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PC시장 위축으로 인한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매출을 컴퓨터 프로세서 판매로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가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PC시장은 악화일로를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인텔의 앞날은 앞으로도 ‘먹구름’이 끼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인텔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해 2분기 모바일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이마저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인텔, ‘주력’ PC 칩 프로세서 매출 감소세
모바일 시장서 ‘역성장’…향후 전망 ‘빨간불’
올 2분기 출시 ‘메리필드’로 실적 회복할까
PC시장이 지속적으로 위축되면서, 인텔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IDC와 가트너는 지난 9일 지난해 세계 PC 시장이 6%대의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출하량은 3억1455만대였다. 이는 2012년도 대비 약 10%가 줄어든 수치로, 역사상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가트너는 “세계 PC 시장 출하량은 2009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평했다. 4분기의 출하량은 8200만 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 감소했다. 이로써 PC출하량은 7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인텔, 직격탄 맞아
이와 같은 상황에, 컴퓨터 프로세서 판매를 주업으로 삼은 인텔이 직격탄을 맞았다.
2013년 연간 결산 결과에서 매출은 전년보다 1% 감소한 527억 달러, 순이익은 13% 감소한 96억 달러였다. 주 된 이유는 매출의 2/3을 차지하는 칩프로세서 분야가 크게 흔들린 탓이다.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을 관장하는 ‘PC클라이언트그룹’ 지난해 매출은 330억3900만달러, 영업이익은 118억2700만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4.2%, 9.7% 감소했다.
2014년에도 PC시장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지난달 2014년 PC시장에서 태블릿 PC의 점유율이 5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동시에, 노트북과 데스크톱의 점유율은 각각 33%와 1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11월 투자보고서에서 “태블릿PC는 2014년부터 PC 교체수요 흡수하며 구조적 성장기 진입할 것”이라며 “2014년에는 태블릿 PC 점유율이 PC점유율을 추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태블릿 PC등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PC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 ‘돌파구’ 삼았지만…
이 같은 추세에 발맞추어, 인텔은 ‘돌파구’로 모바일 시장 진출을 꾀했다. 지난 5월에는 모바일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새 CEO를 선임하기도 했다. 모바일용 시스템온칩(SOC)도 개발했다.
인텔이 개발한 모바일용 칩은 스마트폰 용 아톰 시스템온칩(SOC) ‘메리필드’와 태블릿 용 아톰 SOC ‘베이트레일’이었다. 인텔 모바일 및 커뮤니케이션 그룹 총괄 매니저 허만 얼은 지난해 6월 해당 제품군을 소개하면서 “엄청난 혁신과 끊임없는 변화를 겪고 있는 모바일 시장에 인텔도 뛰어들었다”며 “인텔은 계속해서 스마트폰, 태블릿, 무선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해 모빌리티의 전체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가속화 할 것”고 강조했다.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 역시 지난 해 7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스마트폰, 태블릿 등 모바일반도체 매출처 확대가 필요하다”며 “모바일 제품 양산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 아톰 및 코어 프로세서와 성장하고 있는 SOC가 인텔의 미래가 될 것이다. 우리는 모든 컴퓨팅 시장의 가능성에 도전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인텔의 도전은 부진한 실적으로 되돌아왔다. 지난 해 인텔의 아톰 SOC와 모뎀 칩 등을 다루는 ‘기타인텔 아키텍처’ 부문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이 부문은 지난해 매출 40억92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해당 부문의 영업손실은 24억4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대폭 확대됐다.
앞으로의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14일 미국의 투자전문사 ‘더 모틀리 풀’은 “인텔의 모바일시장 진출이 시작부터 적색불이 켜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3 10.1’에 베이트레일의 전신인 클로버트레일이 장착되면서 인텔이 삼성전자라는 태블릿PC 공급업체를 등에 업고 비상할 것이라 예상됐지만, 삼성전자는 차기작에 인텔 칩을 장착하지 않았다.
더 모틀리 풀은 “삼성 갤럭시탭3에 인텔칩이 장착되면서 인텔이 드디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태블릿 업체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믿었으나 불행하게도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인텔의 칩을 원하지 않았다”며 “시작부터 적색불이 켜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이 매우 적극적으로 ASUS와 레노버, LG전자, 에이서 등 주요 OEM과 협력하고, 베이트레일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 인텔칩으로 더 빠르게 이동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텔은 모바일 SOC분야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크르자니크 CEO는 17일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PC 시장 축소에 따른 실적 하락세를 상쇄하기 위해 올해 태블릿용 SoC의 출하량 목표치를 4000만대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00만대였던 목표치를 4배 확대한 수치다.
한편, 인텔의 스마트폰용 SOC ‘메리필드’는 올 2분기 출시된다. 메리필드로 인해 인텔의 모바일시장 실적에 청신호 켜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