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의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방침에 반대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의 전병일 사장이 임시 이사회에서 사퇴키로 했다.
16일 대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전병일 사장은 이날 오후 임시 이사회에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서 자진 사퇴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간의 갈등으로 비화된 미얀마 가스전 항명사태는 일단락될 전망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날 서울 중구 연세 세브란스 빌딩 내 서울사무소에서 열릴 임시 이사회의 장소를 갑자기 변경하는 등 전병일 사장의 거취에 대해 철저히 함구했다. 전병일 사장이 임시 이사회에 참석했는지조차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병일 사장이 미얀마 가스전 매각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에 대해 이 자리에서 충분히 해명한 뒤 자진 사퇴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측해 왔다. 이미 모기업인 포스코와의 불화가 널리 알려진 만큼 대표직을 수행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전병일 사장은 지난 12일 “조만간 공식적인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안팎의 잡음으로 조직과 임직원 여러분께 더 이상 누를 끼쳐서는 안될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업계는 이를 근거로 사실상 자진사퇴가 임박한 것으로 예측해 왔다.

논란은 최근 계열사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포스코가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방침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미얀마 가스전은 대우인터내셔널이 13년간 공들여 개발한 끝에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됐으며 앞으로 30여년간 연간 수천억원의 안정적인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같이 오랜 기간 공들인 미얀마 가스전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이 나오자 전병일 사장은 “미얀마 가스전 같은 우량 자산이 아니라 포스코의 부실 자산 매각이 먼저”라고 반발했다.
포스코는 이를 항명으로 보고 해임을 추진했다가 외부의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철회했다. 과거 대우그룹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면서 ‘대우맨’이라는 자존심이 강한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 역시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전병일 사장은 1977년 대우중공업으로 입사한 정통 대우맨이자 17년간 해외에서 근무해 지지가 높은 편이었다.
일단 전병일 사장의 사퇴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지난 2010년 인수된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의 불만을 진화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권오준 회장의 리더십과 조직 장악력이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일사불란한 응집력을 자랑하던 포스코 역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워낙 색채가 뚜렷한 양 그룹이었기에 대우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은 포스코의 상명하복식 조직문화에 불만을 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전병일 사장의 해임 검토 방침이 나오자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은 오히려 더욱 뭉쳐 반발의 강도를 높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사태가 전병일 사장의 사퇴로 귀결되는 모양새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임직원들의 불만을 더욱 고조시킬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