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두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혈세부과론을 언급하며 여론전에 전면으로 나섰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연일 고강도 발언을 내놓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여야와 정부, 공무원 단체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정부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반대로 인해 처리가 되지 않고 곳곳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의 불만감을 드러내고 있다.
◆연금 개혁 놓고 당청 냉기류 조성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면서도 여야, 공무원 단체가 합의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의 뜻을 거듭 밝혔다.
특히 야당에서는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질질 끌려 다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은 13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해 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퓨처라이프 포럼’에 참석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이날 참석한 여야 의원들을 중심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연금 전문가 및 언론의 비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동시에 개혁안의 ▲재정절감 효과 ▲소득재분배 기능 도입 ▲신·구 공무원 형평성 제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제고 등 장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어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고 하셨는데 전 이 문제를 생각하면 정말 참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이렇게 국가적 아젠다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기본적 애국심의 발로인데 어찌해서 국민들에게 하나마나 한 맹탕 개혁이다, 졸속이다, 비열한 거래다, 이런 말로 매도 당하면서 이렇게 온통 오물을 다 뒤집어써야 하는지 정말 기가 막힌 심정”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를 향해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의 내용을 갖고 잘 됐는지 잘못 됐는지를 말해야 하는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면서 “그런데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갖고 옳냐, 그르냐 이슈 파이팅 하는 것은 얼마나 허망한 일인지 참 답답할 따름”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대표는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은 여러 사안이 매우 어렵고 시간도 촉박한 최악의 조건 속에서 하는 거다. 미국의 경우 3년 이상 걸렸다. 일본은 무려 15년에 걸쳐서 개혁안이 확정된 바 있다”며 “우리는 사회적대타협기구가 구성되고 특위가 구성되고 불과 4개월 만에 합의본 거다.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을 성공시켰다. 이런 문제는 전혀 평가받지 못하고 졸속 개혁이다, 비열한 거래다 매도 받는 심정을 한 번 생각해보라”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또 “5월2일 여야 당대표, 원내대표, 특위 위원장, 여야 간사 7명이 합의해 서명한 이 내용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6일 본회의에 통과시킨다, 야당에서 마지막에 들고 나온 공적연금 개혁특위와 사회적기구를 (본회의에) 통과시킨다는 것”이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은 5월6일 국회에 구성되는 특위와 사회적기구, 여기서 논의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는 여당이 약속을 파기했다고 주장하는 야당을 향해서도 “협상 마지막에 엉뚱하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들고 나온 것은 야당”이라면서 “우리가 받을 수 없다고 했는데 야당이 못 해주겠다고 해 어떻게 하나. 실무기구에서만 사인했고 양당 간 합의서에는 존중한다는 말만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포럼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5월2일 여야 대표가 합의서에 서명한 그 내용대로 우리는 약속을 지킨다”며 “그 누구도 거기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2일에도 “협상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며 청와대가 여당의 협상 재량권을 제한한 것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성공 여부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성패를 가를 중요한 척도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는 여야 합의를 최종적으로 이끈 당사자로서 추후 개혁 성패에 따른 정치적 평가가 잇따를 전망이다.
한편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원내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무산에 대해 “5월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서도 옳았다는 확신을 가졌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만 당·정·청 간 불협화음에 대해서는 “마지막까지 청와대와 우리당 추진 의원들 사이에 소통이 거의 실시간으로 100% 이뤄졌다”며 “그게 대통령에게 얼마나 보고가 잘 됐는지는 모르지만 거의 끝무렵까지 청와대와 소통이 잘 됐으며 국민연금 사회적기구 관련 마지막 의견 차이만 부각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협상 장기화 수순
청와대가 여당을 압박함에 따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불가 방침에 당의 입장을 확정했다.
앞서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정치권에서 제기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보험률 인상문제로 인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산된다면 이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보험률 인상문제는 정치적인 당리당략에 의해 결정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국민과 국민연금 대표자들의 동의가 선행돼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공무원연금과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은 미흡하지만 일단 하고 국민연금 개혁은 추후에 사회적으로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신중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청은 실무기구가 내놓은 ‘공적연금 강화 합의문’은 존중하되 ‘50-20’은 명기하지 않는 선에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기존 여야 합의를 뛰어넘어 새로운 협상안을 마련할 가능성도 높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50-20’은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12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분간은 합의가 쉽지 않은 소강상태가 계속 될 걸로 예상된다”면서 “원내대표로서 협상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공무원연금법 통과를 위해서 야당과 대화를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로운 협상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새로운 합의안 마련을 시사했다.
유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사실상 5월 임시국회 처리가 어려워졌음을 인정하는 한편, 협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여당이 사회적 대타협 합의안을 파기하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만 처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강하게 반발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5월 국회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를 놓고 고성이 오가는 등 갈등이 심화돼 공무원연금개혁 협상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원내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합의 존중을 주문한다. 합의안을 지키길 기대한다”면서 “유승민 대표가 합의한 내용을 밥 먹듯이 걷어차는 행태가 반복되면 합의할 수 없고, 서로 약속을 할 수 없다. 한동안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며 유승민 대표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래야 합의할 수 있고, 약속할 수 있으며, 하지 못한 민생입법, 연금개혁과 공무원 연금 개혁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책임 떠넘기기가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이 연금 개혁 무산의 책임을 국회에 전가했다. 근거도 없는 세금폭탄론을 또다시 꺼내들었다”면서 “대통령이 걸핏하면 자신의 책임을 국회와 야당에 떠넘기고 국민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을 겨냥해서는 “청와대와 정부의 꼭두각시에 불가하다. 청와대와 정부의 요구에 힘없이 놀아나고 있다”이라며 “합의파기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실상 국민연금을 가입한 하위 70%인 기초연금 대상자는 5%이하, 제로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당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며 “새누리당이 합의를 했고, 양당 대표와 강기정 정책위의장 등이 함께 합의안에 서명을 했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약속을 깨고 합의안을 파기하여 지난번 국회가 파행되었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지적하고 있는 민생입법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