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상장, 현대차 경영승계 포석?
이노션 상장, 현대차 경영승계 포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의선 이노션 주식 매각, 규제 회피? 경영승계?

 

▲ 이노션 상장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상장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경영승계의 포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뉴시스

이노션이 본격적인 공모절차에 착수했다. 재계에서 이노션의 상장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장 과정에서 정의선 부회장과 정성이 고문은 주식을 각각 매각한다. 이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한편,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얻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로, 이번에 쥐게 될 현금을 여기에 사용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노션은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절차에 착수한다고 2일 밝혔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이노션이 이번 상장을 위해 공모하는 주식 수는 500만1000주다.

공모 예정가는 6만4000원~7만1000원(시가총액 기준 1조2800억~1조4200억)으로 총 공모금액은 밴드 하단 기준 3201억원이다. 7월 1일~2일 양일간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후 7월 8일부터 9일까지 청약을 받는다. 상장 및 매매개시 예정일은 7월 중순이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이노션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뿐만 아니라 전자/통신, 금융, 서비스, 화장품, 식품, 중공업 등 산업 전분야에 걸쳐 있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에게 토탈 마케팅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노션은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 17개국 22개 거점에 1600여명의 광고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 광고회사 최초로 미국 슈퍼볼 광고를 제작하여 '3년 연속 톱 10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으며, 창립 7년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칸 국제 광고제 본상을 수상했다.

이노션은 지난해(연결기준) 매출액 7447억원, 영업이익 835억원, 당기순이익 838억원을 기록했다. 상장주선인은 NH투자증권, 대우증권, CITI증권, Deutche증권이다.

광고업계 1위인 제일기획(시가총액 2조3411억원)의 55~60%로 애초 예상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현대차 승계작업과 함께 진행?
재계에서 이노션의 상장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매각하면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편, 현금을 조달한다는 것.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얻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1주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쥐게 될 현금을 여기에 사용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3일 금융감독원과 재계 등에 따르면 상장을 준비 중인 이노션은 전날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신고서에 따르면 정성이 이노션 고문(지분 40%)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지분 10%)은 상장 과정에서 각각 보유 주식 140만주와 160만1000주를 구주 매출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노션의 공모가를 최대 7만1000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부회장 남매의 보유분을 포함해 이노션의 상장 공모 규모는 약 500만1000주, 금액은 최대 3551억원 수준이다. 정성이 고문과 정의선 부회장은 각각 1136억원과 994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공모주식 가운데 20%는 일반 투자자에, 60%는 기관 투자자에 배정되고, 나머지 20%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된다.

상장이 마무리되면 정 고문과 정 부회장의 보유 주식은 각각 599만주와 40만주로 준다. 지분율 역시 27.99%와 2.0% 수준으로 감소한다. 두 사람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9.99%로, 규제 대상인 30%보다 낮아진다. 이후 이들이 보유한 물량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보호예수 된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해 모간스탠리PE 등에 이노션 지분 30%를 매각하기도 했다.

또 정 부회장 남매는 지분 매각으로 1920억∼2130억원의 자금을 손에 쥔다. 현재 10% 지분을 갖고 있는 정몽구재단은 지분을 팔지 않지만 신주 발행으로 지분율이 9%로 낮아지게 된다.

이노션은 이번 상장 공모를 통해 유입되는 신주모집자금을 향후 인수합병(M&A)과 해외 지역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한 투자비 등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식발행 초과금을 활용, 글로벌 최고 수준의 마케팅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전략적 제휴, 합자회사 신설 등을 병행하고 국내에서도 신규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분 매각 이유는 일감몰아주기?

▲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주식발행 초과금을 활용, 글로벌 최고 수준의 마케팅 컴퍼니로 성장하기 위해 해외 진출에 필요한 전략적 제휴, 합자회사 신설 등을 병행하고 국내에서도 신규사업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시스

정 부회장 등의 지분 매각으로 이노션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그룹 총수와 특수관계인이 계열사 지분 30%,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 20%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이노션은 지난해 전체 매출(7447억원)의 53.1%(3952억원)를 현대차 등 계열회사에서 올렸다.

광고기획 및 대행이 주업무인 이노션에게 현대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는 주요 고객사다. 때문에 그동안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시달려왔다. 본격적인 상장에 나서는 만큼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어길 경우 매출액의 5%에 이르는 과징금을 물어야한다.

지난달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1·4분기 이노션과 총 48건의 상품·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제한경쟁 2건, 지명경쟁 1건을 제외한 45건의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이렇게 현대차로부터 받은 일감이 176억5300만원이다. 다만 이는 지난해 1·4분기 이노션이 현대차로부터 받은 일감 223억8600만원에 비해선 21.14% 감소한 규모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올해 2·4분기 이노션에 450억원 규모의 일감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1·4분기 176억5300만원까지 합하면 올 상반기에만 626억5300만원의 매출을 현대차로부터 올리게 된다.

이노션을 제외한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가 총 53개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노션이 올 상반기 그룹 내에서 올릴 수 있는 매출은 더욱 크게 늘어난다. 실제 지난 2013년 이노션이 계열사들로부터 올린 매출은 1779억40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44.35%에 달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월 정의선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글로비스 지분을 블록딜로 넘겼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지분 13.4% 매각을 통해 오너일가 지분율을 역시 규제기준(30%)보다 0.01% 낮은 29.99%로 맞췄다. 또 하나의 29.99%였다.

◆정의선 그룹 승계 포석?
재계에서는 이번 공모의 이면에는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그룹 승계를 위한 포석이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3월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보유 지분 502만여주(13.39%)를 시간외 대량매매로 넘겼다. 이를 통해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이노션 상장이 글로비스 지분매각에 이어 두 번째 수순이라는 의미다.

정의선 부회장이 그룹을 승계받기 위해서는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자리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글로비스 지분매각 △이노션 상장이후 지분 매각 △모비스 지분 확보 등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돼 왔다.

이노션은 상장 이후 약 1조7000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가치만 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측은 이와 관련해 공정위가 지정한 계열사간 내부거래 규제를 따르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현대차) 가운데 특수관계인(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30%를 넘게 지닌 계열사(글로비스)간 거래를 ‘내부거래’로 규제해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이노션 상장, 정의선 부회장의 잇따른 해외 현장 경영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연스런 수순으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글로비스 지분 매각은)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 취지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여전히 경계하고 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의 경우처럼 통상 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1인자 부재시에 진행되는 것"이라며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를 얘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한편 2005년 설립된 이노션은 현대차그룹의 주요광고와 해외 이벤트 등을 도맡아오며 급성장했다. 설립 10주년을 맞아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0%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매출은 연결기준 7450억원 규모다.

금융투자업업계 관계자는 “글로비스 블록딜과 이노션 상장은 표면적으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기준을 맞추기 위한 행보”라며 “다른 측면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분이 정리되고 있다. 현 정부 임기 안에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승계를 위한 작업이 마무리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에도 주목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현대엠코를 합병한 이후 매출이 5조6892억원으로 전년 대비 배 이상 늘었고, 장외시장에서 주가가 급등해 10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정 부회장의 지분은 1조원에 육박한다는 평가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매각까지 이뤄지면 정 부회장은 2조원 이상의 승계자금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의 경영활동 영역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지난 19일 우리나라를 국빈방문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 회장의 면담에 동석했고, 3월에는 중국 허베이성 창저우 4공장 기공식에 참석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인사 판매 등 대부분의 현안을 정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 시사포커스 / 정주민 기자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