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성완종 회장 부인, 베트남 차명재산 재조명
고 성완종 회장 부인, 베트남 차명재산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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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업 자금난에도 커피숍, 로얄마사지숍 등 열어
▲ 현재 베트남에서 동영숙 씨가 운영하고 있는 V presso 커피숍과 마사지숍의 모습. 동영숙 씨는 랜드마크72 빌딩 내 2곳의 직영점과 가맹점 5곳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경남기업의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로얄마사지숍과 세탁소를 열기도 했다. 사진 / 박용구 특파원

‘성완종 파문’이 정치권은 물론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을 대표하는 주상복합건물로 자리잡은 경남기업의 ‘랜드마크72’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배우자 동영숙 씨의 차명재산이 재조명받고 있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고 성완종 회장의 부인 동영숙 씨 등 고 성완종 회장의 일가는 경남기업의 150억원 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검찰은 동영숙 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으며, 당시 검찰은 동영숙 씨 등 성완종 회장 가족이 실소유주인 계열사나 관계사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린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경남기업의 비자금 창구로 지목된 관계사는 건물운영·관리업체인 체스넛, 그룹 내 알짜라던 건축자재 납품사 코어베이스 등이 있다. 고 성완종 회장 일가의 소유인 비상장사 대아레저산업 등 경남기업 계열사에서 분리돼 나온 이들 회사는 고 성완종 회장 부인 동영숙 씨가 사실상 소유한 회사로 알려졌으며, 고 성완종 회장 역시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부인의 회사를 통한 돈 말들기에 대한 부분을 일부 시인하기도 했다.

특히 동영숙 씨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반드시 거론되는 곳이 경남기업이 베트남에 세워 이름대로 랜드마크가 된 ‘랜드마크72’다.

동영숙 씨가 실소유주인 것으로 알려진 체스넛비나(현 GTG)가 랜드마크72의 관리를 맡고, 시행사인 경남비나로부터 100억여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챙겨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남비나의 지분은 경남인베스트먼트가 100% 소유하고 있고, 경남인베스트먼트 지분 100%는 경남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신흥 도심 팜흥로에 위치한 랜드마크72는 호텔·백화점 등이 들어선 72층짜리 타워 동과 48층짜리 아파트 2개 동으로 구성된 주상복합건물로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됐다. 연면적이 60만8천㎡로 여의도 63빌딩의 3.5배에 이른다.

2007년에 공사를 시작해 2011~2012년 완공됐으며, 아파트 2개동 922가구는 100% 분양돼 입주가 완료됐지만, 도심 외곽이라는 입지 탓에 백화점과 호텔, 레지던스, 오피스 등의 시설이 들어선 타워 동은 공실률이 30~40%에 달한다.

◆동영숙 씨, 베트남서 커피숍·마사지숍 등 운영

▲ 사실상 동영숙 씨가 소유하고 있는 체스넛비나는 베트남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랜드마크72의 빌딩 관리를 맡아 용역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백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사진 / 박용구 특파원

동영숙 씨가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체스넛비나는 경남기업의 원가의 배가 넘는 시설관리 수수료와 주차장 용역료를 받거나 원가를 부풀려 자재를 납품하는 수법이 동원되는가 하면 랜드마크72빌딩 내 상가를 거의 무상에 가깝게 임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숙 씨는 랜드마크 빌딩 내의 ‘V presso’ 커피숍 직영점 2곳과 가맹점 5개를 운영하고 있고, 경남기업이 자금난에 빠졌던 지난해에도 베트남 하노이시 송다구 미딩동에 로얄마사지숍을 개점하고 세탁소도 열었다.

특히 랜드마크72 내에 가게를 여는 과정에서 임대료가 거의 무상에 가깝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랜드마크72의 월 적정 임대료는 ㎡당 15달러 수준이지만, 동영숙 씨는 랜드마크72의 상가 7개를 0.1달러~2.46달러에 임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으로 환산할 경우 차익만 47만 달러에 달하고, 45년 계약의 임대 계약 연수를 고려하면 총 이익은 200억원이 넘을 전망이다.

또한 아파트를 저렴하게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랜드마크72의 30평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1000만원씩 3억원 수준이었지만, 동영숙 씨가 아파트 최초 분양시 아파트 12가구를 차명으로 분양가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가격인 1억원씩에 분양받아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또한 랜드마크72에서 칼리다스라는 호텔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경남기업과 관계사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체스넛비나는 랜드마크72 완공 후 시설관리, 전산용역, 자재납품 등의 업무를 도맡으며 연관 시설관리 수수료 명목으로 추정 원가의 배 수준인 432만 달러를 받아 매출의 절반을 이익으로 취했다. 주차장 용역료, 자재 구매 대행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부풀려 수령했다.

이 같은 소위 ‘일감 몰아주기’ 방식으로 체스넛비나는 533만64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부풀려진 금액을 감안하면 300만 달러 가량이 비자금 용도로 축적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밖에 동영숙 씨의 또 다른 차명회사 코어베이스도 경남기업에 자재를 납품하는 사업을 주도적으로 맡아 대금 조작으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업체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한 고 성완종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까지 살았던 서울 청담동 자택 역시 동영숙 씨의 소유로 돼 있다. 이 자택은 시가로 20억원이 넘는 고급 주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고 성완종 회장은 지난해 재산을 신고하면서 빚만 7억원에 달한다고 신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 성완종 회장이 본인 명의로 된 집을 한 채도 소유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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