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2006년 불법대선자금과 안기부X파일 파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등이 논란에 휩싸이자 4500억원을 출연해 만든 ‘삼성꿈장학재단’이 비영리기관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세청의 비영리기관 세무조사의 경우 증여세 문제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할 때, 이번 조사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상속문제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20일부터 40일간 삼성꿈장학재단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삼성꿈장학재단은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을 전신으로 하는데, 이번 세무조사의 경우 2002년 7월 삼성이건희장학재단 출법 후 13년 만에 첫 조사다.
이번 조사에서 국세청은 삼성그룹이 지난 2006년 재단에 기부한 삼성에버랜드 지분 4.12%를 포함해 삼성SDS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과 관련된 변동 상황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 측은 당시 출연 받은 주식 가운데 일부인 에버랜드 지분을 2012년 1800억원대에 에버랜드에 되팔아 현금으로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삼성측은 삼성꿈장학재단의 운영은 그룹과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세무조사 전 회계 업무 담당자인 삼성생명 직원 2명이 파견형태로 재단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돼 그룹-재단운영이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외에도 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삼성생명의 자회사 STS커뮤니케이션의 우진중 전 경영지원실장이 임명돼있다.
삼성꿈장학재단은 과거 삼성이 에버랜드 편법증여 논란이 불거지자 삼성이건희장학재단에 헌납했던 4500억원과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이 추가 조성한 3500억원 등 총 8000억여원이 들어가 만들어진 비영리 기관으로 2006년 출범했다. 300억원 가량이 1년 예산으로 책정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장학 재단이다. 2006년 출범당시 이름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었고 이후 2010년 삼성꿈장학재단으로 바꿨다.

◆ 삼성, 비리만 터지면 “사회 환원” 일축
삼성그룹과 오너일가가 헌납한 총 8000억원으로 설립된 삼성꿈장학재단이 국세청 세무조사 대상에 오르자, 최초 8000억원을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비리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투명경영과 같은 원천적인 해결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사회헌납과 오너의 사재 출연 등을 통한 ‘땜질식 처방’으로 국민정서 달래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과거 1966년 삼성 소유 한국비료의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지자 삼성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한다고 밝혔고, 1999년 삼성자동차 부실채권이 문제가 되자 이건희 회장은 2조 80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했다. 이후 2006년 불법 대선자금과 안기부 X파일, 에버랜드 등으로 논란이 일자 삼성은 8000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때 마련된 8000억원 중 일부인 4500억원이 삼성꿈장학재단에 들어갔다. 문제가 됐던 불법대선 자금 제공과 에버랜드 전환 사채 헐값 발행, 안기부 X파일 논란에 따른 삼성 측의 일종의 ‘사과방식’ 인 것이다.
당시 사회 환원용으로 조성됐던 8000억원이라는 액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측이 거금을 제시해 ‘반삼성’ 정서를 불식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많았다.
게다가 ‘8000억 사회환원 공약’ 발표 전 이미 삼성꿈장학재단에 투입됐던 4500억원을 제외한 3500억원은 이건희 회장 일가의 에버랜드 전환 사채 불법 증여에 따른 추정이익에 대한 헌납분 1300억원과 이건희 회장의 셋째딸 고 이윤형씨의 유산명목 2200억원으로 조성된 것이었다.
이에 삼성이 실제로 추가 조성한 기부금은 2200억원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었다.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3500억 중 1300억 원은 에버랜드 전환 사채 불법 증여에 따른 추정이익분으로 실제 기부금은 2200억 원뿐이다”라고 주장했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