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또 무산된 팬택, “설마” 하던 청산 어느새 임박
매각 또 무산된 팬택, “설마” 하던 청산 어느새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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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매각마저 불발…수 주 내 청산 절차 돌입 유력
▲ 법원이 팬택의 3차 매각마저 실패로 돌아갔다고 밝히면서 설마 하던 팬택의 청산 가능성이 크게 높아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팬택

법정관리 중인 팬택의 3번째 매각 시도마저 불발돼, 가능성 수준에 그치던 ‘벤저 신화’ 팬택의 청산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파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지방법원 파산부는 “팬택 인수합병 관련 인수의향서(LOI) 접수 마감일인 지난 17일 국내 2곳, 해외 1곳 등 총 3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인수의향서가 유효하지 않거나 실질적인 인수 의사·능력이 없다고 판단돼 후속 입찰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향후 절차는 관리인과 채권자 협의회의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원이 현재로서는 추가 매각 절차 진행 가능성도 열어놓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수 차례에 걸친 매각 실패로 결국 청산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상황이다. 협의에는 2주에서 4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5월 중에는 팬택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로써 지난 17일 3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매각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던 팬택의 청산 가능성은 크게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두 차례의 매각 실패에도 매각 가능성이 훨씬 높게 점쳐졌던 것과 달리 이번 매각 실패는 타격이 크다고 보고 청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6일 이준우 팬택 사장 역시 임직원 간담회를 통해 인수의향자가 마땅치 않을 경우 약 4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청산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준우 사장의 얘기에 따르면 청산까지 남은 시간은 20여일에 불과하다.

법원이 팬택의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직권으로 법정관리를 종료하고 이후 파산 절차에 돌입한다. 파산선고가 나면 1400여명의 임직원은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팬택은 2주 이상 3개월 이하 기간 동안 채권 신고를 받고, 4개월 내로 제1회 채권자 집회를 개최한다.

법원은 팬택이 기존에 보유하던 특허권, 김포공장 등의 자산을 매각해 퇴직금 등의 급여를 우선 지급하며 잔액은 부채 비율에 따라 채권자에게 지급하고 채권 변제까지 마무리되면 청산이 완료된다.

◆수 차례 매각 시도, 수포로 돌아가
지난해 팬택은 매각 시도를 두어 차례 진행했지만 모두 불발로 돌아갔다. 매각주관사인 삼정회계법인은 지난해 10월 7일까지 인수의향서를 제출받기로 했지만, 일부 기업들이 제출 시간 미비 등을 이유로 추가 기간을 요구해 지난해 11월 21일로 인수의향서 제출 기한을 미뤘다.

삼정회계법인은 기한 지연에 따라 인수의향서 제출과 본입찰을 동시에 실시하기로 했지만, 당일 투자자가 본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어 지난해 12월 열린 팬택 관계인 집회에서 삼정회계법인은 청산 가치가 1500억여원으로 계속 기업가치 1114억원을 391억원 초과한다며 청산이 더 유리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지만, 당시 출고가를 낮춘 베가아이언2의 품귀현상과 함께 법원의 재매각 방침이 맞물리며 매각이 다시 추진됐다.

이어 팬택은 인수 의사를 밝힌 미국의 한국계 자산운용사 원밸류에셋과 수의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매각 성공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당시 원밸류에셋의 실체와 자금동원, 경영 능력 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만큼 원밸류에셋과의 계약은 많은 기대를 불렀다. 하지만 원밸류에셋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인수대금 계약금 100억원을 지난 3월 6일까지 납부하지 않아 팬택은 또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3일 후 법원은 KDB대우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추가해 3차 공개 매각 공고를 내기에 이르렀다. 인수의향서 접수 기간인 지난 17일 국내 2곳과 해외 1곳에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는 낭보가 전해지며 팬택의 재기에 다시 무게가 쏠리는 듯 했으나 결국 법원이 후보들의 인수능력에 의문을 표하면서 3차 매각도 불발로 돌아갔다. 

▲ 지난해 7월 팬택 문지욱(왼쪽부터) 부사장, 이준우 대표이사, 박창진 부사장이 경영 위기에 대해 고객과 협력업체에 사죄하고 있는 모습. 최근 이준우 대표는 남은 기간동안이라도 투자자가 나타날 경우를 대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팬택, 대표·임직원 마지막 가능성에 ‘구슬땀’
한편 팬택은 2013년 8월부터 과장급 이상이 자발적으로 월급의 10∼35%를 회사에 반납했고 12월부터는 전 직원이 급여의 20%를 자진해 내놓았다. 유급 휴직에 들어간 임직원도 전체 1400여 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약 700명에 이른다.

또한 팬택은 여전히 연구개발(R&D)과 사후서비스도 지속하고 있다. 파산선언까지 남은 2~3주 동안 투자자가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능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지만 실낱 같은 희망에 기대를 걸고 정상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팬택은 현대카드와 진행한 ‘브루클린 프로젝트’ 등 개발 중인 신제품 정보 일부를 다방면으로 노출하면서 인수의향자 찾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통신사 및 유통점 영업활동도 유지하면서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세간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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