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의 중간지주사이자 제2롯데월드 지분 75%를 보유하고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물산의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제2롯데월드의 운영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완공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행사인 롯데물산은 조직을 강화하며 완공에 힘을 쏟고 있지만, 제2롯데월드의 안전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방문객이 크게 줄어든 여파로 시설물 운영 수익 확보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대규모의 외부차입으로 롯데월드타워의 건립비용을 조달하고 있는 롯데물산은 지난해 3분기까지 12억원의 누적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3분기의 매출액은 4억원에 그쳤고 237억원의 영업 적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더한 연간 매출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나마 롯데케미칼 지분법이익으로 간신히 적자는 면했다.
◆‘빚더미’ 앉은 롯데물산, 재무구조 악화 우려 커져
롯데물산의 매출이 이토록 초라한 이유는 자체 수익기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롯데물산은 1982년 설립된 이후 연간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한 회사였다. 2010년 24억원, 2011년 29억원, 2012년 16억원, 2013년 16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를 노리고 있는 롯데월드타워의 시행사의 매출 규모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초라하다.
그렇다면 연간 매출액이 10~20억원대에 불과한 롯데물산은 최대 3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롯데월드타워의 건립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을까. 현재까지 롯데물산은 일본롯데홀딩스로부터 차입금을 받는 한편 대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건립 비용을 조달하고 있는 상태다.
롯데물산은 2012년부터 회사채 발행, 은행권 차입 등으로 공사비를 조달해 왔다. 2012~2013년 롯데물산이 국내에서 조달한 자금은 각각 3000억원과 6500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한다. 2013년 영업이익은 186억원 손실로 적자를 기록했고,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 118억원으로 기록된 바 있다.
2014년 9월 말 기준롯데물산의 총 차입금은 1조853억원에 달하고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96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51%로 연초에 비해 벌써 10%p 상승했다.
문제는 롯데월드타워의 완공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1조원 이상의 차입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이다.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의 총 사업비 3조 원(토지비 제외) 가운데 2조 2000억 원 가량을 부담한다. 현재까지 들어간 투자비의 대부분을 차입으로 충당한 롯데물산은 2016년 준공시점까지 약 1조 2000억 원을 추가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앞으로도 롯데월드타워가 준공되는 2016년까지 롯데물산의 자금 부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이 늘면서 금융비용 부담도 누적돼 자금운용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제2롯데월드 수익도 크게 줄 듯

더불어 제2롯데월드의 흥행 실패는 롯데물산에 더욱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롯데물산은 롯데그룹이 사활을 걸고 있는 롯데월드타워가 지난해 10월 저층부 3개동을 위주로 개장하면서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단지 전체 매출을 6000억원으로 추산한 롯데물산은 올해 총매출 규모를 8000억원대로 예상하고 4년간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서울시 등의 인·허가가 지연되면서 임시 개장이 4분기로 밀린 가운데 초반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제2롯데월드에서 잇따라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방문객이 크게 줄고 입점 업체들의 수익성도 악화됐다. 이에 롯데물산은 지난해 단지 전체 매출 예상액도 당초 예상액의 절반 수준인 3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올해부터의 단지 전체 연평균 매출도 기존의 8000억원대보다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쇼핑몰 활성화 부진이 매출 감소의 직격탄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명품백화점인 에비뉴엘, 면세점, 쇼핑몰 등이 오픈했으나 아직까지 임대료 수익이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아쿠아리움과 롯데시네마 등의 영업 중지 사태, 공사장 사고 등의 안전관리 우려로 방문객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임대수익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집객력이 떨어지며 임차인들이 폐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뒤늦게 수수료 감면 등 100억원 규모의 입점업체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안전과 주차 문제로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임점업체 측은 손님이 없는데 임대료를 인하한다고 해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롯데월드몰에 따르면 지난 2월 하루 평균 방문객과 주차장 이용차량은 각각 5만7,000명, 530대 정도로 지난해 10월 개장 직후와 비교해 30~40% 급감했고 롯데마트, 에비뉴엘 등의 매출도 개장 초기보다 20~30% 가량 감소했다. .
다만 롯데물산 관계자는 최근 “롯데물산은 부동산 임대 및 운용사 총괄 관리를 통해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쇼핑몰 운용과 임대관리 등에서 매출 발생되면 거기에서 몇 프로 받는다”며 “향후 몰 활성화를 통한 매출 시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설물 운영 수익과 오피스텔 등의 분양 수입 등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금흐름상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채 트라우마도 장기적 부담
일본롯데홀딩스로부터의 차입금 규모도 한계가 있는 만큼 최근 롯데물산은 회사채 발행 카드를 자주 선택하고 있는데, 주로 사모 회사채 발행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어 공모 기피증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6월 이후부터 4차례 연속으로 사모채를 발행해 왔다. 최근에도 롯데물산은 지난달 30일 3년만기 1000억원 규모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사모 회사채는 기업이 감독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간단한 절차를 통해 특정 투자자를 상대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발행사는 원하는 만큼 신속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투자자는 입찰경쟁 없이 원하는 물량을 확보할 수 있지만 그만큼 발행금리가 공모 회사채보다 높게 책정된다.
다만 롯데물산은 롯데 측과 오래 거래해 온 일본계 금융기관들과의 관계 덕에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도 비슷한 조건의 공모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롯데물산 사모 회사채를 인수한 곳도 일본 기관투자자 중 롯데그룹 회사채 주요 투자자로 알려진 미즈호은행이다.
금리가 오히려 공모 회사채보다 비교적 낮게 책정됐다는 점은 호재지만 지나치게 공모 회사채를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은 롯데물산의 불안 요소로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1조원 이상의 차입이 더 필요한 만큼 향후의 원활한 차입 진행을 위해서는 공모 회사채 시장의 접근성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롯데물산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시도할 경우 제2롯데월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회사 손익에 미칠 영향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제2롯데월드에 관한 정보공개 부담감 때문에 공모 회사채 발행을 꺼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시장 평판이 지나치게 떨어져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자조섞인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3~4번을 연속으로 사모 회사채만 발행하는 것은 정보공개 부담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는 선택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스스로 평판이 지나치게 떨어져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모 회사채 발행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첫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롯데물산은 지난 2013년 1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시도했지만 전량 미달되는 수모를 겪은 적이 있다. 당시 서울 삼성동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LG전자의 헬리콥터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사고 원인이 제2롯데월드 건축물과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탓이다. 당시 롯데물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정신고 요구를 받았다. 업으로 거의 유일하게 전량 미배정이 발생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때부터 수요예측 트라우마가 심해졌고 사모채 시장으로 완전히 눈을 돌리게 한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공모채 발행 없이 6월과 10월 사모채로만 총 2300억 원을 조달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