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시멘트 인수전이 시작됐다. 동양시멘트의 경우 국내 시장 점유율 4위인 곳인 만큼 이번 인수전에서 이기는 쪽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최근 동양시멘트와 하청업체 노동자 간 갈등이 심화된 상황을 두고 이번 인수전에 따라 사측과 노사 간 묵은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12일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와 법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동양시멘트 인수의향서를 받았다. 인수는 분리매각과 일괄 매각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주)동양이 갖고 있는 동양시멘트 지분 54.96%와 동양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는 동양시멘트 지분 19.09%를 각각 인수할 수도 있고 전체(74.05%)를 인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인수 방식이 분리·일괄 모두를 허용하는 방식으로 정해지면서 법원이 지분 매각 가격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선택지는 총 5가지다. ㈜동양의 54.96%만 매입, 동양인터내셔널의 19.09%만 매입, 양사의 지분(74.05%) 모두 매입, 동양인터내셔널 보유 지분 중 12%만 인수해 지분참여, ㈜동양의 54.96%에 동양인터내셔널 지분 12%만 추가로 매입해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 ‘의결권의 3분의 2(67%)’ 충족 방식 등이 그것이다.
다만 이 중 어떤 것으로 인수방식이 정해진다고 해도 가장 신경 써야하는 부분은 주당 인수가격이다. 예컨대 어떤 인수 후보가 양사 모두를 인수하기 위해 아무리 총 인수 대금을 가장 높게 써낸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일부 지분에 대해 최고가를 써낸다면 해당 지분의 인수에서는 밀리게 된다.
현재 동양-동양시멘트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의 시장 가치는 6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 등이 포함된 최종 인수가가 약 8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시멘트냐 레미콘이냐
업계 1위를 꿈꾸는 시멘트 기업들과 수직 계열화를 노리는 레미콘업계 기업들이 대거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멘트 업체 ‘빅7’은 모두 동양시멘트 인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점유율별로 살펴보면 업계 1위는 쌍용양회(19.8%)고 2위 한일시멘트(13.6%), 3위 성신양회(12.9%), 4위 동양시멘트(12.8%), 5위 라파즈한라(12.1%), 6위 현대시멘트(10%), 7위 아세아시멘트(7.3%) 순이다.
특히 업계 2위 한일시멘트는 동양시멘트를 가져갈 경우 단번에 1위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 현재 해안가 공장이 하나도 없다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이번 인수전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다. 연안에 공장이 있을 경우 수출 길 확보와 물류비 절약 등의 이점이 있다.
단, 업계 1위인 쌍용양회는 현재 매각을 추진 중에 있고 6위인 현대시멘트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황이라 이 두 업체는 이번 인수전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동양시멘트를 손에 넣게 되면 시멘트-레미콘-골재 등으로 연결되는 기초 건설소재 업종의 수직 계열화를 완성해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레미콘 업체가 동양시멘트를 확보하게 될 경우 원료공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 그간 공급중단을 무기로 가격협상을 했던 시멘트회사에 좌지우지 되지 않아도 된다는 메리트가 있다.
현재 레미콘 업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곳은 레미콘 업계 2위 삼표다. 삼표의 경우 현재 동양시멘트 출신 임직원들을 영입해 인수 작업을 추진하고, 매수자문사 선정에서도 동양시멘트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과 손을 잡았다.
업계 1위인 유진기업 또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 중소기업 부분 특허권 입찰 신청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임할지는 미지수다.
이외 외국 기업과 재무투자자의 인수전 참여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최대 건축자재 업체인 CRH가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RH는 글로벌 건축자재 회사로 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고 전 세계 34개국에 3300개 지사, 7만600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공룡업체’다. 작년 한해 올린 매출만 190억유로(한화 23조7800억원)에 달한다.
삼정KPMG과 법원은 오는 26일 예비입찰, 내달 22일 본입찰을 진행한 뒤 내달 2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 동양시멘트 내홍사태는 어떻게?
한편, 최근 지방노동위원회가 이례적으로 사측의 해고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한 일이 있었다.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 노동자를 해고한 일을 두고 이 같은 판단이 나왔다.
지난 8일 강원지방노동위원회는 동양시멘트 하청업체 노조인 강원영동지역노조 동양시멘트지부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노조는 강원지노위에 “하청업체 노동자가 원청의 노동자인 사실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하청업체 측의 근로계약 해지 통보는 곧 원청의 해고통지와 같다”면서 “하청업체는 정리 해고 요건을 갖추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규직과 맺은 단체협약 등의 해고 절차도 어겼다”고 지적하며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고, 이에 지노위는 “원-하청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었으므로 하청업체가 아닌 원청의 하청 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가 인정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강원지노위는 노조가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 때문에 해고된 것’이라고 설명하며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동양시멘트 노사갈등이 촉발된 시점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의 사내하청 노동자 240여명은 원청의 정규직”이라고 인정했다.
노동자들이 비록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지만, 실제 하청업체의 실체가 없는데다 원청의 부속부서처럼 운영돼 왔기 때문에 당초 원청이 하청업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봐 이 같은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노동청 판단이 나오자마자 정규직으로 인정받은 이들 240여명의 노동자 중 101명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하청업체 ‘동일 주식회사’는 돌연 동양시멘트와의 도급 계약 해지를 이유로 이들 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이다.
현재 동양시멘트와 해고 하청 노동자들 간 관계는 극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양시멘트 하청 노동자들이 요구한 것은 ‘정규직 전환’이었지만 사측이 내놓은 결론은 ‘집단해고’였기 때문이다.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3월부터 동양시멘트 정문 앞에서 무기한 노숙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동양시멘트 인수전에서 누가 승리할지가 업계의 관심이 높다. 다만 이번 인수를 통해 동양시멘트와 하청업체 노사 간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비화될지를 지켜보는 눈도 많다.[시사포커스 / 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