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SF 참사 악몽’ 재현…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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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공항 유사 사고 발생…운항정지 소송까지 영향권

 

▲ 지난 14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서 ILS설비와 접촉,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NHK 방송화면면

아시아나항공이 조종사 과실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대형 참사를 낸 지 1년 반만에 일본 히로시마 공항에서 활주로 이탈 사고를 내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난 14일 오후 8시 5분경 인천발 히로시마행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OZ162편(에어버스 A320기)가 일본 히로시마 공항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해 아찔한 순간을 연출했다.

이 항공편은 오후 6시 45분 인천공항을 출발했으며, 동서방향으로 약 3000m에 달하는 활주로의 중간 지점에서 남쪽으로 수십 m 떨어진 풀밭에 정지했으며 엔진 등이 손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기에는 승객 73명과 승무원 8명이 탑승해 있었다.

15일 아시아나항공은 “금번 사고로 인해 탑승객 및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 드린다”면서 “즉시 대책본부를 마련해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사고 원인 규명과 관련해서는 유관 기관과 최대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사과했다.

또한 사고 수습 현황에 대해서도 “경상자 18명 중 17명은 검진 후 이상이 없어 귀가했고 타박상을 입은 일본인 1명은 하루 입원했다”면서 “오전 6시 30분 당사 직원 37명, 국토부 사고조사단 8명 등 총 45명이 사고 수습을 위해 탑승한 특별기를 투입했고 향후 방문을 원하는 탑승자 가족들에 대해서는 매일 오후 6시 30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정기편 좌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 빠른 수습 나섰지만...
전날 아시아나항공은 이 과정에서 항공기 기체가 일부 손상됐지만, 여객기 정지 후 탑승객 전원이 비상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하면서 중상자는 없고 가벼운 부상을 입은 18명이 4개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NHK,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과 일본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23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의 부상은 비상 탈출 과정에서 입은 가벼운 부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나머지 승객은 집으로 귀가했다.

이 사고의 영향으로 히로시마 공항 활주로는 사고 직후인 오후 8시 20분부터 폐쇄됐고, 히로시마공항을 오가는 항공편이 잇따라 취소되거나 도착지를 변경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사태 진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별기 투입과 더불어 서울 강서구 본사에 사고대책 본부를 가동하는 한편 사고 수습을 위해 관련 부서, 유관기관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방침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15일 오전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조사단이 막 도착한 상황이라 아직 원인 규명이 진행 중”이라면서 “현재 일본의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소식들을 받고 있으며 조속한 원인 파악에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나머지 승객에 대한 보상 등을 포함해서 모든 보상안 등이 현재 논의 중에 있다”면서 “정확한 내용이 정해지면 최대한 빨리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아시아나항공 측은 특별기를 급파하고 수십여 명의 직원들을 보내 원인 규명과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히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저고도 비행 원인 놓고 설왕설래
다행히 대형 참사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자칫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을 만큼 급박한 상황이 펼쳐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히로시마공항은 일본 소방 당국에 “여객기가 착륙할 때 기체 뒷부분이 활주로에 닿아 불꽃이 일었다”고 통보했고, 교도동신은 왼쪽 주날개 일부가 손상되고 엔진에서 연기가 났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한 외국인 남성 탑승객은 “활주로에 착지하자마자 폭발음 같은 소리가 났고 비행기는 미끄러졌다”며 “기내에 연기가 퍼지고 승객들이 밖으로 나가려고 시도하는 도중 문이 열려 비상 슬라이드로 탈출했다”며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50대 일본인 여성 승객은 “계속 난기류에 흔들렸고, 기내에서 타는 냄새가 진동했으며 창문 밖으로 엔진에서 불길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고, 또 다른 남성 승객은 “비행기가 무서운 속도로 하강하는 등 기체가 통제력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착륙 당시 히로시마공항 주변에는 약한 비바람과 함께 안개가 끼었던 것으로 알려져 사고와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이번 사고를 항공사고로 규정한 일본 국토교통성은 해당 사고기가 활주로 앞에 있는 철탑 등의 시설과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활주로 시작지점 300여m 앞에 위치한 6.4m 높이의 ILS(항공기가 일정한 경로를 따라 정확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치) 설비 일부가 사고 후 손상됐다고 밝혔다. 또한 항공기 꼬리 부분에서도 마찰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 국토교통성과 운수안전위원회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여객기의 비정상적인 저고도 운행 탓으로 보고 경위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접촉한 ILS설비는 원래 착륙 코스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 저고도로 착륙하는 바람에 전파발신 시설물인 ILS설비와 부딪쳐 엔진과 날개 일부가 크게 손상된 채 활주로를 벗어나 역방향으로 정지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조종사 과실 가능성과 함께 여객기가 난기류에 휘말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도동신은 사고기가 보통의 다른 항공기와 달리 착륙때 활주로 동쪽으로 진입해 ILS 장치가 대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안개·구름이 잘 끼는 것으로 유명한 히로시마공항은 높은 정밀도의 ILS 장치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ILS 장치가 활주로 동쪽 안테나에서 서쪽을 향해 전파를 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착륙 항공기들이 활주로 서쪽으로 진입하는 것과 달리, 이번 사고 여객기는 반대인 동쪽으로 진입해 ILS가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당시 히로시마 공항 인근에 난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고, 실제 승객들도 난기류에 휘말렸다는 증언을 속속들이 내놓고 있다. 따라서 난기류에 휘말렸거나 저공에 깔린 구름 때문에 저고도로 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아시아나항공 측은 특별기를 급파하고 수십여 명의 직원들을 보내 원인 규명과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히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운항정지 소송도 영향권…불똥 튈라 노심초사
아시아나항공은 큰 부상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자칫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고 등 과거 대형 사고의 악몽이 다시 재현될까 조기 수습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특히 현재 샌프란시스코 사고에 따른 국토교통부의 운항정지 처분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한 사고가 또 발생함에 따라 큰 타격을 입을 공산이 커졌다. 또한 유가하락과 여행객 증대의 호재와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의 반사이익을 업고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최근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게 됏다.

아시아나항공은 2013년 7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여객기가 활주로 앞 방파제를 치면서 착륙 이후 활주로와 충돌, 탑승객 307명 중 중국인 등 3명이 숨지고 180명 이상이 부상당하는 대형 사고를 냈다.

이 사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미지 실추와 더불어 미국에서 부과받은 6억원 가량의 벌금도 문제지만, 국토교통부가 대표적인 ‘알짜’ 노선인 샌프란시스코 노선에 45일 간의 운항정지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국토부의 운항정지 처분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발생해 현재 법정다툼까지 간 상황이다. 논란을 의식한 듯 국토부가 과징금과 운항정지 처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자 항공업계는 물론 국회와 외국 항공사들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편으로 나뉘어 각각 운항정지와 과징금을 주장하는 등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국토부의 운항정지 처분이 내려진 후에도 아시아나항공은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재심의를 통해 처분이 확정되자 지난해 1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행정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운항정지 처분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지난 1월 법원이 아시아나항공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아시아나항공은 당분간 샌프란시스코 노선 운항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직 재판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1년 반 만에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경우 이를 참고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45일간의 운항정지 처분은 당시 규정 하에서 가능 범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운항정지 처분이 아닌 과징금 처분이 내려질 경우는 7억 5천만원에서 22억 5천만원의 범위 내에서 내려지게 돼 있었다. 따라서 대한항공 등의 ‘운항정지’파 들은 운항정지 처분이 너무 가볍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피해자 보상까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마당에 운항정지 문제만 해결되면 어느 정도 사고의 악몽을 지울 수 있었던 아시아나항공으로서는 이번 사고로 인한 ‘불똥’에 당분간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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