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하이스코와의 완전 합병 등으로 몸집을 크게 불리고 있는 현대제철이 높은 현대·기아차 의존도 탓에 현대차의 판매 부진과 수익성 악화로 인한 불똥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22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실적 부진과 환율 여건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로 실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진한 실적에도 매출액 16조329억원, 영업이익1조44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주 수요처인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지속될 경우 원가 절감 차원에서 현대·기아차가 철강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판 인하 요구, 하반기도 버틸 수 있나
실제 올해 초 이미 현대·기아차 등은 현대제철과 포스코에 강판 가격을 인하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철강업체들은 지난해에도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는 점을 들어 버티면서 2분기 강판 가격을 동결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에 공급하는 자동차 강판 가격을 톤당 14~15만원 정도 인하했다.
하지만 2분기 들어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이 심화되고 주가가 기록적으로 하락하면서 중간 배당을 실시키로 하는 등 여건이 악화되면서 현대제철이 강판 가격을 하반기에도 사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 3일 KDB대우증권 전승훈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이익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는다”면서 “자동차 부품주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현대제철에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분명한 악재”라고 평했다. 전승훈 연구원은 “납품 단가가 인하될 경우 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2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단가 인하에 대한 직접적인 여파보다는 실적 호조에 대한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현대차그룹 계열사 HMC투자증권은 현대제철에 대해 “2분기 경영실적 증가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별도 기준 4537억원의 영업 이익을 예상했다. 이는 직전 분기에 비해 33%를 넘어서는 수치며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서도 26%나 늘어난 수치다.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주택공급 확대와 성수기 효과가 겹치면서 봉형강부문의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자동차강판 가격은 동결돼 수익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역시 “철광석과 원료탄 등 판재류 주요 원재료 투입원가가 직전분기에 비해 톤당 1만3000원 가량 떨어질 것”이라며 자동차 강판 가격 동결 등의 이유로 수익성 개선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자동차 강판 가격의 동결을 전제로 예상한 것이라는 점에서 하반기에 강판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질 경우 수익성 악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높아지는 현대·기아차 의존도 ‘불안’
특히 현대제철의 현대·기아차 의존도는 매년 높아지고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현대자동차그룹 지난해 계열사간 거래실적은 2013년의 1073억원에서 지난해 1조434억원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내달 현대하이스코 합병과 올 연말 가동될 특수강공장을 더할 경우 현대·기아차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합병 등 잇단 몸집 불리기를 통한 수직계열화 완성은 모두 현대·기아차의 수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수요가 줄어들 경우 현대제철이 가격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원가절감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현대제철의 현대하이스코 완전 합병이 예상치 못한 현대차의 부진 심화로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대하이스코와의 합병을 앞두고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에 비해 낮게 형성되고 있어 합병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기우로 끝났다.
합병 결의 당시 양사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은 현대제철이 7만2100원, 현대하이스코가 6만3552원으로 정해져 현재 양사의 주가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지난 18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주식매수청구액은 양사 합계1341억원으로 집계돼 합병계약 해제 요건인 5000억원·2000억원을 밑돌았다.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낮은 현재 주가에도 불구하고 향후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이에 따라 합병 법인은 내달 1일 출범할 예정이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