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새누리당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견차를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개정안에 대해 강제성이 없다며 위헌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히 거부권을 시사함에 따라 강제성이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와 다른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당-청 불화 우려…비박계 반대 기류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가운데 새누리당 내에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당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운다면 당청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9일 국회에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를 접견한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성이 없다고 생각해 국회에서 가결시켰는데, 이후 국회의장께서 수정한 것만 봐도 다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서 “법제처에서 법률을 검토해서 정부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정부에서 확실히 입장을 취하면 맞춰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박 대통령의 뜻에 따르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김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말을 아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 발언의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다. 아직 대화해보지 않았다”면서 “국회법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수차례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도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앞서 유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물론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안도 ‘위헌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의장 중재안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당초부터 강제성이 없고 위헌소지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의장 중재안대로 된다면 더 그 강제성이나 위헌 부분은 걱정이 많이 덜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의장 말씀대로 행정부와 국회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이 없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국회법 개정안으로 당청관계가 틀어질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당내 친박계 뿐만 아니라 비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조선일보>보도에 따르면 이재오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여당이 그 법안을 재의에 부치는 것은 곤란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정훈 의원도 “박 대통령이 위헌성이 있다고 넘긴 법안을 그대로 재의에 부친다면 당이 쪼개질 정도로 난리가 날 것”이라며 “그대로 재의에 부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김성태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국회법이 위헌성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거부권이 (행사)돼 넘어와도 바로 표결하면 안 된다”며 “청와대와 국회가 맞서는 것은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후폭풍을 맞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 가운데서도 재의결에 대해 반대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아올 때 본회의 재상정이 무산되면 법안은 폐기된다. 이렇게 되면 원내 지도부 책임론이 다시금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거센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유 원내대표는 정치적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당내 비판 여론을 수렴해 자신의 뜻을 굽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유 원내대표가 당내 비박 의원들을 설득해 재의를 밀어부치는 정면돌파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사포커스 /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