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자살, 노조탄압 탓?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 자살, 노조탄압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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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특별감사·지역쪼개기 당해…” 노조원이어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수리기사 최종범(32·남)씨가 지난달 31일 죽음을 선택했다. 그가 죽기직전 남긴 말은 “삼성전자서비스를 다니면서 배고파 못 살았다”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의 처우문제가 또다시 주목되고 있다. 이들의 열악한 처우문제는 지난 6월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었다. 사측은 최씨가 고액임금을 받았다며 논란을 잠재우려하고 있으나 노조측은 사실왜곡이라며 반박하고 있는 상태다.

아울러 최씨가 특별감사 대상자였다는 점과 관련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탄압이 근본적 원인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으로서는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에 의해 ‘노조파괴 전략문건’이 공개돼 논란의 중심에 선 지 얼마되지 않아 또다시 노조탄압 의혹을 받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방침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씨의 죽음이후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노조탄압 의혹이 제기된 정황을 조명했다.

▲ 지난 8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피해에 관한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뉴시스

“배고파 못 살았고…” 유언에 사측 “월급여 400만”
노조, 강경투쟁 예고 “공개사과 및 노조탄압 중단”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의 수리기사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료들에게 “그동안 삼성서비스 다니며 너무 힘들었어요. 배고파 못 살았고 다들 너무 힘들어서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래서 전태일처럼 그렇진 못해도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난 뒤였다. 생활고로 인한 자살로 해석되면서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에 대한 처우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는 최씨가 소속됐던 천안센터 사장 A씨의 편지를 공개하며 ‘수리기사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비난을 부인했다. A씨는 “여러가지 소문과 억측이 나오고 있다”며 “고인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월평균 410만원, 최근 3개월 동안은 505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다. 또 최근에는 1000만원을 가불해줬다”고 밝혔다. A씨 명의였지만 최씨를 비롯한 수리기사들의 처우문제에 대한 삼성전자서비스의 입장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에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측은 “A씨가 말하는 월평균 급여액은 진실호도”라며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은 차량유지비, 통신비, 자재값 등 비용을 직접 부담하기 때문에 월 50~100만원을 빼야한다”고 반박했다. 최씨의 경우 9월 한 달간 하루 12시간씩, 추석과 일요일만 빼고 일한 결과 실수령액은 310만원이었고 여기서 차량유지비 등을 빼면 250만원선의 임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비수기에는 그나마 임금이 150만원선으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최씨의 죽음과 관련 A씨의 인격모독 발언을 지적했다. 최씨는 지난 9월 A씨와의 통화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4분짜리 음성파일에서 A씨는 “너 오늘 VOC(고객이 접수한 불만) 띄운 거 있었냐” “XX야, 고객이 주장하는 게 있으니까. 너가 지져불든지 칼로 찔러서 꼭꼭 조사서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불든지 그렇게 해야지, 왜 말이 나오게 해가꼬” 등 폭언을 했다. 최씨는 A씨에 “오늘 일 그대로 이야기해 드리겠다”면서도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서비스가 끝난 날부터 6개월 동안 콜센터에서 고객에게 전화해 하청업무에 대한 만족도를 묻고 그밖에 경로로 접수되는 고객불만을 채집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계량화해 하청업체에 대한 평가지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VOC가 하청관계 지속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협력사 사장도 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VOC→삼성전자서비스→협력사 사장→수리기사’로 책임추궁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노조원이 아니었다면?

최씨의 노조활동과 협력사 사장의 폭언을 결부시키는 시각도 있다. 노조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수리기사들이 노조를 결성한 7월 이후 협력사를 상대로 폐쇄협박, 수리기사에 대한 특별감사 등 전국적으로 노조탄압을 벌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가 소속된 천안센터도 마찬가지였다. 수리기사 90여명 중 최씨를 포함한 노조원 8명만 지난달부터 특별감사를 받아왔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9~10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도 총 95명 중 85명이 노조원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와 관련 김기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천안센터분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 감사가 있었는데 7월에 노조를 결성한 후 이상하게 갑자기 특별감사를 했다. 조합원을 집중대상으로 특별감사를 행했다”며 “사측이 갑자기 3년간의 자료를 수집해 데이터오류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해명을 못하면 금액을 차감했다. 3년 전 데이터를 가져오니 기억이 안나 해명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에 따르면 최씨는 최근 ‘지역 쪼개기’를 당하기도 했다. 본사에서 수리건수가 많던 최씨의 담당지역을 나누고 일부 가져갔다는 것이다. 노조는 수리기사들은 수리건수에 따른 수수료로 보수를 받기 때문에 담당지역이 줄어들면 수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업무효율을 위한 시스템 개편이라고 강조했지만 여름철 성수기에 이 같은 결정은 최씨의 ‘생활고’를 가중시켰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는 노조가 최씨의 자살과 관련 삼성그룹에 ‘본질적 책임’을 묻는 이유기도 하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등 노동계는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열사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삼성그룹을 상대로 강경한 투쟁에 돌입할 것을 예고한 상태다. 4일 대책위는 “계속되는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죽음은 삼성의 무노조경영과 악덕 노무관리, 위장도급이 원인”이라며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공개사과, 노조탄압 중단, 임금체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이날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삼성그룹이 받고 있는 노조겨냥 표적감사 의혹을 지적하며 “이는 인사권을 이용한 잔인한 부당노동행위, 노조와해 행위”라며 “심상정 원내대표가 밝힌 S그룹 전략문건 내용이 현장에서 그대로 실생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회사의 잘못을 노동자에게 떠넘기고 덮어버리는 잔혹행위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고 일갈했다.

삼성전자서비스를 포함해 삼성그룹의 무노조 경영방침에 대한 논란이 한층 가열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대책위는 최씨의 장례식도 삼성전자서비스와의 협상이 타결된 뒤에야 민주노총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사 노동자들에 대한 노사관계를 부인하고, 지난 9월 고용노동부에서도 삼성전자서비스와 지역센터와의 관계를 적법도급으로 판정한 상황에서 대책위가 삼성전자서비스와 원활히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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