. 실제 이 회장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따라가지 못했고 지난 6월 중국 방문 때에는 국빈만찬에서 제외됐다. 베트남(9월), 인도네시아(10월) 방문에도 동행하지 않으면서 사퇴설이 거듭 제기됐다. 8월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 회장에 사퇴를 종용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 회장의 친정부 인사영입 행보도 ‘사퇴압박설’에 일조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 회장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은혜 KT 커뮤니케이션실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여동생인 오세현 KT 신사업본부장, 이명박 정부 대통령직인수위 상임자문위원을 지낸 김규성 KT 엠하우스 사장 등 이명박 정부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이 같은 양상은 이어졌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친박계로 분류되는 홍사덕·김병호 전 새누리당 의원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즉각 ‘자리보전을 위한 영입’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친박계인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전문성과 자질 면에서 적합했느냐, 그 문제는 KT 인사권자가 책임지셔야 하는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외 상황도 녹록치 않아

민주당도 이 회장의 편이 돼주지는 않았다. 민간기업인 KT 수장이 청와대로부터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데도 이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지난 8월 30일 “청와대가 민간기업인 KT 회장의 거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온당치 않지만 명예도 실력도 없는 장수가 전투타령만 하는 것처럼 볼썽사나운 것은 없다”며 “하루 빨리 그 자리에서 내려오길 충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친이, 친박, 심지어 친YS(김영삼) 등 정치권 인사들을 전문성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여 KT를 낙하산 집합소로 만든 장본인”이라며 “스스로 정치를 끌어들였다. 기업을 정치의 장으로 만든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 회장號(호) KT의 경영성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아니다. KT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이 회장이 취임한 2009년 31.3%에서 올해 6월말 30.4%로 떨어졌다. 특히 올 들어서는 경쟁사보다 KT 광고시간이 훨씬 길었음에도 가입자 수(1~8월)가 28만명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 수는 각각 13만명, 66만명이 늘었다.

이익도 악화됐다. 올해 6월말 KT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156억원, 346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9465억원, 6456억원)보다 각각 32%, 86% 줄었다. 이 회장이 키우려고 했던 비 통신 분야 실적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비씨카드와 KT텔레캅의 올해 6월말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695억원, 300억원 줄었다.

“종말와도 사과나무 심겠다”

이 회장은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기자들에게 최근 상황과 관련 “거대 쓰나미를 어찌 돌파하겠나”라고 사퇴압박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면서도 “나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세상에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자진사퇴는 없다’와 ‘자진사퇴를 시사했다’는 해석으로 양분됐다.

이런 가운데 30일 유승희 민주당 의원은 KT가 인공위성 2기를 정부의 승인 없이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 수출허가 대상인 무궁화위성을 KT가 정부승인절차를 거치지 않고 홍콩의 한 위성서비스업체에 넘겼다는 것이다. 가격도 직접 투자비용의 1% 수준이었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위성매각의 불법성에 대한 법률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위법정도에 따라 이 회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진에 대한 고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를 둘러싸고 연일 잡음이 나오는 상황인 것이다. 이로 인해 이 회장의 귀국(11월 1일 예정) 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 회장이 과연 전임사장의 전철을 밟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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