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재계 순위 1,2위를 고수하고 있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일제히 이번 주말 인적성 검사를 치르는 가운데, 약 11만명의 응시자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입사고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10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일요일인 오는 12일,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삼성그룹 17개 회사는 서울·경기·대전·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5개 지역과 미국의 뉴어크·LA, 캐나다 토론도 등 해외 3곳에서 SSAT(삼성직무적성검사)를 실시한다. 국내에서만 서울 도곡동 단대부고 등 70여개 고사장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시험이다보니 출동하는 삼성 임직원들만 1만여명, 비용은 90~1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특히 이번 SSAT는 사실상 마지막 ‘삼성고시’로 불리고 있다. 현재까지 응시 자격은 학점 3.0 이상, 영어회화 점수 보유자면 누구나 응시가 가능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직무적합성평가를 먼저 통과해야 SSAT에 응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지원서에 에세이 항목이 추가된 데에 부담을 느낀 지원자들이 접수를 포기하면서 지난해 상반기보다 줄어든 9만명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에세이 항목을 거칠 정도로 일명 허수를 걸러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응시자들은 2시간20분간 언어·수리·추리·상식·시각적 사고 150문항을 풀어야 한다.
SSAT는 오답을 선택하면 감점되기 때문에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찍지 말고 넘어가는 것이 좋다. 취업 전문가들은 갤럭시S6 등 최근 출시된 신제품과 관련된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상반기 채용규모는 삼성이 수 년 전부터 구체적 채용 규모를 밝히지 않아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대략 4500~5000명선으로 알려졌다.

이날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토요일인 오는 11일 현대차그룹도 HMAT(현대차그룹직무적성검사)를 서울·부산·전주의 6개 고사장에서 치를 예정이다. 응시 인원은 지난해와 비슷한 2만명 규모로 예상된다. 이번 시험으로 현대차·기아차·현대제철·현대모비스는 신입사원을, 현대엔지니어링·현대건설·현대제철·현대카드·현대오토에버는 인턴사원을 뽑는다.
이번 현대차그룹 입사 시험에서는 HMAT가 끝난 후 난도가 높은 역사 에세이 시험까지 치러야 해 시험 시간이 5시간으로 대폭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적성검사 110문항, 인성검사 112문항이며 언어이해·논리판단·자료해석·정보추론·공간지각·인성검사 6개항목에 역사 에세이까지 5시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어휘,수리력 문제가 없고, 암기문제보다 이해력과 추리력으로 해결하는 문제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HMAT에 3시간50분이 소요되고 역사 에세이는 2개 문항을 700자 분량으로 40분 안에 채워야 한다. HMAT에서는 인성검사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과락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보다 400명 많은 9500명을 뽑을 계획이다.
특히 SSAT와 HMAT 모두 어느 때보다 역사의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인문학 강조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지난해 하반기 SSAT 상식 영역에서는 역사·세계사 문제가 약 30%의 비중을 차지했다. ‘개화기에 조선을 침략한 국가를 순서대로 나열하시오'라거나 ’갑신정변 급진개화파 김옥균과 온건개화파 김홍집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을 고르시오‘, ’다음 중 예시문(3·1운동의 상황 설명)에 나온 사건 이후 벌어진 상황을 잘못 설명한 것은?‘처럼 단순히 역사적 사실 하나만을 묻는 게 아니라 맥락을 묻는 문항이 많다.
HMAT는 아예 역사 능력이 면접에 활용된다. HMAT의 역사 에세이는 점수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면접 단계에서 평가항목으로 활용될 예정이라 실제 합격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에는 ‘신사임당의 예로 보듯이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그 인물을 재조명하라’ ‘단기간에 성장한 몽골, 로마제국의 성장요인을 감안해 글로벌 기업으로서 현대차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나왔다.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지원자만의 독창적인 관점 등을 갖춰야 서술이 가능한 까다로운 문제가 출제된 것이다.
한편 양대 그룹의 시험에 11만여명이 몰릴 것으로 예측되면서 공무원 시험을 방불케하는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난 3월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공무원 임용시험에는 2284명 선발에 13만515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