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산업 품을까
박삼구, 금호산업 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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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인수 9부능선 넘어

▲ 인수의 9부능선은 넘었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인수가격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금호산업의 매각대금이 약 7000억원에서 9000억원대 안팎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뉴시스
금호산업의 ‘원 주인’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인수의 9부능선을 넘었다. 금호산업 채권금융사들이 금호산업 지분을 재입찰하지 않고 박 회장 측과 수의계약하기로 의견을 정했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박 회장과 채권단과의 ‘머니 게임’이다. 재계에서는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금호산업의 매각대금이 약 7000억원에서 9000억원대 안팎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채권단이 계열사 자금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가운데, 박 회장의 현금동원능력이 금호산업을 품에 안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할지 재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산업을 품에 안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채권금융사들이 금호산업 지분을 재입찰하지 않고 박 회장 측과 수의계약하기로 의견을 정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비롯해 KDB대우증권,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미래에셋, KB국민은행 등 5개 채권금융사로 구성된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는 지난 7일 회의를 열고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 측과의 개별협상 추진 안건을 부의했다. 수의계약 추진에 대한 최종 의견은 오는 18일경 결정될 전망이다.

◆박삼구, 금호산업 품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다시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박 회장은 2015년 1월부터 시작된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몇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10월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산업에 대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올 1월 투자안내서를 발송하고 공식적으로 매각공고를 냈다. 당시 재계에서는 다수의 사모펀드(PEF)뿐 아니라 신세계를 비롯한 롯데·CJ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인수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었다.

이는 자금 동원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던 박 회장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현금동원능력이 충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호반건설이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박 회장은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이후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단독참여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다행히 호반건설이 제시한 6007억원이 채권단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호반건설 발 위기감은 일단락됐다.

◆9부능선 넘은 박삼구, 문제는 가격?
위기를 겪은 박 회장이지만, 수의계약을 추진하게 되면서 9부능선은 넘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채권단 내부에서는 수의계약 추진에 대해 비관적 시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개 매각의 흥행이 실패한데다 그마저도 유찰됐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수의계약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호산업 지분 처리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매각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경우 채권단이 팔게 되는 지분율은 기존의 57.48%에서 50.0%+1주(약 1810만주)로 줄어든다. 이번에 처분하지 못하는 나머지 7.48%는 추후 매각될 예정이다.

남은 것은 박 회장과 채권단과의 ‘머니 게임’이다. 박 회장은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금호산업 탈환을 희망하고 채권단은 그동안 봤던 3조원 안팎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최대한 비싼 값에 지분을 팔고 싶어 한다.

이번에 채권단이 내놓게 될 금호산업의 단순 지분가치는 8일 오전 10시 거래가격 기준으로 약 3230억원(1주당 1만7850원) 수준. 공개 매각 추진 당시 5000억원대를 호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30% 이상 떨어진 셈이다.

금호아시아나의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은 양대 국적 민항사이자 그룹의 주력 현금 창출원인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 알짜 계열사들을 손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계열사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금호산업의 매각대금이 약 7000억원에서 9000억원대 안팎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재 수준의 지분가치에서 약 3000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으면 매각대금은 6000억원대 초반이 된다. 그러나 이는 호반건설이 응찰했던 가격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협상의 최소 가이드라인은 유찰가보다 1000억원 정도 비싼 7000억원대부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산업 채권금융사들이 금호산업 지분을 재입찰하지 않고 박 회장 측과 수의계약하기로 의견을 정했기 때문이다. ⓒ뉴시스

◆7900억 밑으로는 안된다?
그러나,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은 8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직접 거래를 통해 매각을 추진하되, 원하는 가격 이하로는 팔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금호산업 주가 및 실사를 통해 확보한 가치에 100% 수준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에 회사 경영권을 넘겨줄 방침이다. 이 경우 금호산업 매각가는 7900억원에 달한다.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채권단의 75%이상이 박 회장과의 직접 거래쪽으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제 문제는 가격인데, 현재 주가가 많이 하락한 상태여서 전적으로 주가만을 기준으로 매각가를 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와 실사를 통해 확보한 가치에 합당한 경영권 프리미엄 붙일 것”이라며 “그렇다고 200~300%까지 무리하게 프리미엄을 설정하지는 않고 100%선에서 결정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채권단이 100%의 프리미엄을 붙일 경우 매각가는 9094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이 가진 50%+1주에 대한 가격은 7900억원이 된다.

호반건설이 본입찰에 참여해 제시한 매각가는 6007억원으로, 이는 당시 주가인 2만2850원(4547억원)에 32%수준의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7900억원에 지분을 매입하지 못할 경우 우선협상권이 6개월 간 상실되는 만큼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특히 가격이 비싸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매각가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있다.

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의 자금상의 이유 등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경우 다른 업체들에 재매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 경우 채권단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지난 채권단 회의에서 “국적항공사 경영권을 인수할 유일한 기회임을 홍보했지만 박 회장의 적극적 인수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입찰참여가 부정적 이미지 형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 많았다”며 “신세계가 최고 경영진의 결정으로 인수의향서 접수를 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밝힌 바 있다.

7000억원에서 8000억원 정도의 선에서 협상의 공감대가 이뤄질 경우 박 회장이 무난하게 금호산업 지분을 인수할 수 있다. 박 회장이 스스로 보유한 재원에 박 회장과 가까운 인맥을 동원한다면 만족할 만한 현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고비 넘을까?
그러나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1조원 이상의 매각대금을 요구할 경우 금호산업 매각 작업은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박 회장이 우군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1조원 이상의 돈은 마련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호산업의 기본적인 지분가치(지분율 50.0% 기준)가 4000억원을 밑도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고수익 계열사의 경영권 프리미엄만을 고집하며 지나치게 가격을 부풀리는 것은 무리수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금호산업이 제3자에 매각되거나 매각이 표류되면 국가 경제 측면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국내외 경제 활동의 한 축을 담당하는 민항사(아시아나항공)까지 한꺼번에 넘어가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호산업의 매각대금 산정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자칫 채권단이 터무니없는 고가에 금호산업을 처분했을 경우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다 국부까지 팔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지분 처리 방식에 대한 채권단의 공식 의견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딱히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호산업 인수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는 의견을 되풀이했다.

◆채권단 “계열사 자금 허용되지 않아”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개별협상을 추진 중인 가운데, 박 회장의 인수자금 성격도 최종 매각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삼구 회장에게 금호산업 인수자금에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 자금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앞서 산업은행은 금호고속 인수전에서도 금호산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터미널 금호고속우리사주조합 등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 인수 구조를 마련하자 제동을 건 바 있다.

채권단이 금호산업 지분 57.5%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박 회장의 지분은 10.10%에 불과한데 채권단의 동의 없이 자산의 취득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KoFC IBKS 케이스톤 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은 금호터미널을 중심으로 주식 인수금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인수금융을 통해 총 40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금호고속은 금호터미널가 우선매수권 행사 주체다.

채권단은 금호산업에 대해서도 계열사 자금이 박 회장의 경영권을 회복하는데 활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호산업은 박 회장 개인이 우선매수권을 쥐고있다. 매각대상회사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30.08%)과 금호터미널(아시아나항공 100%) 출자관계의 최상위에 있어 사실상 모든 계열사가 해당된다. 또 최근 워크아웃을 졸업한 금호타이어 역시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지분 42.1%를 쥐고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우선매수권은 박 회장 개인 자격으로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열사 자금을 동원할 경우 최종 인수를 거부할 것”이라며 “회사 자금을 오너의 경영권 취득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주주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회장의 현금동원능력이 금호산업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인지 여부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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