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원자력협정이 4년 6개월여간의 협상 끝에 타결되면서 1973년 발효된 현행 협정 이후 42년 만에 전면 개정된다.
22일 오후 박노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협정’(한미원자력협정)에 가서명을 완료했다.
총 40여쪽 분량으로 구성된 전면개정된 이번 협정은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수출 등 3대 중점 추진분야와 원자력 연구개발 자율성 등과 관련된 부분을 전명 개정됐다. 또한 한미간 원자력협력의 틀과 원칙을 담은 전문, 21개 조항의 본문, 협정의 구체적 이행과 한미 고위급위원회 설치에 관한 각각의 합의의사록 등으로 구성됐다.
우리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을 3대 중점 목표로 정하고 미국과 지난 2010년 10월 1차 협상에 돌입한 이래 꾸준히 개정 협상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협상이 지연되면서 2013년 4월 양측은 지난해 3월이었던 기존의 유효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도 했다.
◆골드 스탠더드 미포함…자율성 증대 성과
한미원자력협정의 타결로 특히 꾸준히 문제점으로 제기돼 온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가능성의 문이 열리게 됐다.
무엇보다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국가와의 원자력협정에 넣은 농축·재처리 포기 조항,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이번 협정에는 명시되지 않은 것이 눈에 띈다.
기존 협정에서는 우라늄 저농축과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을 통한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미국의 사전동의 규정 등에 의해 완전히 묶여 있었다. 농축에 관련된 구체적 명시는 없었지만 특수핵물질의 재처리, 연료성분의 형태나 내용의 변형은 미국으로부터 건마다 또는 5년마다 사전동의가 필요했다.
이는 이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 연구·개발에 사실상 족쇄로 작용해왔다는 평가와 함께 미측의 일방적 통제방식에 따라 불평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개정된 협정문에는 핵심 쟁점이었던 핵연료(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되지 않았고 협정 기한대 포괄적 장기동의 형태로 바뀌었다.
이번 협정을 통해 한국은 사용후핵연료의 안정적 관리 방안 모색과 직결된 연구·개발 공정, 즉 조사후시험과 전해환원에 대한 ‘장기동의’를 확보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우리 나라의 자율성이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원자력 수출업계 기대 만발…기한 20년 단축
이날 협정 타결로 원전업계는 특히 원전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원자력 수출업계가 제3국으로 원전기술을 수출할 때 미국으로부터 건별로 동의를 받고 수출을 추진해야 했다. 하지만 협정 개정으로 앞으로 한국과 미국, 두 나라와 원자력협정을 맺은 나라로 원전기술을 수출할 경우 따로 미국의 동의가 필요없게 됐다. 협정에 ‘포괄적 장기동의’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원자력을 처음 시작할때 미국으로부터 원천기술을 받았다"며 "이번 협정으로 앞으로 원전 수출의 걸림돌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협정의 유효기간은 41년에서 20년으로 단축됐다. 국내 원자력계의 발전 가능성을 반영하기 위해 유효기간을 줄였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또한 일방 당사국이 1년 전에 사전통보만 하면 어느 때나 협정을 종료시킬 수 있다.
협정 만료 2년 전에 일방이 연장 거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1회에 한해 5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발효 17년째 되는 해에 협정의 유효성과 연장 필요성을 검토토록 하는 내용도 협정문에 반영됐다.
이번 협정은 양국의 가서명에 이은 1~2개월후 정식서명, 미 의회의 비준과 우리 국회에 대한 보고 등 국내절차를 거쳐 기존 협정의 유효기간인 내년 3월 이전에 발효될 전망이다.
기존 41년이었던 협정의 유효기간도 원전환경의 급속한 변경 가능성 등을 감안해 20년으로 대폭 단축했다. 다만, 협정 만료 2년 전에 어느 한 쪽이 연장거부를 통보하지 않으면 1회에 한해 5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앞서 협정 발효 17년째 되는 해에 양국이 협정의 유효성과 연장 필요성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 협의하도록 했다. 별도로 일방 당사국이 1년 전에 사전 통보만 하면 협정을 어느 때나 종료시킬 수 있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의 향상된 지위를 반영했다”고 자평하고 “과거의 일방적 의존과 통제체제에서 벗어나 당면한 여러 제약을 풀고, 미래의 가능성을 여는 선진적·호혜적 협정”이라고 평가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