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대형 수주’ 호재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대우조선해양, ‘대형 수주’ 호재에도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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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플랜트’ 회복 없는 한 실적 기상도 ‘먹구름’
▲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해운선사인 덴마크 머스크 라인으로부터 1만963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해양플랜트 수주의 회복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 실적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뉴시스

지난 2일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해운선사인 덴마크 머스크 라인으로부터 1만9630TEU급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 총액은 17억600만 달러로,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길이 400m, 폭 58.6m, 깊이 16.5m 규모로 모두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18년까지 선주 측에 인도될 예정이다. 척당 선가로 계산하면 척당 1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대우조선해양과 머스크 라인과의 인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머스크 그룹은 2003년 대우조선해양과 자동차 운반선 계약으로 첫 인연을 맺은 이후,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1만8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계약 규모도 대형이지만, 그보다 더 ‘대박’인 것은 ‘척수’라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소에서 상선을 수주하면 첫 호선은 적자를 감수해야 하고, 두 번째 호선은 본전치기 정도고, 세 번째 호선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며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선주들이 4~5척씩 찔끔찔끔 발주하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조선소들이 돈을 벌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양플랜트 수주는 조선업 업황 회복의 중요한 ‘키’다. 그러나 계속되는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끊기고, 올해 안으로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조선업 업황 기상도는 여전히 ‘먹구름’이다. ⓒ뉴시스

◆‘호재’에도 주가 반영은 미미

그러나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소식이 전해진 날부터 살펴본 주가 추이는 1만5600원(6월 2일), 1만6300원(6월 3일), 1만5960원(6월 4일), 1만5800원(6월5일), 1만5900원(6월8일) 등이다. 6월 9일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전날 대비 150원(-0.94%) 내린 1만57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수주 소식이 전해진 이후 소폭 반등에 성공했으나, 이내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는 모양새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지난 한 해 동안만 3만4900원에서 54.87% 추락했다. 시가총액도 6조6795억원에서 3조144억으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양플랜트의 수주 없이는 단기 실적 회복이 힘들 것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는 바다에 매장돼 있는 석유·가스와 같은 해양 자원들을 발굴, 시추, 생산해내는 활동을 위한 장비와 설비를 포함한 제반 사업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빅3 조선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올 들어 빅3 조선사의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은 전무하다. 엑손·모빌·걸프 등 세계 오일 메이저들이 유가 하락에 따라 해양플랜트 발주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애도 업황에 드리운 먹구름을 걷어내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올해 의미 있는 수주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여기에 2013년 저가 수주한 상선의 매출이 반영되면서 저수익성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추선(드릴십) 수요 부진도 올해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저수익 국면도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9일 “오는 2017년까지 LNG선 비중 증가 예상과 조선사 중 가장 높은 잔량보유로 선별 수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며 “하지만 오는 8월까지 선박 수주가 약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CEO 교체에 따른 2분기 빅베스 가능성 그리고 STX조선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우려감이 더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 역시 9일 “유가 하락이라는 외부 요인이 불투명한 가운데 일회성 비용 발생 우려와 타회사 지원 등 내부 요인은 주가 상승 걸림돌”이라며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 등 긍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아직 인내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실적 개선 폭과 방향성은 양호하나 단기적으론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는 CEO 교체에 따른 빅배스(부실 정리) 가능성과 타회사 지원 관련 위험 증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빅배스와 관련해선 명확하고도 신속한 대응만이 안개를 걷어낼 것”이라며 “타회사 지원에 대해서는 STX프랑스의 인수 요청 소식이 나왔는데, 글로벌 조선 업황의 불황을 고려할 때 위탁 경영도 인수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들어가지만…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사장으로 취임한 정성립 신임사장은 취임사에서 구조조정을 천명했다. 본업인 상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를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것. 그러나 이조차도 전망이 밝지 않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을 열고 정성립 전 STX 조선해양 대표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공식 취임한 정 사장은 별도의 취임사에서 “사업다각화로 인한 대우조선해양의 자원분산화를 막기 위해 본업인 상선, 특수선, 해양플랜트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를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최근 생산성 저하로 회사내에 여러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회사 운영에서 원칙은 무너지고 현상 처치에 급급한 위기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사 운영에서 기본과 원칙을 지켜 예측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며 "조선은 영업, 설계 등 모든 분야에서 생산을 중심으로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은 모두가 인정하는 1등 조선해양회사로서 고비용 구조 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관행을 타파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이 본업이라고 강조한 상선과 특수선, 해양플랜트 분야 중 해양플랜트의 경우, 올해 중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재개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일 “유가가 확 낮아져 해양플랜트가 완전히 위축된 상황”이라면서 “배럴당 90달러 이상으로 안착 돼야 석유 메이저들이 심해저 개발을 계속할 텐데 당분간은 유가가 그 정도로 형성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2017년쯤 유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도 하는데 그보다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오일 메이저가 프로젝트를 점검하겠다고 해서 올해까지는 발주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내년에 발주가 있을지는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선과 특수선 역시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시장 규모 자체가 줄어들었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전세계 선박 수주량은 562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3% 감소했다. 수주액은 120억1천만 달러로 67.6%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산업의 1분기 수주량(231만 CGT)과 수주액(49억8천만 달러)은 각각 49.3%와 52.4% 감소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국내 업체의 수주량이 지난해보다 약 24% 감소한 950만 CGT에 그치고 수주액은 230억달러 수준으로 약 3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양플랜트 없이 상선만으로는 목표를 채우기 힘들다”면서 “올해가 제일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로 내정된 이후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부실 게열사들에 대한 정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은 대우망갈리아중공업,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 드윈드, 대우조선해양트렌튼, 대우조선해양건설, 퓨처리더십센터(FLC) 등 6곳이다. 이들은 모두 실적 부진에 시달리거나 조선업과 관계없는 비주력 회사들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 사장의 구조조정이 단박에 성과를 내기를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매각을 검토중인 계열사들이 대부분 매물로서 가치가 떨어져서다.

특히 망갈리아 조선소와 선박용 블록공장인 산동유한공사는 각각 루마니아와 중국 정부가 지분 49%를 가지고 있어 단시간에 매각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산적한 과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지혜가 아니겠느냐”며 “임기 내에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무너진 대우조선해양의 기본부터 다시 다져가는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시사포커스 / 성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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