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고속 지분 인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결정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 대상에서 금호리조트 지분을 제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주주인 IBK펀드와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마감일인 전날 오후 6시를 넘겨 IBK투자증권-케이스톤파트너스 사모펀드(이하 IBK펀드)에 지분 100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이 보유한 금호리조트 지분 48.8%는 인수하지 않겠다는 단서를 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박삼구 회장이 고심 끝에 내 놓은 ‘묘수’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호리조트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이 지분 51.2%를 보유하고 있고, 금호고속은 48.8%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올라 있다. 금호고속이 보유한 지분을 굳이 사들이지 않더라도 현재 진행중인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승리를 따낸다면 금호리조트 경영권도 함께 따라오게 된다.
금호리조트 지분 48.8%의 가치는 770억원대로 추산된다. IBK펀드는 2주 전인 지난 17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 제안서를 보낼 때 4800억원 안팎의 금액으로 인수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리조트 지분 금액을 제외한 4000억원 안팎의 금액으로 인수할 의향을 밝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울러 앞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2년 IBK펀드에 금호고속 지분을 넘기면서 펀드의 후순위 출자 지분 30%를 1500억 원에 취득한 바 있어 금호고속 매각이 완료되면 1500억원을 돌려받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를 활용해 인수 대상에서 제외되는 금호고속의 금호리조트 지분은 펀드 청산 시 배당 대신 받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BK펀드 적정성 검토 중…2라운드 열리나
물론 현재까지는 IBK펀드가 이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IBK펀드가 3300억원에 금호고속 지분 100%를 사들였던 것에 비춰 볼 때, 내달 개통하는 호남선 KTX의 영향을 감안하면 제안대로 4000억원대에 털고 나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IBK펀드 입장에서는 금호리조트 지분을 빼고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10일 IBK펀드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우선매수청구권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 적정행사 여부에 대해 법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IBK펀드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조건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온전한 우선매수청구권으로 볼 수 있는지, 볼 수 없다면 어떻게 대응할지 등에 대한 법률적 검토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IBK펀드 측은 인수주체에 금호고속우리사주조합이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법적 위반 소지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금호고속 인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지난해부터 대표 선임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해 온 양측의 대립은 IBK펀드 측이 올해 하반기쯤으로 예상되던 금호고속 매각을 상반기로 앞당기며 선수를 친 데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리조트 지분을 제외한 역제안을 내놓는 흐름으로 전개돼 왔다.
이번에 IBK펀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의 적정성 여부를 두고 시비가 벌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 금호고속 인수전이 당초 일정보다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원래대로라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월 9일까지 인수대금을 완납해야 한다.
다만 많은 면에서 고심을 거듭했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IBK펀드의 반응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이런 점을 제안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서는 적정성 시비로 시간을 끌기만 해도 금호산업 인수에 역량을 다할 수 있고 더불어 자금 부담도 줄일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방안이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한편 최종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협상이 실패하면 IBK펀드는 공개경쟁으로 전환해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기서도 실패하면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수의계약이 재검토될 여지는 남아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