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1분기 실적에서 주력 계열사인 차량 부문의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부진에도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나머지 계열사들의 약진으로 이를 만회하는 모양새를 연출, 꾸준히 추진해온 ‘수직계열화’의 효과가 드러나고 있다.
지난 23일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공개한 현대차는 영업이익 1조5880억원, 매출 20조94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하면 18.1%나 감소한 수치고 2010년 이후 4년여 만에 최저치다. 매출 역시 3.3% 줄어들었다.
다음 날인 24일 기아차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기아차는 1분기 매출액이 11조1777억원, 영업이익 511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무려 30.5%나 급감한 수치고, 매출 역시 6.3% 감소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68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감소했고, 현대위아도 1분기 영업이익이 1302억원으로 2.0%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의 주력인 차량 부문의 계열사들이 모조리 ‘어닝쇼크’급의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는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원화 강세 등 환율 악화의 직격탄을 맞아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판매량까지 감소하거나 정체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비록 ‘바닥론’이 제기되며 2분기부터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룹을 대표하는 주력 계열사의 부진은 분명 호재는 아니다.
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를 외치며 일관되게 강조해 온 ‘수직계열화’의 중심에 서 있는 현대제철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돼 눈길을 끌었다.
기아차와 함께 실적을 공개한 현대제철의 1분기 단독기준 영업이익은 340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의 2332억원보다 무려 46.0%나 급증했다. 아울러 당기순이익은 2515억원을 기록, 4배 이상 폭증했다.
특히 철강업의 업황 부진으로 매출액은 12.1% 감소한 3조4611억원으로 집계됐지만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의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이 크게 향상돼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9.2%를 제치고 영업이익률 9.8%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현대제철은 최근 SPP율촌에너지와 현대하이스코의 남은 부문을 모두 완전합병하면서 포스코를 위협할 정도로 몸집을 불리고 있어 앞으로 현대차그룹 내의 위상도 크게 격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품을 실어 나르는 물류 부문의 현대글로비스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1745억원으로 나타나 지난해 1분기 대비 13.0% 증가했다. 매출액은 3조3861억원으로 3.1%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06억원으로 1.3% 증가했다.
철강 부문의 또 하나의 주요 수요처인 건설업의 현대건설 역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견실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이 매출 3조9432억원, 영업이익 200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9.8%나 늘었고 영업이익도 6.9% 늘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을 기반으로 자동차 부문과 건설업 부문을 거쳐 국내와 해외 물류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면서 구매 비용과 운반 비용을 줄이고 많은 부품을 자체조달하는 등 효율과 품질 확보에 큰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