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콩회항’ 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마카다미아 땅콩 제공 과정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김도희 승무원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데일리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김도희 승무원을 대리하는 웨인스테인 로펌, 코브레 앤 킴 로펌 등은 성명서를 통해 김 승무원이 뉴욕 퀸즈 상급 법원에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웨인스테인 로펌의 앤드루 웨인스테인 변호사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동이 수치심을 유발하고 김도희 승무원을 비하하며 상처를 줬다”며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했다. 외신에 따르면 변호인 측은 김도희 승무원이 정신적 충격을 받고 승무원 경력과 사회적 평판 측면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희 승무원은 지난해 12월 초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할 당시 1등석에 앉아있던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개봉하지 않은 마카다미아 땅콩을 제공한 것을 빌미로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장본인이다.
왜 한국이 아닌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법조계에서는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한 가해자에게 피해자가 입은 손해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면 소송액의 몇 배 내지는 몇십 배를 물어내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희 승무원은 소장에 구체적인 금액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 재판이 이뤄질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날 “사건이 뉴욕에서 있었다고 해도 피고측이 당사자가 모두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재판받기를 요구하면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미국 법원이 한국 법원으로 이송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 변호사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미국에 부동산을 가지고 있거나 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다면 미국에서 재판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대한항공 측은 “소장을 받지 않은 상태며 소장을 받게 되면 이를 검토해 대응할 예정”이라는 짧은 답변을 내놨다. 김도희 승무원의 변호인은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이 손해배상을 위한 협의에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소송이 제기된 이상 대한항공이 합의를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