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세·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구속집행정지를 연장하면서 대법원 선고만을 남겨둔 가운데, 1심과 2심에서 의견이 갈렸던 비자금 조성 부분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지난 25일 여야는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내달 7일 열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박상옥 후보자가 무리 없이 임명될 경우 그간 기약없이 미뤄져 왔던 CJ 이재현 회장의 대법원 선고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재현 회장은 오는 7월까지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특히 비자금 조성·횡령 부분에 대해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해 2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한 것 자체를 횡령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고, 횡령 혐의 중 일부는 공소시효 만료로, 나머지는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자금 조성 자체를 횡령으로 인정하려면 조성 당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인정돼야 한다”며 “이 회장은 조성 경위나 사용 용도 등을 고려할 때 개인적으로 착복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비자금이 이 회장의 생활비나 신용카드 대금, 차량과 미술품 구입 대금 등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며 “이 회장이 비자금 액수를 초과하는 돈을 직원 격려금 등으로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보고, 조성 자체를 횡령으로 판단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이재현 회장 측은 1심부터 꾸준하게 비자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해 왔다. 부외자금을 접대비·선물비, 경조사비, 명절휴가비, 성과 격려금, 기업 인수합병(M&A)경비 등 회사를 위한 공적 용도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부외자금 조성 및 사용은 부적절하기 때문에 근절돼야 마땅하지만 과거 원활한 운영과 임직원들의 관리 및 사기진작을 위해 사용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회장의 개인자금과 섞어 보관 및 사용함으로써 불법영득의사가 있었고 사규에 따른 임금체계를 벗어나 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결국 이 회장 개인에 대한 충성도 강화가 목적이므로 공적사용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인자금을 이 회장 개인금고에 보관하는 등 개인 재산과 분리하지 않아 이미 금액 조성단계에서 불법영득의사가 명백하게 포함됐다는 것이다.
2심 선고 후 검찰과 이재현 회장 측은 지난해 9월 18일 상고 기한을 하루 앞두고 쌍방 모두 상고했다. 검찰은 특히 2심 재판부의 비자금 조성 행위 무죄 선고 부분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재현 회장 측은 유죄로 판단받은 나머지 부분에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검찰과 CJ 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1심과 2심이 각각 다른 판결을 내려 향후 대법원 선고에서 비자금 부분에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