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원심의 혼인 취소결정을 깨고 ‘불임’을 민법상 혼인 취소 사유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A(여)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 및 이혼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들의 혼인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전문직 모임에서 만나 2011년 1월 결혼한 A씨와 B씨는 결혼 직후부터 아이를 가지기를 바랐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자 같은해 9월~12월 병원에서 불임검사 등을 받았고, 검사 결과 남편 B씨는 무정자증과 함께 성염색체에 선천적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검사 결과를 알게 된 A씨는 남편이 처음부터 불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숨기고 결혼했다고 생각하게 됐고, 아내의 이런 생각을 B씨가 알게 되면서 B씨 역시 실망감과 분노를 느껴 두 사람의 다툼이 잦아졌다.
결국 A씨와 B씨는 2012년 6월부터 별거에 들어갔고 서로 소송을 제기, 이들의 다툼은 법정으로까지 오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2심 재판부는 "B씨에게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기능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A씨와 B씨는 전문직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매로 만나 혼인까지 이르렀는데 이 경우 2세에 대한 기대를 중요한 선택 요소로 고려하는 점, B씨의 상태가 향후 개선될 수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부족한 점 등을 고려하면 B씨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혼인취소 결정을 깨고 불임이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률에 따르면 혼인은 남녀가 일생의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도덕 및 풍속상 정당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결합을 이루는 것이며, 사회생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신분상의 계약으로서 그 본질은 양성 간의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둔 인격적 결합"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신가능 여부는 민법상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또한 재판부는 "여러 사정에 비춰볼 때 A씨의 부부생활에 B씨의 성기능 장애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설령 B씨가 A씨에 대한 상대적인 관계에서 성기능에 문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는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나 전문가의 도움 등으로 개선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사포커스 / 최민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