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에 이은 시가총액 2위 자리를 내준 현대자동차와 지난해 11월 잠시 맛봤던 2위 자리에 다시 오른 SK하이닉스의 분위기가 대조되면서 관심이 쏠린다.
3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6개월여 만에 현대차를 끌어내리고 시가총액 2위 자리를 꿰찬 이후 더욱 격차를 벌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2.92% 올라 시가총액을 37조2009억원으로 불렸다. 반면 현대차 주가는 나흘 만에 반등해 1.28% 올랐지만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많이 올라 시총 34조8037억원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양사의 시총 순위가 뒤바뀐 지난 27일 시총 차이는 6883억원 정도였지만 28일 1조7822억원으로 확대된 데 이어 29일에는 2조3972억원으로 크게 벌어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경 구 한전부지 고가 매입 논란으로 외국인들이 돌아선 현대차가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잠시 2위 자리를 맛본 바 있지만, 현대차의 적극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다시 3위로 주저앉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양사의 분위기가 극명히 갈리고 있는 만큼 당시처럼 순위가 다시 뒤바뀌는 데는 시일이 조금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업황 호조와 외국인들의 매수세를 등에 없고 소위 ‘훨훨’ 날고 있다. 2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5만1100원으로 마감, 10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사상 최고가는 장중 기록으로는 당시 기록한 5만2400원, 종가 기록으로는 지난해 7월 8일 기록한 5만1900원이다.
특히 SK하이닉스에게 5만원대는 ‘장벽’으로 불릴 만큼 쉽지 않은 고비가 돼 왔다. 옛 현대전자 시절 1997년 8월 4만2500원을 기록한 이후 17년 간 5만원대를 넘어서지 못했고 지난해 7월 잠시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다시 5만원대를 하회했다. 즉, 현재 역대 최고가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과 실적 호전 전망,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의 호재가 겹친 덕분이다.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은 반도체 업황, 수익성,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최근 일제히 SK하이닉스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 또는 장기 신용 등급을 A+(안정적)에서 AA-(안정적)로 올렸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6조4000억원 정도로 사상 최대치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엔화 직격탄을 맞으며 기껏 잡은 외국인들의 마음마저 다시 돌아서고 말았다. 지난 26일부터 29일까지 2167억원의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은 현대차 주식을 441억원에 가깝게 순매도했다.
현재 현대차는 엔저 장기화의 직격탄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지만, 점차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눈 앞에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달러화가 급등, 엔저가 더욱 심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수출 경쟁을 벌이는 현대차는 엔저의 대표적 피해주로 분류된다. 시장에서는 엔저 심화가 이어질 경우 가뜩이나 움츠러든 현대차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