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정준양 회장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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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 물갈이’ 막차? KT 이석채 회장 닮은꼴 지목

KT 이석채 회장이 결국 백기투항 했다. 이석채 회장은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지난 3일 이사회에 사퇴의사를 표했다. 검찰이 열흘 만에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정치권에서 무궁화위성 불법매각 의혹을 제기하는 등 KT가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자 사퇴를 결심한 것이다. 이제 시장의 눈은 포스코 정준양 회장을 향하고 있다. MB맨, 민영화된 기업의 수장, 사퇴 외압설 등 이석채 회장과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이다. 정준양 회장이 과연 ‘MB맨 물갈이’ 막차에 탑승할 것인지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포스코 정준양 회장 ⓒ뉴시스

현재 정준양 회장이 놓인 상황은 여러모로 이석채 회장과 비슷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두 사람은 이명박 정권초기 각각 KT와 포스코의 CEO로 취임했고 이후 연임했다. 일명 ‘MB맨’이라는 얘기다. 특히 정준양 회장은 선임될 당시 ‘영포라인(경북 영일·포항 출신)’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영포라인’은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 MB정권의 실세로 지목됐던 인사들이다.

KT와 마찬가지로 포스코도 정권교체기마다 수장이 바뀌어왔다. 이는 민영화(2000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2003년 유상부 회장, 2008년 이구택 회장이 정권교체기에 사퇴한 것이다. 이구택 회장의 경우 ‘세무조사 무마로비’ 의혹이 제기돼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무혐의로 결론났지만 결국 이구택 회장은 임기를 1년가량 남기고 사퇴했다. 업계에서는 “외풍에 따른 사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사퇴압박설’ 추정정황은?

이 같은 전례로 인해 정준양 회장에 대해서도 ‘사퇴압박설’이 거듭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사퇴압박설에 힘이 실리는 정황도 많았다.

먼저 ‘코드인사 의혹’과 관련해서다.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직후 여성임원이 최초 발탁되고, 대외협력 파트를 성균관대 출신이 담당하면서 불거졌다. 정홍원 국무총리, 황교안 법무부장관 등 성균관대 출신이 박근혜 정부 출범초기 대거 등용됐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다 정준양 회장은 창립 45주년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일념과 기획에 의해 포스코가 탄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리보전을 위한 정준양 회장의 눈치보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정준양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박은 일관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올초 스멀스멀 나왔던 사퇴압박설이 본격 수면 위로 떠오른 때는 지난 6월부터다.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방문을 수행하면서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초청받지 못했다. 이석채 회장도 함께 국빈만찬 초청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사퇴압박설과 관련 추측이 무성했다.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은 지난 8월 박근혜 대통령이 10대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개최한 오찬간담회에도 초청받지 못했다. KT는 재계서열(공기업) 11위였지만 포스코는 6위라는 점에서 의구심이 나왔다. 청와대는 “초청대상을 순수 민간기업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퇴압박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

또 두 사람은 베트남(9월), 유럽(11월) 방문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유럽순방의 경우 KT는 김홍진 사장이 포함됐었지만 검찰수사를 이유로 제외됐고, 포스코는 ‘유럽에서 크게 사업을 하는 것이 없다’는 이유로 애초부터 사절단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KT와 달리 총수가 수사를 받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들이 대거 동행했고, 포스코도 유럽시장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에서 이 또한 사퇴압박설과 결부됐다. 9월에는 정준양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표명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사퇴표명 보도가 나온 즈음은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가 시작된 시기다. 국세청은 9월 3일부터 서울 포스코 본사와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 등 3곳에 조사팀을 급파해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밝혔지만 특별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투입된 데다 세무조사가 3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준양 회장에 대한 사퇴압박용’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통상 정기 세무조사는 5년 간격으로 이뤄진다.

그렇다고 정준양 회장이 이끈 포스코가 뛰어난 경영성적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다. 정준양 회장이 취임한 2009년과 올해 6월말을 비교할 때 포스코는 부채비율이 증가하는 (58.9%→90.5%) 등 재무건전성이 나빠졌다. 전문가들은 2009년 이후 3년간 활발히 진행한 M&A와 대규모 시설투자로 인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 기간 포스코 계열사는 35개에서 두 배나 늘었는데, 외형확장에 투입한 돈만 무려 5조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도 좋지 않았다. 중국발 철강 공급과잉에 따라 건설·조선 등 주요 수요산업이 침체를 거듭하며 업황이 나빠진 탓이라지만 실적부진이 예상보다 심하다는 평가다. 2010년 5조435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조6531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도 632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02억원)보다 38% 감소했는데, 이는 전기(9025억원)보다도 29.9% 감소한 수치다. 이로써 포스코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진입에 실패한 ‘1조원 클럽’에도 더욱더 멀어진 상태다.

정준양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5년 3월까지다. MB정권에서 함께 민영화기업의 수장이 됐고, 올해 함께 ‘사퇴 압박설’에 시달렸던 이석채 회장이 물러나면서 정준양 회장도 거취와 관련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진사퇴는 없다’며 줄곧 강경한 태도를 취했던 이석채 회장이 물러나면서 MB맨 물갈이도 막판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준양 회장을 옥죄는 강도도 세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 사퇴설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적악화 평가 등 정준양 회장을 둘러싼 제반상황이 유리하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준양 회장이 본인의 거취문제와 관련 나오고 있는 각종 소문을 불식시키고 임기를 채울 수 있을지 혹은 이석채 회장처럼 결국 사퇴의사를 표명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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