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과 관련해 문구를 수정한 중재안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중재안은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를 ‘요청’으로, 이에 대해 정부의 이행 부분에서는 ‘처리하고 보고한다’는 문구를 ‘검토해 보고한다’로 수위를 낮춘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청와대는 여전히 국회법 개정안이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중재안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것과 입장이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
특히나 박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법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여야가 중재안에 대해 합의를 할 경우에도 향후 청와대와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野 입장선회 했지만, 높아지는 거부권 가능성
정의화 의장은 11일 일단 국회법 개정안을 제외한 채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정부에 이송했다.
이에 앞서 정 의장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중재안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여당과도 중재안이 수용될 수 있도록 전화 접촉 등을 통해 막판 조율에 나섰다.
여야는 전날까지도 ‘정의화 중재안’을 두고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합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이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강경파를 중심을 반대론이 커지면서 의견이 나뉘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대론이 커진 상황에서 이종걸 원내대표가 하루 만에 입장을 선회하며 수용 의사를 시사했다.
이에 정 의장은 11일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와 비공개로 만나 중재안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의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강경입장을 선회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회법에 대한 청와대의 태도는 국회를 무시하고 국회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태도였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통해 헌법적 가치를 살려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에 대해 공감하고, 같이 노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회의장이 이렇게 진정성 있게 노력하는 중재노력을 존중하고, 국회를 지키려는 노력을 우리도 잘 협조해서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면서 “청와대가 강력한 벽을 치고 있지만, 모처럼 여야가 함께 모은 83%의 뜻을 청와대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분립과 통합의 잣대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국회가 억눌릴 필요는 없지만, 거부권 행사로 인해 국회가 파행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막을 필요가 있다”면서 “당내 논의를 더 해보겠다”고 청와대의 거부권 시사 방침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12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어 의장 중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다만 입법권 확립을 위해 더 이상 물러나서는 안된다는 당내 강경파의 주장도 거세기 때문에 합의에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안팎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여야 간 갈등 뿐 아니라 여당 내 계파 대립, 나아가 행정부와 입법부 간 정면충돌 등 정국의 회오리를 몰고 올 전망이다.
야당의 입장변화는 청와대가 개정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여당의 반대로 재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 발짝 물러선 것이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