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약 열기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SK건설이 분양한 한 아파트에서 만 3살에 불과한 아이가 청약에 당첨돼 청약 당첨 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SK건설과 금융결제원 측은 문제가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발표된 경기 화성시 기산동 ‘신동탄 SK뷰파크 2차’의 청약 당첨자 1196명의 명단에 만 3살인 2012년생 김모 군이 포함돼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가뜩이나 사상 최고의 청약 열기로 탈락자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겨우 만 3살의 아이가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것이다.
민영주택 청약은 일반적으로 만 19세 이상만 신청이 가능하지만,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인 세대원이 있는 세대주에 한해 19세 미만도 청약이 가능하다. 이번 경우 역시 이 같은 점을 이용한 부모가 김 군 명의의 청약 통장으로 접수했다가 당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 2층~지상 24층, 아파트 14개동 총 1196가구 규모의 신동탄 SK뷰파크 2차는 700m 인근에 20만명이 근무하는 삼성전자 화성캠퍼스가 위치하고 있고, 전 세대를 전용면적 59㎡(468가구)와 84㎡(728가구) 등의 중소형 물량으로만 구성해 실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단지다.
이번에 논란이 제기된 주택형은 전용면적 84㎡A형으로 232명 모집에 1·2순위에서 총 253명이 지원, 1.2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논란이 일자 일각에서는 건설사 측에 부실한 당첨자 관리의 책임을 묻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일보>는 SK건설 측이 처음에는 분양 소장이 부적격자가 없다고 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김 군이 부적격자임을 확인하고 당첨을 취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SK건설 “부적격자 거르는 작업 계속 진행”

하지만 SK건설 측은 이번 건이 작은 해프닝에 불과한 일인데 심각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SK건설 관계자는 21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청약 접수부터 계약까지 가는 과정 중에 생긴 일종의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정식 계약 기간은 지난 20일부터 개시됐으며 오는 22일 마무리된다.
그는 “금융결제원이 부적격자 발생, 계약 포기 등을 감안해 실제 계약할 인원보다 어느 정도 많은 수의 당첨자를 뽑아서 발표하면, 건설사는 당첨자 명단에서 기본적인 정보들로 1차적으로 거른 뒤에 최종적인 계약시점까지 끊임없이 검증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3살 짜리 아이가 나이 때문에 유독 부각되서 그렇지, 접수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번 건 뿐 아니라 다른 아파트들의 당첨자 명단에도 부적격자들은 대부분 포함돼 있기 마련”이라면서 “하지만 계약을 추진하면서 관련 서류 등 사실 확인을 포함해 철저히 검증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부적격자가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번 경우도 만 3살짜리 아이가 세대주가 될 리가 없는데도 당첨이 됐지만, 계약하러 올 때 어린아이가 실제로 계약하러 올 수 있겠느냐”면서 “최종적으로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00% 걸러지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SK건설 측이 처음에는 부적격자가 없다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부적격자 없음 판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1000여명이 넘는) 당첨자 명단 속의 부적격자를 거르는 1차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김 군의 당첨은 논란이 제기된 후 즉시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결제원 “검증은 건설사 몫”
금융결제원은 이번 논란과는 아예 무관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청약 당첨자를 전산으로 추첨하고 결과를 ‘아파트투유’에 공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금융결제원 측은 사업 주체인 건설사가 사후 증빙 서류를 통해 당첨자를 검증한다는 입장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청약 신청 단계에서는 본인확인과 청약통장 확인 절차를 거친다”면서 “자격 검증은 당첨자 선정 후에 건설사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결제원 측은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인 경우 미성년자라도 청약 접수가 가능하고, 유아라고 해도 부모·조부모가 부양가족으로 돼 있는 세대주라면 이론상 접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군이 세대주가 돼 있는 이상 당첨자 발표 단계에서 걸러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금융결제원 측은 “후순위자를 많이 발표하는 이유는 나중에 부적격자가 있을 때 채워 넣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결제원 측은 “신청 단계에서부터 당첨자 선정까지의 과정은 관계법령에 따라 진행된다”면서 부실 관리 논란을 일축했다.
◆청약 제도 솜방망이 처벌 지적 잇따라
누리꾼들은 부실한 청약 관련 제도의 헛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상 청약에서 당첨되고 난 후 부적격 사유로 인해 당첨이 취소될 경우 3개월 간 다른 분양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될 수 없는 제한만 존재할 뿐 다른 제재는 전혀 없다.
게다가 이번 경우처럼 3살 아이의 청약 당첨에 최종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없음을 충분히 알 수 있음에도 굳이 청약을 신청한 부모에 대한 제재는 더욱 힘들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다른 분양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사안이고 유사 사례가 있을 수도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정밀 조사 및 제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 역시 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규정을 어기고 청약한 부모의 잘못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면서 “부당한 청약 접수로 당첨이 된 경우 몇 년 이상의 청약 접수를 금지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 누리꾼은 “매번 청약에서 떨어져서 나보다 더 높은 점수의 사람이 혜택을 받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화가 난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고, 다른 누리꾼은 “1차적으로 부모의 잘못이지만, 기본적인 과정에서 거르지 못한 건설사를 완전히 믿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