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 기업회생신청, ‘꼼수’인가?
KT ENS 기업회생신청, ‘꼼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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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 “기업어음 때문에” vs 은행권 “꼬리 자르기”

거액의 대출 사기에 휘말렸던 KT ENS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것과 관련, KT ENS와 대출 사기 피해를 당한 금융사들 사이의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KT ENS측은 만기가 된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고 밝혔지만, 대출 사기 피해를 당한 금융사들은 책임 회피식 꼬리 자르기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모든 채권이 동결, 은행들이 대출사기 피해액을 돌려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 대출 사기에 휘말린 KT ENS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KT ENS-은행권 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대출 사기 휘말렸던 KT ENS,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
KT ENS “기업어음 491억 원 만기 도래…연장 실패했다”
사기 피해 은행권 “돈 안 갚으려는 꼼수” 소송까지 불사

KT ENS가 12일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만기가 된 기업어음(CP)를 갚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KT ENS는 지난달 20일에도 CP상환 요청을 받아 자체 자금으로 상환했으나, 한 달여 만에 만기가 돌아온 또다른 CP를 상환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강석 KT ENS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태양광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된 491억원 규모의 CP를 상환하지 못해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T ENS, 법정관리 신청

KT ENS는 3년 전 루마니아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수주하면서 코리안알파솔라퍼스트 등 6개 업체가 일으킨 PF에 지급보증을 섰다. PF에는 농협이 주관사로 참여해 투자자를 모았으며, 지금까지 17차례에 걸쳐 만기 연장이 이뤄졌다. 하지만 대출 사기에 휘말린 이후 연장을 원하지 않는 투자자들로부터 491억원의 CP 상환 요청을 받았다.

앞서 2월 대출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 1차로 453억원의 CP를 상환 요청을 받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KT ENS는 자체 자금으로 해당 CP를 상환할 여력이 없었고, 다른 CP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올 들어 해당 금융사와 8차례 미팅을 가졌지만 새 투자자를 찾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할 자금적 여유가 없어 법정관리 절차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강 사장은 “지난달 20일에도 453억원의 CP 상환 요청을 받아 자체 자금으로 갚았지만 한 달여 만에 만기가 돌아온 이번 CP까지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대출 사기사건 이후 갑작스러운 금융권의 대출 경색 분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선택해 협력사와 투자자들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KT ENS는 해당 CP를 제외하고도 연말까지 1500억 원에 가까운 CP 만기가 예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에서 담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사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강 대표는 모기업인 KT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연말까지 갚아야 할 CP만 1500억원이 넘는 등 KT 본사의 자금 지원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본사에는 대신 루마니아 PF를 다시 모으는 것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환 요청이 20일 정도로 짧아 KT로서는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은행권 “돈 안 갚으려는 꼼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대출 사기로 인한 피해를 입은 은행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사기와 연루된 돈을 갚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만약 법원이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즉시 모든 채권이 동결되며, 대출사기의 피해액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 KT ENS 측은 대출사기와 관련 납풉업체가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한다. 은행권은 “대출 사기로 인한 채무를 부인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진은 KT ENS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경찰 ⓒ뉴시스

KT ENS 직원 김모씨와 몇 개 회사가 조직적으로 공모해 서류 위조 등을 통해 시중은행 등 금융권을 상대로 대출 사기를 벌인 사실이 2월 6일 금융당국에 의해 드러났다.

이어진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 등은 협력업체로부터 휴대폰 등을 납품받지 않았는 데도 납품받은 것처럼 매출채권을 꾸미고 이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 수법으로 2008년 5월부터 2014년 1월까지 16개 은행을 상대로 463차례에 걸쳐 모두 1조8335억여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다. 이 가운데 1조5000억원가량이 상환됐고 나머지 약 2900억원은 아직 상환되지 않았다.

이들의 범행은 치밀하게 이뤄졌다. 김씨는 중앙티엔씨, 아이지일렉콤, 컬트모바일, 엔에스쏘울 등 통신기기 판매업체 대표들로부터 휴대전화 등을 발주받은 것처럼 꾸미기 위해 발주서와 물품납품인수확인서, 매출채권확인서 등을 위조했다.

이어 협력업체 대표들은 공급자용 세금계산서 등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뒤 컨소시엄을 구성, 각각의 가공 매출채권을 범행을 위해 만든 유령회사인 SPC 세븐스타에 양도했다. 이후 세븐스타 명의의 매출채권과 가짜 서류 등을 이용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이 SPC 세븐스타에서 아직 1624억 원을 상환받지 못했다.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96억 등 17개 사 총 피해액은 약 3000억 원이다. 각 은행은 이 돈을 KT ENS로부터 받아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출 사기 피해액은 하나은행 1624억 원,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296억 등 17개 사 총 피해액은 약 3000억 원. 법원이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KT ENS의 자산과 부채는 동결되며,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부채를 상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법원은 채권자들이 채권자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기업 회생을 돕기 위해 빚을 얼마나 탕감해줄지 결정하게 된다. 만약 채권자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면 돈을 전혀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은행들은 이번 사기피해로 인한 대출금에 대해 모두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고정 이하 채권으로 분류해 70~100%를 충당금으로 쌓아 놓은 상태다. 하나은행은 895억원을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국민은행은 297억원 전부를, 농협은행은 192억원을 충당금으로 각각 쌓았다. 사기 피해에 겹쳐 대손충당금 폭탄을 맞은 것이다.

피해 은행 관계자는 13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KT ENS측에서 CP 만기가 도래했지만 갚을 여력이 없어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고 하는데, 실제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T ENS가 사기피해로 인한 돈을 갚지 않으려는 꼼수 아니냐’는 일설에 대해선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우리 은행뿐만이 아니라 다른 피해 은행 역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은행권 전반적으로 불신이 짙게 깔려 있다고 귀띔했다.

“KT의 꼬리 자르기 의구심”

이 관계자는 또 “업계 전반적으로는 KT가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CP가 491억 원이 만기가 됐는데, 모회사인 KT에 지원요청을 안 했다는 부분이 매우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KT ENS는 KT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자회사다.

이 관계자는 “KT 측은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에서 ‘1차 책임자인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해 은행이 일부 담보물을 잡지 않고 돈을 빌려준 게 확인이 돼 지원이 어려워졌다’고 말하는데, 그건 KT의 사정”이라면서 “KT ENS가 자금 지원 요청을 하지도 않았다는 건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자회사인 KT ENS는 돈 문제가 생겼으면 (KT에) 요청을 해서 자원을 요청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움직임도 없이 바로 법정관리 신청을 했다”며 “그런 부분에서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꼬리자르기’ 의혹과 관련, KT측은 “호도다”라고 잘라 말했다.

KT 관계자는 13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자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밀어줘야 한다는 말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만약 KT가 자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자금 지원을 했었다면, 그에 따른 논란이 또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사는 계열사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자체적으로 커야 한다”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용돈 퍼주듯이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KT엔 KT만의 주주가 있고, 계열사가 50개가 넘는다”면서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KT ENS자체는 2012년도 5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괜찮은 기업이고, 문제가 된 루마니아 태양관 발전 사업 역시 17차례에 걸쳐 만기 연장이 이뤄졌을 만큼 괜찮은 사업”이라면서 “이번엔 대출사기 사태에 KT ENS가 휘말리면서 단기 금융 경색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KT ENS 대출사기 사태는 KT ENS가 아니라 납품업체가 저지른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KT ENS의 이번 단기 금융 경색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서 극복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기업”이라며 “절대로 꼬리 자르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적 공방까지 갈 듯

한편, 피해 은행들이 법정관리와는 별개로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피해 은행권들은 KT ENS 대출사기의 핵심인 납품업체에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 은행 관계자는 13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법정관리 개시가 되면 채권신고를 하게 될텐데, KT ENS측이 채무를 부인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는 “KT ENS는 실제로 (채무에 대해)부인을 하고 있다. 채권 신고를 할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채무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소송에 나설 것”이라며 “다른 피해 은행 역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은행들 간 공모 여부에 대해선 “이야기는 나오고 있는 상태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KT ENS 대출사기의 핵심인 납품업체에도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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