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를 하겠다고 공언해온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구태정치의 표상인 공천권을 행사해 ‘측근 챙기기-지분 챙기기’를 하자, 그에 따른 후폭풍이 새정치민주연합에 휘몰아치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를 준비해온 귀한 인재들이 당을 떠나가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안 대표는 자신을 향해 당 안팎에서 이런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한 마디 언급 없이,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지금 자신 스스로 구태정치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든가, 구태정치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는 둘 중 하나의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제1야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당대표이자, ‘새정치’를 국민 앞에 약속해온 정치인이다. 이런 안 대표가 무엇이 구태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면, 그 또한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직전날인 지난 2일, 그것도 밤 11시가 다 된 늦은 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열린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며 “광주광역시 광역단체장 선거구를 전략선거구로 선정하고, 후보자로 윤장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날은 기초연금법 처리 문제 때문에도 여야 정치권이 밤늦게까지 정신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경선을 준비해오던 예비후보자들 측에서는 이 같이 논란이 불가피한 발표를, 후폭풍을 최소화시키고자 황금연휴 직전 날 늦은 밤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결코 조용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당장, 강운태 광주광역시장과 이용섭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 나선 것. 강운태 시장은 3일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광주시장 후보 경선을 묵살하고 밀실야합 공천을 강행, 비통한 심정으로 잠시 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민주의 성지 광주를 모독한 반시민적, 반민주적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새정치를 갈망하는 시민들에게 ‘헌정치’로 답한 안철수, 김한길 두 사람 지배하의 정당에 더 이상 머무를 수 없다”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발표 시점은 매우 부적절했다”며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잘못’ 때문에 황금연휴 기간 중 밤늦게 느닷없이 발표한 것 아니겠냐”고 꼼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강 시장은 덧붙여 “내가 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당이 나를 탈당하게 등을 떠민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용섭 의원과의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는 “전략공천에 대한 분노를 공유했을 뿐 단일화 여부나 방식, 시기 등은 논의한 바 없다”며 “다만 자연스레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고, 모든 것은 시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용섭 의원도 강 시장에 뒤이어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은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다”며 “저는 오늘 참담한 심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광주에는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된다’는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광주정신을 모독하고 광주시민들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짓밟은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와는 이제 더 이상 어떠한 가치와 철학도 공유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며 “누구보다도 당의 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았고, 당 대표까지 도전했던 저를 탈당하도록 몰아세운 김한길·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보복’과 ‘지분 챙기기’에 심한 울분과 분노를 느낀다”고 맹성토했다.
특히, 이 의원은 “결국 김한길은 ‘통합’을 빌미로 광주시민을 기만했고, 안철수는 ‘새정치’를 빙자해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며 “김한길·안철수 대표는 다른 곳도 아닌 민주화의 성지 광주에서, 그것도 공천심사관리위원회에서 논의 한 번 없이 ‘밀실정치’를 통해 황금연휴를 앞둔 심야에 전격적으로 ‘낙하선 공천’, ‘지분공천’을 단행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거듭 안철수 대표에 대해 “우리 정치역사상 가장 구태스러운 정치 행태이며, 안철수가 그토록 주장해 온 ‘새정치’의 실체가 얼마나 허구인가를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라며 강한 배신감과 함께 끓어오르는 분노를 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