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요구 권한을 갖는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당청 불화가 불거진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계파간 갈등이 최고조 되는 모양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개정안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밝힌 가운데,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은 한데 뭉치면서 당 지도부를 향해 날을 세웠다. 이에 비박(비박근혜)계 지도부는 일부 친박 인사들의 거센 반발에 당혹감을 드러내며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친박계, ‘유승민 흔들기’
공무원연금개혁 과정에서 당청 갈등이 발생한데 이어 이제는 국회법 개정 문제로 또 다시 충돌했다.
친박 의원들을 비롯해 등 비주류 최고위원도 원내지도부를 향해 작심발언을 쏟아내며 책임문제까지 제기했다.
당내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던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당내에서 이 법에 대해 문제제기가 됐으나 공무원연금법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동시에 처리된 게 사실”이라면서 “자성해야한다”고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이 법이 통과된 지 3~4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 야당은 현재 시행중인 시행령을 모두 손보겠다고 칼을 빼들었다”면서 “(야당은)오늘 손 볼 시행령을 발표하겠다고 까지 이야기하는데 가관”이라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이 법이 통과된 뒤에 여론에 입법독제라고 이야기하고 문제를 우리 당의 의원들이 이의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시행령은 여야 합의해서 처리 된 것이니 문제없다고 이야기 한다”며 “그러면 공무원연금법은 여야 합의에 의해서 처리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공무원연금개혁법 처리하라고 했는데 국민연금까지 밀렸다. 게다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정부 시행령까지 동의해줬다”며 “그래놓고 아무문제가 없다.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비판했다.
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안일한 생각했다가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불 보듯 뻔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야당이 모든 시행령을 개정을 요구하려고 나선 이상 아무리 절차를 밟아 통과시킨 개정법이라고 해도 부작용과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을 이제 우리 당이 만들어야한다”며 “(야당이)국회에서 시행령을 개정 안 해준다고 하면 발목잡고 한 치의 국회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 최고위원은 “야당의 대응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부작용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지금 당장 세우고 대비하지 않으면 6월부터, 정기국회부터 앞으로 국회가 산으로 갈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역설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우리 집권여당과 정부 청와대는 사실상 공동운명체”라면서 “청와대도 마찬가지로 특히 우리 지도부는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과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유승민 원내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청와대와 당의 갈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날선 비난을 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도 원내대표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을 만드는데 큰 관심과 노력도 해왔다. 원내대표에게 우리에게 모든 권한들을 위임하고 그 자리가 여야협상의 창구고 대표의 자리”라면서 “그렇게 권한을 위임할 때는 당내의 다양한 의견과 특히 청와대하고 사전에 정부와 깊은 조율을 근거로 그 기준으로 협상해야한다고 본다. 그런데 협상의 결과가 늘 청와대 갈등으로, 당청 간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죄송하지만 개인적인 소신인지 모르겠지만 정세문제, 사드문제, 모든 것이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다”라면서 “원내대표 자리는 개인의 자리가 아니라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라고 본다. 앞으로 이런 부분들을 유승민 원내대표께서 한 번 더 깊이 있게 새겨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원내사령부 당 대표께서 청와대와 무슨 수를 쓰든지 간에 전략전 대화 채널을 정확히 구축해야한다”며 “이렇게 무슨 갈등 양상이 국민들 앞에 비춰지면 기다리고 잇는 것은 공멸밖에 없어 다시 마음을 추스리고 청와대로 찾아가달라”고 지도부에 당부했다.
그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란 사회적 합의기구 타협 수용과 관련해 (당 지도부에) 청와대와 전략적으로 공감대가 있는가 여쭤봤지만 명쾌한 답변 듣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나중에 들어보니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마지막에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한다”고 재차 당·청 입장 조율 실패를 지적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지금이라도 잘못된 행정입법 관련된 국회법 개정안은 바로 잡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정안이) 법적 효력이 있느냐, 강제성이 있느냐 명확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해야된다”고 지도부의 입장을 촉구했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히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것과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재협상 의사를 드러냈다. 또 친박계에서 책임론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그런 일이 오면 언제든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 역시 “대통령 뜻과 우리 당의 뜻이 다를 순 없다”고 언급하며 당청갈등으로 불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했다.

◆劉, 돌파구 찾기 부심
지난달 28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합의를 거친 후, 당내 추인 절차 과정에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의원총회에 모든 결정을 위임했다.
이어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이 ‘위헌 소지’를 제기했으나 대다수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가 없다며 유 원내대표에게 결정 권한을 위임했다. 때문에 새누리당 최고위원들의 비판이 ‘청와대 눈치보기’, ‘책임 떠넘기기’ 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유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삼권분립에 위배되는 내용이 없다는 걸 면밀하게 검토한 후에 결정을 내렸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야당에서는 시행령 수정을 전면에 내세움에 따라 유 원내대표의 입지를 곤란하게 하고 있어 향후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초 취임 후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박 대통령의 ‘증세없는 복지’에 대해 “허구”라고 지적한 데 이어 여권 전반의 법인세 인상 불가 기조에도 변화의 입장을 내비쳤다.
이후 사드 문제와 관련 공론화의 필요성을 거론하며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연계 문제 등 청와대와의 의견 차를 보이며 엇박자를 계속 낸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청와대에서도 당 원내지도부를 향해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내에서도 특히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가 야당의 요구를 지나치게 많이 수용하고 있으며 당청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여권 인사들은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유 원내대표의 리더십에 반감이 더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유 원내대표는 당의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를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한편, 청와대와 당내 비판에도 다소 무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행보에 여당의 차세대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대권주자로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소신 행보는 오히려 스스로 정치적 입지를 좁게 만드는 역효과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