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기록한 현대미포조선이 14년 만에 회사채까지 발행하며 최대주주로 있는 하이투자증권에 1000억원 가량을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미포조선이 83.24%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2일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총 1200억원 가량의 유상 증자를 결정했다.
내달 1일 발행될 예정인 주식은 6000만주로 발행가액은 삼일회계법인이 산정한 주당 가치 2584원(3월말 기준)에서 22.6% 할인한 1주당 2000원으로 결정됐다. 1주당 신주배정주식수는 0.1707529로 지분율에 따라 현대미포조선에 배정되는 주식은 4990만주, 금액으로는 999억원이다.
이에 최대 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은 출자 금액을 조달하기 위해 지난 2001년 7월 1000억원을 발행한 이후 14년여 만에 총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회사채를 발행해 일부를 하이투자증권의 유상증자에 출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현대미포조선이 회사채를 발행하면서까지 하이투자증권에 대규모 출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미포조선은 지난해 단독 기준 매출 4조원에 영업손실 8323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3조5961억원의 매출에 20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시현한 셈이다.
올해 1분기 겨우 영업흑자로 전환했지만 그 규모는 20억원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0억원의 빚을 내서 절반 이상을 하이투자증권의 유상증자에 쏟아붓는 것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우려다. 나머지는 오는 8월 14일과 9월 14일 만기가 돌아오는 총 2000억원의 기업어음의 일부 상환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최근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되면서 금리 부담도 높아지는 등 공모 발행 여건도 악화된 상태다. 현대미포조선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중순 AA0에서 최근 A+로 두 계단 하락했다. 이처럼 무차입의 대명사였던 현대미포조선의 회사채 발행은 신용등급 강등과 현대중공업그룹 전반의 신인도 저하와 맞물리면서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현대미포조선은 그룹 내 전반적인 구조조정 바람에 동참, 올해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역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1분기에만 300억원 이상의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현대미포조선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출자를 검토하는 1000억원 정도의 금액은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간에서 현대미포조선이 상황이 어려운데 빚까지 내서 출자를 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번 출자 검토는 장기적인 투자적 개념”이라면서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영업력 확대에도 도움이 되고 그룹 차원에서도 금융 계열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검토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의 재무구조가 장기적으로 개선되면 현대미포조선의 연결재무제표 역시 개선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아직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투자가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 “이사회에서 결정이 돼야 하는데 아직 이사회 일정도 잡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그는 “1000억원이라는 금액은 물론 큰 금액이지만 경영상 무리가 갈 정도의 금액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