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으로 향한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한 한 승객이 50만원대의 유모차가 파손되고 직원으로부터 욕설까지 들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24일 KE129편으로 인천에서 오클랜드로 향했던 A씨는 <시사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 측의 고객 응대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에 따르면 인천공항 탑승구에서부터 사소한 불편이 있었다. A씨는 탑승구 입구에서 이달 초 새로 구입한 유모차를 실을 때 분리해서 전달했지만, 대한항공 직원은 유모차를 비닐에 바로 넣지 않고 땅바닥에 내려놓고 시간을 지체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이 유모차를 실을 때는 수하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탑승구 앞에서 유모차를 수취해 비닐에 넣어서 보관했다가 도착지 탑승구 앞에서 돌려주게 돼 있다. 이 절차를 이용하려던 A씨는 시작부터 아이를 안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은 셈이다.
본격적인 문제는 뉴질랜드 오클랜드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발생했다. A씨는 “아이가 아토피도 심하고 감기가 심해 잠을 못 자서 빨리 나가려고 했지만 유모차가 30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혼자 있던 로지라는 이름의 직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찾고 있다’는 말과 함께 뒤로 돌아 ‘F*** Off’라는 욕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욕설은 우리나라 말로는 ‘꺼져 xx’ 정도의 욕설이며 욕설을 한 직원은 대한항공 배지를 달고 있었다.
더구나 이 직원은 30분이 지났음에도 유모차의 행방을 알지 못한 상태였다며 A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한국인 담당자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A씨의 유모차는 탑승구에서 제공돼야 함에도 수하물로 내려가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다행히 한 승객이 차에 실려 돌아오는 유모차를 발견해 유모차를 찾을 수 있었다. A씨는 “이미 1시간 가량 지체된 상태였으며 이마저도 승객이 발견하지 못했다면 수하물 칸에서 더 오랜 시간을 기다릴 뻔 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유모차가 고장이 나버렸다는 사실이다. A씨는 “시트가 유모차에 안 끼워지는 상태였고, 시트도 흙으로 오염됐다”고 전했다. A씨는 시트 조립 불능 상태에 대해 “처음에는 뼈대가 늘어난 줄 알았지만, 유모차에서 쉽게 빠지지 않는 부품이 양쪽 모두 빠져 있더라”면서 “다시 차로 실어오는 과정에서 누가 훔쳐간 것 같다”고 의심했다.
아픈 아이를 안고 1시간을 기다리고도 50만원대의 유모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결국 A씨는 사용할 수 없는 유모차를 가지고 그대로 나와야만 했다. 아이와 둘 뿐이었던 A씨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유모차가 필요했기 때문에 현금 보상을 즉시 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대한항공 측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추운 곳에서 유모차 수취가 지연되면서 아이의 아토피와 감기가 더욱 심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같이 유모차를 기다리던 다른 한국인 승객도 ‘다시는 대한항공을 타지 않겠다’고 하더라”라면서 “다른 외국인도 역시 (유모차의 행방을 모르던 당시) ‘어떻게 30분이 지났는데 이제 확인을 한다고 더 기다리라고 하느냐’며 어이 없어 하더라”고 전했다.
◆A씨 “욕하고 도둑질하는 항공사 안 탈 것”

A씨는 대한항공의 사후 처리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유모차의 고장으로 인한 불편, 직원의 욕설,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로 1시간 넘게 수취가 지연된 상황에 화가 단단히 난 A씨는 이후 대한항공 오클랜드공항지점 측에 욕설을 한 직원의 사과, 유모차의 배상과 함께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오클랜드공항 지점 측은 “욕설을 한 직원은 에어뉴질랜드 조업사 직원으로 다시는 투입되지 않게 조치하고 조업사에 엄중 경고할 것”이라면서도 보상에 관해서는 유모차를 새로 사 주는 수준에서 끝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해당 직원은 욕설을 하지 않았다고 버티면서 사과도 하지도 않은 상태고, 대한항공 측은 보상은커녕 유모차를 새로 사 주는 것도 감사하게 알라는 뉘앙스로 응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의 국제운송규약을 보면 “몬트리올 협약이 적용되는 운송의 경우 대한항공의 책임한도는 위탁수하물과 휴대수하물에 대해 1인당 1131SDR(지난해 말 기준 180~190만원 상당)로 한다”고 돼 있다. SDR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이며 국제통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한 몬트리올 협약이란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특정 규칙의 통일에 관한 협약’으로 국제항공운송에서 항공운송인의 책임으로 사망·상해·수하물 지연 등이 발생했을 경우의 손해배상 범위에 대한 규정이다. 뉴질랜드 역시 몬트리올 협약에 가입돼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은 홈페이지에서 수하물 지연으로 인한 경우 “도착지에 연고가 없는 경우 1회에 한해 일용품 구입을 위해 미화 50달러 상당을 지급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물론 1인당 1131SDR이라는 해당 규정은 협약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책임 한도까지 보상이 이뤄지는 일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수하물 파손은 Kg당 20불 정도로 보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해당 유모차는 대략 5~6Kg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소비자는 “적어도 타국에서, 일반 수하물이 아닌 아이와 직결된 유모차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고, 이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처리로 1시간 가량 유모차 수취가 지연돼 큰 불편을 겪으면서 욕설까지 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모차와 함께 보상에도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했다.
A씨는 “4일이 지나도록 유모차 보상도 하지 않다가 갑자기 아침 8시에 전화를 해서 유모차를 새로 샀으니 지금 전달하겠다며 주소를 묻길래 (이 같은 상황에서는) 개인정보 노출이 꺼려져 당시에는 안 받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A씨는 “욕하고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항공사를 더 이상은 믿고 탈 수가 없을 것 같다”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 “새 제품 구매 결정…보상 규정 이상”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게이트에서 유모차를 드려야 하는 것이 맞는데, 현지 조업사 직원의 실수로 수하물 수취대로 가버려서 30분가량 지연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오클랜드공항 지점장이 사과를 드리고 유모차를 새로 사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 일반 수하물의 경우는 Kg당으로 계산해서 보상을 하고, 유모차 파손의 경우 수리를 해 드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취가 지연되는 과정에서 불편사항이 발생했고 해당 승객 분이 고장난 유모차를 버렸다고 하셔서 새로 구매해 드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아직 산 것은 아니고, 동일한 새 제품을 사드리기로 결정해 준비를 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욕설을 한 직원도 현지 조업사 직원으로 확인됐다”면서 “다만, 이 직원은 현재까지도 ‘F*** Off’라는 욕설을 한 적이 없다며 승객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고 난감함을 표했다. 또한 A씨가 본사에도 컴플레인을 제기했다는 주장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본사에 따로 접수된 것은 없어 오클랜드지점 측에 확인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