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문건’ 공개 눈길…시세차익·특혜 종합세트
‘정준양 문건’ 공개 눈길…시세차익·특혜 종합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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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친동생 특혜, 자사주 시세차익 등…경쟁자 작성 추정
▲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후보 시절 나돌던 비리 문건, 일명 정준양 문건이 최근 공개돼 그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문건에는 처남과 친동생 회사에 대한 특혜, 자사주 시세차익, 천신일 회장과의 계약 등이 언급돼 있다. 사진 / 이주현 기자

검찰이 포스코 비리의 몸통으로 정준양 전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회장직에 오르던 2009년을 전후로 작성된 ‘정준양 문건’의 내용이 공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24일 <경향신문>이 복수의 ‘정준양 문건’을 입수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크게 네 가지의 비리가 언급되고 있다. 일명 ‘정준양 문건’이란 정준양 전 회장이 이명박 정권의 실세를 등에 업고 회장 후보군으로 급부상하면서 경쟁자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종의 투서다. 업무상 배임·공정거래법 위반 의혹이 담긴 이 문건들은 검찰·경찰과 더불에 국세청과 국정원을 경유, 국회까지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먼저 정준양 전 회장이 전자제품 제작업체인 처남 회사의 생산물량 100%를 포스코에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준양 전 회장의 처남은 2010년 포항·광양제철소의 LED경관 조명공사, 축구장 전광판 크기의 포항제철소 ‘소통보드’ 2곳, 길이 250m의 광양제철소 초대형 ‘소통보드’ 공사를 잇따라 따냈다. 구체적인 공사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합쳐서 백억원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에는 정준양 전 회장이 관련 분야에 경험이 없는 처남에게 업무상 노하우를 제공, 특허를 취득하게 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광양제철소장 재직 당시 친동생이 근무하던 원료회사에 일감을 줬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정준양 전 회장은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후 친동생이 근무하던 회사와 다른 원료회사가 각각 불량납품에 대한 책임을 지우면서 차별 대우를 한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2013년 당시 포스코는 감사를 통해 양사 모두가 납품 조건을 어긴 것을 발견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친동생이 근무하던 회사에는 무려 74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면서도 납품 계약을 유지했고, 다른 회사에는 1억원의 과태료만 물려놓고도 바로 퇴출했다.

시세차익 논란도 언급돼 있다. 해당 문건에는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 대표이사 시절이던 2008년 3월, 내부정보를 이용해 포스코 자사주 2100주를 주당 47만원에 매입하고 수 개월 만에 60만원에 팔아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한 공사에서 특정업체가 부품단가를 부풀린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담겨 있다.

문건에는 대표적인 친MB 인사로 분류되는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과 포스코가 맺은 계약도 언급돼 있다. 문건에 따르면 포스코는 2005년 11월 포항과 광양지역의 외주업체 ERP(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의 공급업체로 ERP분야에 막 발을 들여놓은 세중나모를 선정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세중나모는 한 때 국민 프로그램이었던 나모웹에디터로 유명한 세중나모인터랙티브로 웹에디터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으나 ERP분야에서는 초보나 다름없었다. 선정으로부터 불과 1년여 전에 ‘케피스’라는 벤처기업으로부터 ERP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관련 인력 일부를 스카우트한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세중나모는 삼성SDS와 더존다스 등 최고의 업체들을 제치고 30~40억원 대의 계약을 사실상의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해당 업체들은 제안서조차 낸 적 없다고 발뺌했다.

천신일 회장은 고 박태준 명예회장과의 친분으로 40년 넘게 포스코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고, 정준양 전 회장의 인선에도 깊이 개입한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천신일 회장의 세중나모여행은 포스코의 여행과 물류 상당 부분을 맡아 해왔다.

이런 비리 내용이 담긴 문건들이 후보 시절 나돌면서 회장 인선을 앞두고 크게 논란이 일었지만, 정준양 전 회장의 적극적인 부인과 CEO추천위원회의 일축으로 결국 정준양 전 회장이 윤석만 전 사장을 제치고 회장직에 올랐다. 특히 선임 직전 정준양 전 회장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이후 해당 논란들은 자취를 감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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